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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 좋은 엄마" 자신한 라미란의 '나쁜엄마'

입력 2023-06-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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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미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라미란(48)이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다. 이토록 몰입도 높은 생활 연기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 이번에도 '믿고 보는 배우'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지난 8일 종영된 JTBC 수목극 '나쁜엄마'에서 타이틀롤 나쁜 엄마 진영순 역으로 분한 라미란. 힐링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거친 세상 속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나쁜 엄마가 되길 자처한 진영순 그 자체에 녹아들어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극을 이끌었다. 최종회 시청률 13.6%(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인기리에 마쳤다.

"주변에서 전화도 많이 오고,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고, 맨날 울었다고 문자가 오고 그랬다. 다른 드라마 때보다는 확실히 피드백이 많았다. 시청률은 매일 검색하고 확인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방송할 때 분위기를 보고 싶으니까 쓸데없는 것까지 다 찾아보는 스타일이다."

-어떤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나.

"갑자기 울고 있는데 웃긴 장면이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고, 엄마로서 공감한다는 댓글도 많았다. 자녀분들은 강호 좀 그만 괴롭히라고 하더라.(웃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우리 가족은 내게 관심이 없다. 본인들이 하는 일이 바쁘고 그러니까 보지는 못했다. 근데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봐야 하나?' 그런 얘길 하더라. 그래서 안 봐도 된다고 그랬다. 안 봐주고 관심 안 가져주는 게 편하다."

-결말에 만족하나.

"최고의 결말이지 않을까 싶다. 영순이 아프다는 건 나왔고 시청자분들이 살려만 달라고 하는 얘기도 많던데 살아있다는 것만이 해피엔딩은 아니지 않나. 어떤 마지막으로 가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슬프지만은 않은 것 같다. 되게 만족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결말이었으면 판타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보면서 영순의 운명이 가혹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다양한 순간을 마주하지 않나. 가혹할 만큼 영순에게 힘든 일들이 많이 온 건 사실인데 힘든 일이 오는 만큼 거기서 얻어지는 반전의 행복이 큰 것 같다. 강호가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다시 깨어나고 밥을 먹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오는 벅참을 못 느꼈을 것이다. 늘 뒤늦지만 깨닫고 거기서 뭔가 또 하나 배워가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죽을 것 같다가 아니라 그걸 행복으로 바꿔나가는 전환이 필요하다. 영순을 연기하면서 그런 순간순간들이 감동스러웠고 행복했다."

-실제로 사이클 선수인 아들에게 어떤 엄마인가.

"정말 좋은 엄마다.(웃음) 아들에게 뭘 하라고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근데 영순의 입장은 달랐을 것 같다. 시대가 주는 정상 범주가 다르지 않나. 과거 우리가 자랄 때는 주입식 교육이었다. 지금과 달랐다. 지금 시선으로 보면 많이 이상하고 과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영순에겐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만 내 입장에서 영순을 보면 인생을 이렇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란 건 어디서 배운 적 없다. 나 역시 그렇다. 결국은 내 삶에 녹여내며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데, 원활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영순의 양육 태도도 달랐을 것이다. 아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독한 엄마가 된 건 '복수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는 마인드였을 것이다."

라미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미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공감했나.

"작가님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대본을 써준 것 같다. 정말 많은 몽타주 신들이 있었다. 방송에선 3분의 1 정도 덜어낸 것 같은데 실제 대본엔 정말 디테일하게 담겨 있었다. 강호의 종아리를 때리고 우는 장면이나 밥을 뺏어 나가서 남은 밥을 먹는 장면 등 촬영을 하다 보면 영순이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 그럼에도 아들 앞에서는 오히려 더 독하게,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강하게 해야 그 후에 반전도 생기는 것이니까 더 독하게 했던 것 같다. 작품의 모든 이야기가 돼지가 등장한 오프닝 내레이션에 담겨 있다. 영순과 강호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넘어져 봐야 안다. 그런 게 없이 평온하게 살았다면 그런 세상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도현과의 연기 호흡은.

"또래 배우들 중에 그 정도의 깊이를 해내는 친구는 처음 본 것 같다. 너무 좋았다. 처음에 아들 얘기할 때 도현이가 출연한 작품 몇 개를 봤는데 20대인 줄 몰랐다.(웃음) 30대 초반 정도 됐겠다 했다. 너무 아이 같지도 않고 아저씨 같지도 않고 강호 역할이 어려운데 딱이더라. 만났는데 역시나 좋았다. 가끔 주고받는 연기를 못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는 눈을 보고 연기를 주고받더라. 너무 재밌었다. 어느 순간 서로의 눈물 버튼이 됐다. 얘기하지 않아도 장난치다 슛 들어가면 몰입이 됐다. 정말 좋은 배우다. 그런 감흥을 주는 배우는 많지 않다."

-이도현에게 '나쁜엄마' 촬영장은 힐링이 되는 공간이었다고 하더라.

