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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만원 구인광고 둔갑한 중고차 사기...피해자 빚 갚는데 수 년

입력 2023-06-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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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만 열심히 하면 월 1000~2000만원 이상 벌 수 있습니다" (입주청소 업체 구인광고)

유명 구인 사이트에 오른 한 입주청소 업체 구인 광고입니다.

급여도 높고 채용 형태도 정규직입니다. 하지만 거짓이었습니다.

'ㄱ'업체가 유명 취업 포탈에 내 건 구인광고

'ㄱ'업체가 유명 취업 포탈에 내 건 구인광고


최근 고수익 미끼 허위 광고로 피해자를 유인해 차량을 강매하는 사기가 기승입니다.

올해 25세인 조 모 씨는 지난 2월 부산의 'ㄱ' 입주청소 업체를 찾았습니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려 대학 중퇴 후 취업 전선에 나선 조 씨는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힘든 일을 마다치 않겠다며 찾아간 겁니다.

청소업체 면접날 2800만원 계약


조씨가 찾아간 'ㄱ' 업체 사무실은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의 번듯한 빌딩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조 씨는 "번듯한 사무실을 보고 회사의 모든 것을 믿었었다"고 말합니다.

조씨가 'ㄱ' 업체를 찾아간 첫날은 면접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업체 관계자들은 면접보다는 회사 설명에 집중하는 듯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면접날 당일 조 씨는 업체 가입 계약서를 썼습니다. 조 씨는 "일거리 알선만 잘 해주면 금방 돈을 벌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청소도구와 차량 등을 받았고 계약금으로 2800만원을 냈습니다. 상황이 넉넉지 않던 조 씨는 업체가 알선한 금융기관에서 16.9% 고금리 대출을 받았습니다. 면접부터 대출까지 모든 과정은 하루에 끝났습니다.

피해자들이 'ㄱ' 업체에서 구입한 청소도구와 차량

피해자들이 'ㄱ' 업체에서 구입한 청소도구와 차량


계약금 받고 이후 연락 두절


그런데 이후 업체의 태도가 변했습니다. 조 씨는 "계약 후 'ㄱ' 업체와 통화가 거의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생각도 잠시. 청소 일거리 알선도 거의 없었다 말합니다. 조 씨는 "조르고 졸라 3달 동안 17만 원짜리 청소 딱 한 건을 소개받았다"면서 "나중에 다른 계약자들 상당수도 이런 상황인 걸 알고 사기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나마 조 씨는 피해액이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계약금 3520만원을 낸 38살 A 씨도 1년 동안 소개받은 일거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피해자와 'ㄱ'청소업체와의 계약서

피해자와 'ㄱ'청소업체와의 계약서


지금은 가족들이 십시일반 도와 A씨가 계약 당시 대출받은 돈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중입니다.

청소 일거리를 못 잡아 청소 도구와 차량을 방치해 두고 있는 31살 B 씨는 낮에는 편의점에서, 밤에는 주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입니다.

A 씨는 "피해자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 속에 솟아날 구멍을 찾던 사람들"이라며 "대출받은 돈으로 사기를 당하니 이후 수년을 빌린 돈을 갚는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청소업체 대표가 중고차 매매업도 병행


B 씨는 'ㄱ' 업체에 대해 '입주청소업체'로 포장한 '중고차 지입사기' 업체라고 말합니다.

실제 JTBC 취재 결과 'ㄱ' 청소업체의 공동대표는 중고차 매매업도 함께 운영 중이었습니다.

B 씨는 "청소 일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사실은 사고 이력이 많은 렌터카 등 사실상 정상거래가 힘든 차를 비싼 값에 넘기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ㄱ' 업체서 카니발 차량을 사들인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매매계약서를 못 받았습니다.

뒤늦게 차량 가액을 알아보니 계약금의 절반도 안 되는1300만 원짜리사고 차였습니다.

현재 'ㄱ' 청소업체는 폐업한 상황입니다.

해당 업체 "일부 계약금 환불...일거리 소개 안해준게 아니라 못해준 것"


해당 업체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 "일부 피해자에게는 계약금을 환불해줬다"면서 "일거리 소개를 '안' 해준 게 아닌 '못' 해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업체에 이런 식으로 지입 사기를 당했다 주장하는 사람은 총 50여명입니다.

청년 구직자들에 지입사기를 경고하는 취업포탈 경고문

청년 구직자들에 지입사기를 경고하는 취업포탈 경고문


경찰 수사 중…국토부도 청년층 피해 파악하고 개선방안 검토


부산 해운대 경찰서는 이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 중입니다.

이와 비슷한 행태의 지입 사기는 택배업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피해자는 사업실패, 취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층이 많습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상대로 차량을 강매하는 수법이 똑같습니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은 알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들 사건에 대해 "성실히 일하려 하는 사회초년생을 빚의 수렁에 빠뜨리는 악질 민생사기"라면서 "청년구직자의 입장에서 취약점을 찾아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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