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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북이냐" vs "장학퀴즈냐"…여야 공방 번진 한덕수·고민정 설전

입력 2023-06-15 18:08 수정 2023-06-1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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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권익위의 현장조사에 협조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죠. 선관위는 "협조를 안 하는 게 아니고, 감사원과 업무 조정을 하라는 이야기다" 반박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14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총리와 고민정 의원이 벌인 설전을 두고, 오늘도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관련 내용을 유한울 체커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 "도련님 선관위" > 입니다. 중앙선관위의 '아빠 찬스', '형님 찬스' 의혹. 선관위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면서 더 이상 시끄러울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죠. 별도로 같은 의혹을 조사 중이던 권익위가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정승윤/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어제) : 각종 부패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감사원의 감사를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네, 현장조사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선관위가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등 중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강제조사 권한이 없는 권익위로서는, 이 동의서가 매우 중요한데 말이죠. 그리고 권익위에 현장조사를 위해 상주할 장소도 내어주지 않았다는데요. 원래는 협조하겠다고 하더니 갑작스럽게 "돌변했다"는 것이, 권익위의 주장입니다.

[정승윤/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어제) : 오늘 사실 통보받았습니다. 저희가 이미 저번 브리핑 때 이번 주 월요일부터 현장조사 나간다고 이미 브리핑한 바 있고, 오늘 오전에 중앙선관위와 17개 지역 선관위 18곳을 일제히 현장조사 나갔습니다. 그런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해서 저희 위원회 조사에 응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권익위의 공개 비판에 선관위, 오늘은 조사 내용과 방식을 실무 협의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났다고 하는데요.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와 중복으로, 기관간 업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권익위에 반박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감사원 감사와 권익위 조사 대상, 둘 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입니다. 결국 둘 중 하나만 받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도련님 스타일' 선관위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김민하/시사평론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어제) : 저는 최근에 선관위의 입장이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저는 선관위의 중립성과 독립성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외동아들 스타일, 도련님 스타일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는 논리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되는 게 선관위가 자기들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는 거예요.]

선관위가, 좋은 쪽으로 '취사 선택'을 한다는 지적인데요. 그 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것도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헌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들어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던 선관위입니다. 그러더니 여권 압박으로 감사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였죠. 거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요. 권한쟁의심판으로 적법성을 따져보겠다고 한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를 이유로, 이번에는 권익위 조사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조사기관을 쇼핑한다"에 이어, "어떤 매로 맞을지 고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 중앙선관위원들의 이랬다저랬다 하는 행태는 이솝우화의 박쥐를 연상케 합니다. 자신을 쥐라고 하다가 새라고 하다가 하면서 목숨을 부지하려 드는 구차한 존재입니다. 결국 박쥐가 날짐승·들짐승 모두에게 버림받듯이, 중앙선관위원들이 꼼수로 일관한다면 국민과 선관위 일반 직원들에게 모두 버림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경고합니다.]

윤 대통령도 이틀 전, 국민의힘 전임 원내대표단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선관위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지금은 현직 법관이 비상임으로 겸임하는 중앙선관위와 시도 선관위 위원장 자리, 전직 법관이 전임으로 맡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선관위를 압박하는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지만요. 실제 공론화해볼 만한 아이디어라는 의견이 여권에는 있습니다.

[김용태/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어제) : 과연 이분들이 법관으로서 역할도 바쁜데 선관위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고, 두 번째로 선거무효 소송 같은 것이 제기됐을 때 법관들이 참여했었잖아요, 선관위에. 특히 이 선거무효 소송이 대법원으로 올라가게 되면 중앙선관위원장이 대법관으로 실제 소송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게 이해관계에 부적절한 것 아니냐라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선관위원은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에서 각각 3명씩 추천합니다. 그리고 대법원 추천 선관위원 3명 중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호선하는 것이 관행인데요.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권 주장대로 가면,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역시나 선관위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당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그런데 오늘은 지도부 차원의 발언도, 대변인 논평도 없었습니다.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의 명분, 선관위가 주지 못 하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노태악 위원장이 국민들에게 한 말, 오늘은 선관위에 다시 돌려드립니다.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지난달 31일) :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립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믿음은 공정과 중립에서 나옵니다.]

두 번째 픽은 < '오픈북' 대 '퀴즈' > 입니다. 6월 국회 대정부질문이 어제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대정부질문을 두고 시끌시끌합니다. 바로 어제 한덕수 총리와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설전 때문입니다. 시작은 고 의원이 꺼내든 2010년 국정원 문건이었습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으로 2010년에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입니다. 그 자료를 보시면 계도 활동 강화 필요라는 게 있습니다. 언론이 계도의 대상입니까?]

고 의원은 이 문건을 본회의장 전광판에 띄운 채 문건 내용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한 총리, 여기에 잠시 답을 이어가는 듯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를 문제 삼으면서 회의장에서는 고성이 오갔습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건전 보도 유도라는 것에 대해서 총리의 생각이 어떤지를 물었습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제가 그 자료의 진정성이라 할까. 또는 일종의 진실한 그런 문서로서의 서류인지에 대해서 저한테는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제가 지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요.]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아니 의원님께서 말씀하셨다고 제가 꼭 믿어야 할 그러한 책임은 없는 거 아닙니까?]

