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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 오토바이 붙잡고, 차 매달리고…이렇게 1등 한들? 사이클 31명 실격 스캔들

입력 2023-06-16 13:58 수정 2023-06-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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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겠죠. 하나둘 그 일탈에 동참합니다. 어라, 주위를 둘러보니 이젠 한둘이 아닙니다. 옆에서 따라가는 차량에 매달린 선수들, 앞에서 코스를 안내하는 오토바이를 붙잡은 선수들까지 보입니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 힘겹게 페달을 밟고 있는 선수가 이상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아무도 모를 꼼수라 여겼겠죠.

도로 사이클 대회에서 이래도 될까요. 공정한 경쟁을 뒤로 하고 차량의 도움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사진=CyclingTB 캡처)

도로 사이클 대회에서 이래도 될까요. 공정한 경쟁을 뒤로 하고 차량의 도움을 받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사진=CyclingTB 캡처)

그런데 딱 걸렸습니다. 도로 옆에서 레이스를 지켜본 팬들이 이걸 그냥 놔두지 않았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레이스를 마쳤다 생각했던 선수들은 뒤늦게 날아온 제보 영상 때문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10위 안에 들었던 두 명의 선수를 포함해 줄줄이 실격됐습니다. 그 숫자는 31명이나 됐습니다.
코스를 안내하는 오토바이를 붙잡은 선수들도 보였습니다. (사진=CyclingTB 캡처)

코스를 안내하는 오토바이를 붙잡은 선수들도 보였습니다. (사진=CyclingTB 캡처)


그들은 웃어넘길 '트릭'(Trick)이라 생각했겠죠. 규칙을 무시하고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할 동료들을 속인 부정행위(Cheat)였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3대 도로 사이클 '지로 디 이탈리아'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도로 사이클. 이를 응원하는 팬들은 진실된 경쟁을, 진정한 승부를 갈망하죠.(사진=AP연합뉴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도로 사이클. 이를 응원하는 팬들은 진실된 경쟁을, 진정한 승부를 갈망하죠.(사진=AP연합뉴스)


대회 4구간(모르베뇨~스텔비오, 119km)은 산악 코스로 험난했죠. 스텔비오는 스위스에 접해 있는 이탈리아 북부의 산악 도로로, 해발 2757m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꼬불꼬불 계속되는 오르막 코스가 사이클 선수들에겐 잔혹한 여정으로 꼽힙니다. 잔인한 오르막길에서 누가 그 한계를 뛰어넘느냐를 시험하는 무대죠.

'지로 디 이탈리아'는 세계 3대 도로 사이클 대회 중 하나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로 디 이탈리아'는 세계 3대 도로 사이클 대회 중 하나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그 정신이 무색해졌습니다. 대회 측은 말을 잃었습니다. 일부의 '해프닝' 수준이 아닌 여럿이 연루된 '스캔들'로 비화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사이클의 미래'라 할 수 있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자동차, 오토바이에 매달려 누군가를 속이고 부당한 이익을 챙긴 행위에 놀랐습니다. 그중에는 능력이 뛰어난 유망주도 있었습니다.
도로사이클 '지로 디 이탈리아' 23세 이하 출전 대회 중 차량에 매달려 산악 도로를 오르고 있는 사이클 선수들. 31명이 실격됐습니다. (사진=CyclingTB 캡처)

도로사이클 '지로 디 이탈리아' 23세 이하 출전 대회 중 차량에 매달려 산악 도로를 오르고 있는 사이클 선수들. 31명이 실격됐습니다. (사진=CyclingTB 캡처)


더구나 어른들의 묵인, 나아가 조력이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차량을 운전한 사이클팀 스태프 중엔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코스 안내를 한 경찰관도 부정행위에 함께 한 조력자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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