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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vs 김기현 "사과부터 했어야"

입력 2023-06-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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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1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비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 이렇게 깜짝 선언했죠. 국민의힘은 앞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이런 공세를 폈습니다. 관련 내용을 국회상황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검경의 구둣발은 제1 야당 당사도, 국회 사무처도 언론기관도 가리지 않습니다.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압구정' 정권이라는 비판이 공감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석열 정부에 '압구정 정권'이란 별칭을 지어줬습니다. 오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선데요. 글자 그대로 서울 강남의 특정 동네 이름의 뜻은 아니고요. 압수수색과 구속기소, 정쟁에만 몰두한단 의밉니다. 사실 이 대표, 본인이 그 중심에 서 있죠. 수차례 압수수색과 한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습니다. 오늘은 국회의원으로서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전격 선언 했는데요.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체포동의안이 온다면, 제발로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한다면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

제가 처음 사전 배포된 연설문을 살펴봤을 땐 '불체포 특권' 포기 언급은 없었는데요. 오늘 연설 현장에서 깜짝 발표를 한 겁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뿐 아니라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던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부결시켰죠.당 전체의 도덕성 논란으로 번지자 정치적 승부수를 꺼내든 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지금까지 부결된 체포동의안을 다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믿을 수 없다고 했는데요. 문제는 실천이라고 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을 것 같고요. 이제 와서 그냥 지나간 버스를 다시 세우겠다는 건데, 어쨌든 세우겠다니까 환영할 일인데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남용했던 민주당 사람들, 다 지금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다시 처리를 해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됐을 당시, 다른 혐의로 곧 또 올 거란 전망이 나왔는데,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진 조용한데요.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죠. 당시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표결에 부치지 말고, 그냥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란 조언도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선 당사자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었습니다.

[김의겸/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2월 19일) : 불체포특권은 형사권을 악용한 정치공작을 막기 위해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것입니다. 당사자가 포기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이 대표의 선언, 어떻게 실천할지 관심이 쏠리는데요. 오늘 교섭단체 연설을 지켜본 한동훈 장관은 불체포 특권 포기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실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기존 입장 보단 '좋은 얘기'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일단 적어도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에 따라서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기존에 하셨던 말씀보다는 좋은 얘기 아닌가 싶은데요? 근데 다만 그걸 어떻게 실천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거는 대한민국의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형사사법시스템 내에서 자기방어를 하시면 되는 문제 같습니다.]

'불체포 특권 포기'라는 배수진을 친 이 대표는 연설의 대부분을 윤석열 정부 비판에 할애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압구정 정권' 말고도 '5포 정권'이라는 별칭을 또 붙여줬습니다. 민생과 경제, 정치와 외교, 국민생명과 안전이란 다섯 가지를 모두 포기했다는 뜻인데요. 물가는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고, 야당을 만나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는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등 윤석열 정부를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게 됐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을 포기했고, 국가 그 자체인 국민을 포기했습니다. 그야말로 5포 정권, 국민 포기 정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의 강한 연설에 민주당에서는 환호가, 국민의힘에서는 야유와 고성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여당의 야유에 이 대표는 연설을 잠시 멈추고 여당 의원들을 흘겨보는가 하면, "제 얘기 좀 들어보라"고 원고에 없던 멘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오늘은 양회동 씨가 삶을 등진 지 49일째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정부 누구도 이 죽음에 대해서 반성하거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님 여러분, 비난만 하지 말고 제 말씀을 좀 들어보십시오.]

