[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논란. 갑자기 바뀐 수능 지침에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하죠. 민주당은 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현장이 쑥대밭이 됐다고 날을 세웠는데요. 반면 정부와 여당은 교육당국도 사교육계의 '이권 카르텔'을 의심하고 있죠. 이를 사회악이라고 공격하면서, 윤 대통령의 지침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교육 현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던진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논란! 야당에선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졌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죠. 반면, 국민의힘에선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반박했는데요. 수능의 기본 방침을 재확인한 것 뿐이라는 겁니다.
[이태규/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수능의 기조를 흔들고 혼선을 초래했다' 저는 이 말을 제가 이해할 수 없거든요. 정확하게 따진다면 대통령의 발언은 교육과정평가원이 올 3월달에 밝힌 내년도 수능의 기본 방침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2024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 계획에 "올해 수능은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돼 있다는 건데요. 이 문구! 2023학년도 수능 계획에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죠. 과연 이 내용을 보고 "올해 수능에는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겠고나"라고 생각한 수험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국민의힘은 '킬러 문항' 없애는 게 도대체 무슨 큰 문제냐? 되묻기도 했는데요.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시간을 둬야 됩니다. 충분히 예고를 해야겠죠. 그런데 이 킬러 문항 없애라는 게 제도 바꾸는 겁니까? 잘못된 걸 고치는데 이게 무슨 혼란이 옵니까? 혼란 올 것 없습니다.]
글쎄요. 과연 수험생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수능 제도! 기본적으로 등급을 나누기 위한 시험이죠.
[성기선/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수능은 알다시피 문항을 통해서 9등급의 학생들을 사실은 분류하는 체계입니다. 지금 주어진 조건 속에서는 초고난도 문항, 고난도 문항, 중난도 문항, 저난도 문항 이런 분포를 시켜야 돼요. 성취도가 차이 나도록 되어야만이 지금의 대입제도에서의 정시가 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킬러 문항'! 초고난도 문항을 없애면, 고난도 문항을 늘려 변별력을 높여야 합니다. 갑자기 바뀐 난이도의 부담, 중위권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성기선/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초고난도 문항을 내려서 중난도, 고난도 문항을 확 늘리는 거예요. 그러면 중위권에 있는 학생들은 정말 쩔쩔매게 돼 있어요. 소위 말해서 불수능은 초고난도 문항 한두 개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어려울 때 느끼는 체감난이도는 훨씬 더 강하게 느끼겠죠.]
국민의힘에선 '킬러 문항' 배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는 반론도 폈죠. 왜 이제와 반대하냐는 겁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킬러 문항 없애자는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지난번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그랬죠.} 우리가 교과과정에 없는, 교육과정에 없는 문제를 출제한다면 학생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공부를 해야 됩니까? 사교육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태규/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본인들이 그런 대선 공약까지 내세운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자꾸 혼란을 조장하려고 하는 발언을 하면 그건 정말 잘못된 정치다…]
이 대표, 실제로 킬러 문항을 없애야 한다!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었는데요.
[이주원/당시 민주당 교육대전환위 대학생위원 (지난해 1월 10일) : 수능시험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없애겠습니다. 수능 문항을 고교 교육과정 범위에서 출제할 수 있도록 출제와 검토 과정에 교사 참여의 폭을 확대하고 대학생이 수능 문항 검토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을 손질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 대해선, 민주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그동안 주장해왔던 부분입니다.
[윤근혁/오마이뉴스 기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방향 자체에 대해서 문제를 삼기는 어려워요. {예를 들어서 공교육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를 해야 된다라는 방향은 맞다?} 그 방향은 시민단체들도 계속 주장해 왔던 것이고 틀리다고 보기 어렵고요.]
다만, 이번에 논란이 된 건 방향이 아니라 시기와 속도죠.
[윤근혁/오마이뉴스 기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금 고3 아이들이 12년 동안 마라톤을 뛰어온 거예요, 수능종결점을 위해서. 뛰어왔는데 대통령이 갑자기 나타나서 종착점, 골인 지점을 바꿔버린 거예요. 이러다 보니까 지금 문제가 생긴 거죠.]
