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르포+] 3일간의 '무지출 챌린지'...제가 쓴 돈은

입력 2023-06-17 09:10 수정 2023-06-18 09:2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월급 빼고 다 올랐다"...나도 한다 '무(無)지출 챌린지'


'무지출 챌린지'. 하루 지출을 0원에 가깝게 만들어보는 겁니다.

고금리· 고물가·고환율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돈을 최대한 아껴보려는 젊은 세대 사이 이 무지출 챌린지가 번지고 있습니다.

취재진도 호기롭게 도전해봤습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말입니다.

보통 마음 먹은 게 3일을 못 가 흐지부지 될 때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이 단어를 "3일 버티고 쉬고, 또 3일 버티고 쉬며 차곡차곡 일수를 늘려보자"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해 봤습니다. 그렇게 사흘 동안의 작지만 큰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30대 취재진도 무지출 챌린지를 해봤다. 점심은 과일 도시락, 저녁은 편의점 레토르트 식품을 먹었다. 출퇴근은 자전거로 했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에서 해결했다.〈사진=김태인 기자〉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30대 취재진도 무지출 챌린지를 해봤다. 점심은 과일 도시락, 저녁은 편의점 레토르트 식품을 먹었다. 출퇴근은 자전거로 했고 커피는 회사 탕비실에서 해결했다.〈사진=김태인 기자〉

 

'무지출 챌린지' 해보니...하루 식사·이동 수단 해결이 관건


아침은 평소에도 잘 먹지 않았기에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동안에도 먹지 않았습니다.

점심은 이른바 '냉털', 장고를 어 음식 만들기를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의 냉장고 상태는 처참했습니다. 결국 점심은 사흘 내내 과일 도시락으로 때웠습니다. 저녁은 거르거나 예전에 편의점에서 사뒀던 레토르트 음식을 먹었습니다.

출퇴근은 개인 자전거를 탔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자전거를 타고 다녀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약 2900원 정도의 하루 출퇴근 버스비를 줄였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커피는 회사 탕비실에서 해결했습니다. 원두커피, 믹스커피, 각종 차까지 다양하게 골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디저트는 탕비실에 구비되어 있는 주전부리들로 대신했습니다.
 

하루 지출 0원 만들기..."쉽지 않다"


무지출 챌린지를 하는 동안 하루 지출 0원 만들기는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챌린지 마지막 날, 마실 물과 식량이 없어 편의점에서 물 500㎖ 2통(1000원)과 컵라면 1개(1000원)를 샀기 때문입니다.

짧다면 짧은 기간의 도전. 결론은 "해볼 만하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였습니다.

무지출 챌린지를 해보니 △평소 내 지출 패턴을 알게 됐다는 점 △의식주를 제외한 불필요한 곳에서 지출이 꽤 많았다는 걸 깨달은 점 △'내 집 마련' 등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를 자각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해야한다는 점 △약속을 잡을 수 없어 인간 관계가 협소해진다는 점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는 점 등은 단점이었습니다.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자료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티끌 모아 태산...'의미 있는 소비'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


무지출 챌린지를 함께 하고 방법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봤습니다. 대부분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더 의미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무지출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열흘간 무지출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고, 집 대출금을 갚기까지 무지출 챌린지를 이어가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노후를 생각해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나가려고 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4년 차 회사원인 33살 한 모 씨는 "한때는 한 번 뿐인 인생 후회없이 살자는 '욜로(YOLO)'나 '플렉스(FLEX)' 문화가 번졌는데 몇 년 만에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평소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선까지 시도해보는 건 바람직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7년 차 직장인 32살 서 모 씨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건데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못 사는 건 너무 싫었다"며 "직장 동료들이 카페에 갈 때 어울리지 못해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내 소비 패턴을 알 수 있는 건 좋았다.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건 어렵지만 온라인 쇼핑 횟수를 줄이거나 군것질을 참는 것으로도 돈을 아끼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과 채팅방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지출을 아끼는 방법과 무지출 챌린지 일상 등을 공유한다.〈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 캡처〉

소셜미디어에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글과 채팅방이 쏟아진다. 사람들은 지출을 아끼는 방법과 무지출 챌린지 일상 등을 공유한다.〈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검색 캡처〉

 

"젊은 세대의 생존을 위한 전략에서 나온 무지출 챌린지"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의 경제 상황은 예전과는 다르다"며 "팍팍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젊은 세대끼리 격려하며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긍정적인 취지에서 무지출 챌린지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취업도 어렵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자산을 모으는 게 쉽지 않은 시대다. 불경기에 고물가가 젊은 세대들의 경제적 상황이랑 맞물리면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무지출 챌린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