대통령이 아니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당과 타당 모두에서 이런 격렬한 반응이 나오는 건 오랜만인데요. 내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어떤 내용일지도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는 단서가 포착됐는데요. 김대표가 이 대표의 연설문 제목을 비꼬는 메모를 남긴 장면이 사진으로 찍힌 겁니다. "대전환의 시대, 퇴행을 거슬러 내일을 창조하자"라는 제목 아래 "대역행의 시대, 진보를 거슬러 퇴행을 자초하다"라고 썼습니다. 야당 비판도 연설에 담길 거 같은데 오늘 이 대표 연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불체포특권을 포기를 언급하며 쇄신의 모습, 개혁적 모습을 연출하려고 애썼지만 이 대표는 먼저 사과부터 했어야 옳습니다. 비록 이재명 대표가 당 내부로부터의 퇴진 압력, 사퇴를 요구하는 다수 국민들의 여론을 일시적으로나마 모면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만 어떻든 만시지탄입니다. 자당의 행태에 대한 반성은 없이 그저 현 대통령 탓, 현 정부 탓으로 채운 이재명 대표 연설은 두고두고 내로남불의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다시 이 대표 연설 좀 더 짚어보면요. 국민의힘의 가장 많은 항의를 받은 부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부분 연설을 할 때는 한덕수 국무총리 쪽을 바라봤는데 항의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힘을 또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로 본회의장이 시끄러웠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희석된 핵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 이런 한덕수 총리님의 말씀처럼 오염수 안전성 홍보에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보다 오히려 더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쟁점화하겠다는 뜻이 분명해보이는데요. 지난 3일 부산 장외집회에 이어 지난 주말엔 인천으로 갔습니다. 모두 바다와 인접한 대도시죠.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염수 위험을 '괴담'으로 치부하는 국민의힘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부르려고 했던 국민의힘이 '핵 오염수'라고 표현한 사람을 고발했다며 본인은 '핵폐수'라는 표현을 쓸테니 고발하라고 했는데요. 여기서도 정화된 오염수를 먹을 수 있다고 한 한덕수 총리와 국민의힘이 오히려 괴담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7일) : '그렇게 안전하면 너희가 먹어라'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먹겠다고 말합니까? 최대 피해국 대한민국의 총리가 그렇게 말해서야 되겠습니까. 집권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들 불러다가 발표하는 것, 그게 바로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뜨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핵폐수'란 발언 극단적인 선동이라고 맹 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 건강과 생명엔 관심 없고, 제2 광우병 파동을 일으켜 총선 승리하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고 했는데요. 최근 소금 사재기 현상도 민주당의 선동과 공포 조장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어제) : 민주당이 지금도 토요일마다 전국을 유람하면서 계속해서 괴담으로 당의 사활을 걸다시피하면서 순회하고 있는데, 이게 '뇌피셜' 이런 용어가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만큼 터무니없는 괴담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작정 괴담, 그리고 공포를 조장하면서 소금 사재기 같은 이런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수산시장이나 횟집엔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죠.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괴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야당, 정치인들을 비판했는데요.

[김대기/대통령실 비서실장 (어제) : 과거에도 광우병 괴담으로 많은 축산 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또 이런 괴담으로 어민 수산업자들이 또 피해를 입기 바로 직전입니다. 과학의 분야에 정치인들이 나서서 이런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로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하고 또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건 정말 후진적이고 또 반지성적이다…]

아직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은 분명히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이런 심리를 '괴담에 선동된 것'이라고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인데요. 지금의 소금 품귀 현상 일부 중간 도매상들이 폭리를 예상해 물건을 몰아서 사들이는 방식의 '사재기'나 '매점' 현상이 아니죠. 다수의 소비자들이 너도나도 조금씩 더 많이 비축해놓으려는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겁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야당에 선동된 거라면, 그건 진짜 국민의힘 입장에선 큰일인데요. 야당 선동을 탓할 게 아니라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정부는 일단 소금 생산량 문제 없다고 안심시키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송상근/해양수산부 차관 : 6월, 7월에 생산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천일염은 이번 달부터 점차 생산량이 회복되고 있어서 공급 문제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소금이 오염된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괴담성 정보에 현혹되는 일이 없으시기를…]

송상근 해수부차관은 이재명 대표의 '핵폐수' 표현에 대해 "이러한 단어 선택은 우리 국민들께 과도하고 불필요한 걱정과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는데요. 정부여당은 구체적인 대책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야당은 정확한 비판으로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너무 과한 바람일까요.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재명, 불체포 특권 포기하며 "윤석열 정부는 '압구정 정권"… 오염수는 '핵폐수' vs 과도한 선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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