[성기선/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올해는 약속된 방식으로 가고요. {3월달에 처음 약속했던 방식으로.} 중장기적으로 지금 6월달에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한 교육부 초안이 나온다는데 그럴 때 이런 고민들 같이 해야 된다. 그게 학교 교육 정상화와 교육 정상화의 중요한 어떤 첫걸음이라고 본다면 올해 안에 이걸 성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표가 수능 관련 대선 공약을 내걸며 이런 말을 덧붙인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이주원/당시 민주당 교육대전환위 대학생위원 (지난해 1월 10일) : 현재 수능은 시행 30년이 됐습니다. 현실에 맞는 수능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당장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충분히 연구 검토하겠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생각은 다른 듯하죠. 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상황! 말 그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6월 모의평가 문제! 아직 채점도 끝나지 않아, 실제로 '킬러 문항'이 있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박성민/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대통령 지시 말마따나 과목 융합형 소재 출제 안 됐어요. (EBS) 연계율 높였어요. 그런데 도대체 무슨 킬러 문항이 그렇게 문제가 되고, 무슨 대통령의 지시사항 그렇게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원장 사임하고 교육부 국장 대기발령 나야 되는지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요…]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교육당국과 사교육계의 '카르텔' 문제를 집중 부각하며, 여론전에 나선 모습인데요. 이른바 '1타강사'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수능 출제위원 출신들이 사교육 기업의 연구소로 가서 킬러 문항 내고 모의고사 비슷하게 베껴서 카피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이권으로 똘똘 뭉쳐 있는 부분도 이참에 정말 제대로 지적했기 때문에 1타 강사나 사교육 업계에서 '앗, 뜨거워' 하면서 다 튀어나오잖아요.]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그분들의 연소득이 100억, 200억 갈 때 비즈니스, 예를 들어 창의적으로 사업을 해가지고 이 사업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가와 다릅니다.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거, 그걸 가지고 초과이윤을 갖고 파는 것 아닙니까?]
교육계 안팎에선 '카르텔'의 직접적인 증거가 있느냐? 물음표를 던졌는데요.
[윤근혁/오마이뉴스 기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금 교육부 같은 경우 카르텔로 지목된 곳이 교육부 관료들하고 교육과정평가원인 것 같은데, 이런 무서운 말은 더군다나 대통령께서 하신다면 이건 물증이 있어야 될 말이거든요.]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이제 밝혀지겠죠.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계에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는지 한번 지켜보시죠.]
'사교육 카르텔'을 밝히겠다! 교육부가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교육부는 내일부터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 과장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하여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신고된 사안에 대해서는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힘을 모아서 엄정하게 대응하겠습니다.]
벌써부터 검·경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윤근혁/오마이뉴스 기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카르텔 수사하기 위해서 압수수색까지도 지금 마음가짐으로 다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이거 압수수색 당하는 거 아닌가 하고…]
교육부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약속하며, 이달 안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따로 발표하겠다고도 밝혔는데요. 공교육 강화 방안 중 하나! 자사고와 특목고 존치입니다.
[이주호/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이 예정되어 있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존치하여 공교육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이태규/국민의힘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아이들 개성과 특성을 살려주기 위해서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이제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하나의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래서 외고와 자사고나 이런 부분을 존치시키는 것이 맞겠다…]
글쎄요. 자사고나 특목고! 본래 목적과 달리,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죠. 더욱이 자사고나 특목고에 다닌다고 사교육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학원에서 다 배워왔다고 해도 그렇지 가끔 선생님한테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이거는 이렇게 이렇게 풀면 돼요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런 제스처가 좀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
-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자사고나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은 '카르텔'이라고 보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줄이자! 이 대전제에 반대할 사람, 아마 없을 겁니다. 다만,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절저한 준비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도 뿐 아니라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함께 말입니다. 오늘의 정치 인사이드,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성기선/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학벌 사회, 이런 어떤 대학 서열주의, 이러한 문제 때문에 사실은 사교육에 불안 때문에 더 가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