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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왕진가방 들고 숲속으로…'나무의사'를 아시나요

입력 2023-06-19 20:35 수정 2023-06-1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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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이 아플 때 의사에게 진료받듯, 나무도 마찬가집니다. 오늘(19일) 밀착카메라는 수백 년 된 나무들을 보살피고 병을 고쳐주는 숲속의 의사, 나무 의사를 만나봤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하동의 300년 된 소나무입니다.

제 바로 옆에 왕진 가방을 든 남성도 찾아왔습니다.

숲속의 외과의로 불리는 나무의사입니다.

2년 전 이곳으로 옮긴 나무가 잘 자라는지 살펴봅니다.

최근 더운 날씨가 걱정입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지금 최고 온도가 42도. 혹시 태양광으로 인해서 나무 수피(껍질)가 화상을 입는지.]

잎을 떼서 현미경으로 살펴보니 벌레에 물린 자국이 보입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하얀 점들이 있죠. 숨구멍입니다. 이쪽으로 잎이 호흡을 합니다.]

벌레들이 숨구멍을 막으면 나무가 잘 자랄 수 없습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해충이) 흡즙해서(빨아먹어서) 엽록소를 파괴시켜요.]

나무의사는 국가기관에서 150시간의 교육을 받습니다.

두 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나무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1100여명이 뽑혔습니다.

이달 말부터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오래된 숲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국가산림문화자산 87곳 중 1곳에 와봤습니다.

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숲입니다.

200년 된 왕버들나무는 지금 상태가 어떨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나뭇잎에 벌레가 살고 있습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치명적인 병해충은 아닙니다. 나무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벌레도 나무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나무들은 어떻게 보면 생명을 담는 그릇입니다. 자연 생태계는 공존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거든요.]

수백년 된 나무들을 지키는 것도 이들의 몫입니다.

12년 전 산림청이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도 찾아가봤습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11그루가 1그루의 나무처럼 모여 있다고 해서. 멀리서 보면 1그루. 가까이서 보면 11그루.]

그런데 하늘에서 바라보니 잎이 붉게 바뀌었습니다.

나무가 말라죽은 겁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평균 기온이 0.5도, 1도씩 상승하면 나무는 상상 이상으로 충격을 받아요.]

전문가는 기후 변화로 300년 된 보호수가 사라지게 됐다고 말합니다.

[강기래/나무의사 : 나무는 서서 이동하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타고난 면역체계밖에 없어요. 그래서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병이나 해충을 만나면 완전 무방비입니다.]

하지만 나무가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임성한/경남 하동군 악양면 : 사람은 내가 아프면 직접 병원을 갈 수도 있고. 나무는 표현을 할 수 없으니까.]

숲은 생태계에 꼭 필요합니다.

숲이 건강해야 환경도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무를 잘 들여다보고 보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이송의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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