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값비싼 청혼 문화에 관해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국에서 결혼 건수가 줄고 비혼주의자는 늘고 있는 것이 호텔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된 청혼 이벤트가 한몫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WSJ은 현지시간 15일 지면 1면과 11면에 '
결혼식 전 비싼 장애물: 4500달러(우리돈 570만원) 짜리 화려한 청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하루 숙박비가 100만 원이 넘는 고급 호텔에서 명품 가방과 반지 등을 선물하는 게 일반적인 청혼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사례자인 30살 하 모씨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며 570만 원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 씨는 6개월 전에 예약을 마친 뒤 호텔에서 비싼 선물을 전달하며 청혼 과정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하 씨는 "솔직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됐다"면서도 "그렇지만 여자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례자인 29살 오 모씨는 최근 국내 고급 호텔에서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았습니다. 청혼을 위해 마련한 호텔패키지 비용만 최소 150만 원이 들었고 오 씨는 남자친구에게 루이뷔통 가방과 티파니 목걸이를, 남자친구는 오 씨에게 시계를 선물했습니다.
오 씨는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려 하지만 청혼 이벤트만큼은 화려했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누구나 호텔에서의 청혼을 선호한다. 모든 여성의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WSJ은 국내 결혼정보업체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40%가 넘는 한국여성이 호텔에서 청혼받기를 원하며 남성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청혼 이벤트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청혼 트렌드가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청혼 계획을 아예 늦춘 사례도 예를 들었습니다.
34살 김 모씨는 WSJ에 “여자친구가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받을 때 친구가 받은 샤넬 가방 사진을 보여줘 깜짝 놀랐다”며 “머릿속으로 저게 다 얼마인지 계산부터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돈을 모으기 위해 올여름으로 계획했던 청혼을 연말로 미뤘습니다. WSJ은 김 씨가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청혼할 때 샤넬 가방이 꼭 필요한지 묻자 기혼자와 미혼자의 반응이 갈린 점도 덧붙였습니다. 미혼자들은 “사랑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기혼자들은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평생 왜 청혼 이벤트를 안 했다고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3월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회사원이 호텔 객실을 꽃과 조명, 명품 선물로 가득 채운 뒤 "프러포즈 대성공"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개인의 자유'라는 반박도 올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