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3년간 '전국김밥일주' 정다현 작가
I 대기업 퇴사하고 김밥 10,000줄 먹고 책까지 내
김밥 대장, 김밥왕, 김밥 박사. 모두 국내 최초 '김밥 큐레이터' 정다현 씨에게 붙는 수식어입니다. 김밥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3년 간 김밥 일주를 떠났고, 지금까지 1만 줄의 김밥을 먹었습니다. 하루 다섯끼씩 김밥을 먹은 까닭에 몸무게는 10kg이나 쪘지만, 이를 기록한 인스타그램 계정 '김밥집(@gimbapzip)'엔 11만 김밥 덕후들, '밥풀이'들이 모였습니다.
처음부터 김밥만을 위한 계정을 운영했던 건 아닙니다. 다현 씨는 13만 명이 팔로우하는 맛집 리뷰 계정인 '푸글(@foogeul)'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막연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둔 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기록했던 게 시작이었습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음식 사진과 맛깔나는 설명 덕에 계정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좋아요'나 댓글 수에 연연하게 됐습니다. 문득,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물음표가 생겨났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했는데, 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좇고 있는 거지?”
정다현 작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김밥집(@gimbapzip)'. 전국 김밥 맛집들을 기록해놓았다.
고민 끝에 김밥 일주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가장, 또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김밥이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손품'을 팔기도, 동네 주민들의 추천을 받기도 하며 방방곡곡 숨은 김밥집들을 찾아다녔습니다. 50가지 종류의 김밥을 파는 곳, 5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 비빔 김밥을 파는 곳. 김밥의 세계는 무궁무진했습니다. '세상에 맛있고 독특한 김밥집이 이렇게나 많은데!' 혼자만 알기 아쉬워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기 시작했고, 차곡차곡 쌓인 게 지금의 김밥 계정이 됐습니다. 최근엔 다녀온 400곳의 김밥집 중 136곳을 엄선해 전국 김밥 지도를 그린 책 '전국김밥일주'를 내기도 했습니다.
사람도 모으고, 전국 일주도 하고, 책도 내고. 김밥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은데, 아직 더 이루고 싶은 일이 남아있을까요.
“국내 최초로 '김밥 페스티벌'을 열고 싶고요. 저만의 김밥 브랜드를 만들고도 싶어요. 김밥 관련된 재밌는 일들을 하나씩 벌여 나가려고 해요. 아, 최종적으로는 '김밥의 세계화'가 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끝이 없는 김밥의 매력을 전 세계인이 알아줬으면 해요.”
※ [타인라인]은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한 '타인'의 이야기를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