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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13 '중국의 테슬라'...미래차 없었다

입력 2023-06-19 06:57 수정 2023-06-19 16:16

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
2021년 제기된 파산건 심리中
14일 법원에 다시 파산 신청

中,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 시장
보조금 중단 등 구조조정 한창

레드오션 '지옥 경쟁'서 생존
'대륙의 실수' 역습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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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
2021년 제기된 파산건 심리中
14일 법원에 다시 파산 신청

中,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 시장
보조금 중단 등 구조조정 한창

레드오션 '지옥 경쟁'서 생존
'대륙의 실수' 역습 대비해야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신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신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2018년 이맘때 MWC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중간에 코로나의 강이 길게 가로막아 시간 감각이 틀어졌지만 벌써 5년이 흘렀네요.

아시아 최대 규모 모바일ㆍ이동통신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상하이 전시회장. 전시회 성격에 맞게 모바일ㆍ통신 관련 첨단 기술 기업들의 각축이 한창이었습니다. 이런 자리는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최신 모바일칩 또는 5G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 선점을 향해 질주하는 경연장이 되곤 합니다.

이런 곳에 전기자동차 업체도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양산 전의 콘셉트카였지만자율 주행의 미래와 전기차의 실내 컨셉이 어떻게 구현될지 엿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CES 같은 전자제품 전시회에 애플의 콘셉트카가 등장해 화제를 뿌렸듯이 전기차는 전자제품일 뿐 아니라 모바일ㆍ통신제품이라는 발상을 MWC를 통해 각인시킨거죠.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 콘셉트카는 자동차와 5G의 관계를 실물로 구현했습니다. 차의 운전석 전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만 있었습니다.


손가락 접촉만으로 네비게이션, 자율주행, 주행현황을 볼 수 있게 구조를 짰습니다. (※이제는 음성이나 눈빛으로 구현하는 단계까지 왔으니 기술 발전 속도에 아찔할 지경입니다.)

관람객들은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먼저 온 미래'의 통신 기술을 만끽했습니다.

이 콘셉트카 설계 업체는 '중국의 테슬라'로 불렸던 바이톤이었습니다. 2018년 당시 MWC를 참관했던 업체의 한 대표는 “모바일ㆍ통신 장비 전시회에서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술 구현은 바이톤의 미래차였다”고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미래차. 꿈 속에서나 가능할 먼 미래의 일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텐데, 이 말이 저주가 된 걸까요.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바이톤이 다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고 합니다. 바이톤의 모기업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자 채권자가 파산 신청을 한 겁니다.

바이톤의 모기업은 2021년 파산 신청의 전적이 있습니다. 당시 파산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와중에 또 다른 건이 얹어지면서 파산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때 중국의 테슬라라는 명성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는 등 중국의 전기차 혁신을 선도한다는 호평을 듣는 등 기염을 토했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2018년 MWC 이후 3년이 흘렀지만 단 한 대의 전기차도 시장에 내놓지 못했습니다.

투자금은 운영비와 직원 복지와 보너스 잔치로 흥청망청 쓰고 결국 임금 삭감에 체불, 감원, 납품대금 연체라는 악순환 끝에 회사 경영 중단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그래픽= 비주얼캐피털리스트 캡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그래픽= 비주얼캐피털리스트 캡처〉

바이톤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중국 시장 상황이 이렇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입니다만 현재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율이 25%까지 올라와 단기 과열로 시장 포화상태라고 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정부 보조금도 중단되면서 산소 호흡기마저 벗겨진 상태입니다. 이래저래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요인들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시장 점유율을 놓고 혈투를 벌이는 선도 업체들은 가격 인하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후발ㆍ영세 업체들이 '먹을 게 없는' 시장이 되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습니다.
 
〈사진= 바이톤 홈페이지〉

〈사진= 바이톤 홈페이지〉

경쟁에 뛰어든 전기차 완성차 업체가 62개에 달할 정도로 중국 시장은 레드 오션이 됐습니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을 키운다고 보조금을 주고 세제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수 백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솟아 나왔습니다.

이제 옥석 가리기 단계로 거칠게 진입하면서 거품이 꺼지고 산업 구조조정의 칼날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지옥도'를 건너 살아난 전기차만 선택과 집중형으로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중국 시장은 중국 기업 BYD와 미국 GM과의 합작사, 그리고 테슬라, 중국차 업체 지리, 창안 등 상위 5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격전 중인 5대 메이커. 〈그래픽=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캡처〉

중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격전 중인 5대 메이커. 〈그래픽=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캡처〉

잘 기억해둬야 하는 전기차 업체들입니다. 한·중간 최종 완성품·소비재 교역은 그간 한국이 화장품ㆍ게임IPㆍ드라마 콘텐츠 등을 앞세워 주도했지만 최근엔 중국의 중저가 소비재들이 알리바바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우리 시장에 활발히 침투하고 있습니다.


한·중 소비재 교역의 패러다임 체인지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첨병은 차이나 전기차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으로 극강의 생존력을 끌어올린 중국 전기차들이 평균 이상의 디자인으로 포장해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테슬라도 한국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대륙의 실수'급으로 내려볼 수준이 아닙니다. 역습에 대비해야 합니다.

중국 전기차의 또 하나의 무기인 마케팅은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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