"초반엔 도현이가 날 깍듯하게 대했는데 그걸 그냥 둘 리 없지 않나. 계속 도깽이질 하듯 말 붙이고 그랬다. 그때 당시 세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을 때라 진짜 힘들었을 것이다. 늘 괜찮다고 하는데 피곤해 보였다. 근데 어느 순간 너무 편하고 좋다고 여기 와서 힐링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됐지' 그랬다. 촬영하면서 현장에 가고 싶으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어떤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나.

"처음에 대본 읽으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주변 인물들이 다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주변 인물들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정 씨나 박 씨나 다 나쁜 엄마 범주에 있다고 본다. 인물들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었다. 그 안에 화기애애함도 있고 질투도 있고 아니꼬움도 있지 않나. 리딩할 때부터 시청자들이 조우리 사람들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플롯 자체는 올드한 이야기다. 옛날 드라마의 이야기 같다. 근데 대본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너무 흥미진진했다. 계속 볼 수밖에 없더라. 올드한 것이 나쁜 건가 싶다. 신파? 신파가 나쁜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날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면 재밌게 보고 지금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더라. 클래식은 영원한 것 아닌가."

라미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미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정말 잘 읽히느냐, 얼마나 재밌고 흥미로운가다. '나쁜엄마'는 섬세한 부분에서 오는 작은 것인데 찾아서 보면 재밌는 포인트들이 많더라. 처음부터 관통하는 게 있었다. 신파처럼 감동으로 몰아가다가 작가님이 그걸 꺾는다. 결이 다른 신을 붙이는데 그게 또 전혀 다르지 않다. 틈을 주지 않더라."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나.

"딱 하나 힘든 게 감정적으로 가는 신들이 많았다. 훨씬 많았는데 줄인 것이다. 계속 울고 또 울면 너무 지치고 감동으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눈물이 나는데 그걸 누르고 환기시키고 다시 또 하는 방식의 조절을 했다. 조절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도현이도 입양 동의서 받으러 왔을 때 막 울길래 '지금 울 때가 아니야'라고 했다. 서로 그런 것들을 많이 조절했던 것 같다."

-요즘 언니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언니들이 딱 주름을 잡고 있지 않나. 엄정화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 전도연 선배님 등 활약이 대단하다. 선배님들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만큼 중년 이상의 이야기들이 넓어진 건 사실이다. 어떨 때는 젊은 연령대의 이야기를 썼다가도 캐스팅이 바뀌면 캐릭터의 나이를 올리기도 하더라. 언니들보다 항상 나이 많은 역할을 한다는 거 빼곤 감사하다고 생각한다.(웃음)"

-남편 역의 조진웅과 연기에서 풋풋함이 느껴졌다.

"CG를 좀 한 것 같은데 조진웅 씨가 다행스럽게도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여서 묻힌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진웅 씨를 처음 만났다. 사람을 좀 심쿵하게 하더라. 특별 출연인데 분량이 많아 여러 날 나왔는데 내게 '진짜 잘해서 확 띄워드리겠다. 걱정 마라. 잊지 못하게 해 주겠다'라고 얘기를 해줬는데 정말 감사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정말 영순이라는 인물을 사랑한다는 걸 잘 보여줘서 나도 사랑받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너무 감사했다."

-로맨스 연기를 기대해도 되나.

"질척거리는 연기는 많이 했는데 사랑받는 연기는 거의 못 해본 것 같다. 나의 로맨스 연기가 보고 싶다면 어떤 것이든 재밌으면 좋다. 전도연 선배님의 '일타 스캔들', 엄정화 선배님의 '닥터 차정숙'도 그렇고 가능성은 있다. 로맨스 가능성을 열어두고 좋은 대본을 기다리겠다.(웃음)"

-'나쁜엄마'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배우로서 이런 모습도 있구나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같은 경우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면이 많았다면, '나쁜엄마'는 그런 모습을 없애고 진지하게 다가가는 연기였다.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요즘 고민은.

"항상 '케세라세라(될 대로 돼라의 스페인어)'여서 고민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고민 없이 닥치는 대로 재밌게 하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감정신이 있을 때 미리 감정을 잡고 있으면 정작 찍을 때 힘들고 감정선이 깨지더라.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 들어가면 집중이 잘 된다. 그래서 그렇게 한다. 아참, 생각해 보니 고민이 있다. 다이어트다. 근데 이건 평생 하는 것 아닌가. 요즘에 한복을 입고 촬영하다 보니 많이 살이 올랐다."

-남은 40대를 어떻게 채워나갈 계획인가.

"평소 나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아직도 38살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근데 이제 확실히 느끼는 건 있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 진짜 운동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변함없이 계속 일할 것 같다. 좋은 작품 만나게 되면 힘닿는 데까지 계속 작업을 할 것 같다. 이 일이 너무 재밌다. 싫증을 금방 느끼는 사람인데, 배우는 작품을 매번 바꿔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않나. 내게 맞춤직업인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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