소란은 계속됐습니다. 한 총리가 이번에는, 국회법을 근거로 즉답을 피했기 때문입니다. 질문하는 의원은 질문 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늦어도 질문 시간 48시간 전까지 요지서를 정부가 받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회법 122조 조항을 근거로 삼은 것입니다.

[한덕수/국무총리 (어제) : 지금 말씀하시는 저 서류와 관련된 것 단 한 번도 48시간 이전에 저한테 전달이 된 바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물으시는 것에 대해서 원하신다면 저도 돌아가서 검토를 해가지고 일주일, 이주일 뒤에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총리님.} 국회법을 보십시오, 의원님. 국회법을 좀 보세요. 국회법을 좀 보시라고요.]

한 총리, 이후에는 문건에 대한 답변을 일절 거부했습니다. "총리님께 유감"이라는 고민정 의원의 말에 "저도 의원님에 유감이다", 이렇게 맞받았는데요. 민주당에서는 국회를 무시한 한 총리가 사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 총리를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준병/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문제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확인하는 대정부질문이 한덕수 총리에게는 고작 오픈북 시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한 총리에게 국회는 본인의 기분에 맞지 않으면 마음대로 답변을 거부해도 되는 곳입니까?]

그리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 강선우 의원한테도 그랬다면서, "중년 남성에게는 안 그러면서 젊은 여성 의원에게만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 본인이 공격할 수 있는 대상, 아닌 대상을 본능적으로 캐치한 것 아닌가 해서 보고 있는 중년 남성으로 굉장히 불쾌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인데요. 고민정 의원, 이러한 식의 접근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한 총리를 겨눴습니다.

[고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뭐 답변할 가치가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왜 그런 지적을 하고 있는지는 한덕수 총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될 대목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여당에서는 반대로, 고 의원의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고 의원은 대정부질문이 '장학퀴즈'인 줄 아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한덕수 총리님도 답변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늘 처음 보는 문서이니 여기에 대한 진위 여부 등을 파악하고 다음 대정부질의 등에서 답변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부분은 절차대로 진행하면 된다. 왜냐하면 사전 준비 없이 아무 자료나 막 들이댔을 때 국무위원을 그냥 겁박만 할 뿐이고 윽박만 지를 뿐이지, 충실한 답을 얻어낼 수가 없잖아요. 장학퀴즈도 아니고, 대정부질의가.]

하지만 이러한 대정부질문도, 여야 화합의 장으로 만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인데요. 국회 마스코트가 다 된 안내견 '조이'와 함께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장애인 정책에 대해 국무위원들에게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답변에 나선 한동훈 장관은 "김 의원님, 법무부 장관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배려 있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김예지/국민의힘 의원 (어제) :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 주시기를 기대하면서…]

김 의원의 말에 여야 의원들은 일부 기립까지 하면서 한마음으로 박수로 호응했는데요. 앞에서 보신 모습, 그리고 지금 보신 모습! 정회원님들은 어느 쪽이 더 좋으신가요. 저는 후자를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픽, < "탈당했는데?" > 로 넘어갑니다. 정의당 서울시당이 진중권 교수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진 교수가 지난 4월 양곡관리법을 두고 한 발언이 문제였습니다.

[진중권/광운대 특임교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4월 4일) : 70세 된 분들 얼마 있으면 돌아가십니다. 그다음에 그게 유지가 되겠냐고요.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끔 그렇게 농업을 전환하는 데 돈을 써야 된다는 얘기죠.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하고 70세 이 사람들, 이분들을 갖다가 먹여살리는 데 돈을 헛 써야 됩니까?]

이 말을 혐오·차별 발언으로 본 것인데요. 그런데 진 교수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본인 발언이 맞다는 것은 아니고요. 본인은 이미 탈당한 줄 알았는데 중징계 연락이 왔다는 것입니다. 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본인의 징계 절차 개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끝에 결국 탈당계를 냈는데요. 당 대표 등이 만류하다가 "1주일만 들고 있다가 수리하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진 교수, 불쾌하지만 의사소통 오류로 생각하겠다면서 탈당계를 수리해달라고 다시 요구했습니다.

네 번째 픽은 < '노란봉투법' 닮은꼴 > 입니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조합원이 손을 들어줬습니다. 파업으로 생긴 손해액 20억원을 조합원에게 물으라고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것입니다. 재판부는 개별 노동자의 책임을 노조와 동일하게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현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는 '노란봉투법'과도 맞닿은 판결입니다. 정의당에서는 환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은주/정의당 의원 :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용자 측의 묻지마 손해배상청구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저와 정의당은 크게 환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 일단 멈춤 > 으로 가봅니다. 미국 연준이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끝에,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1년 3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경고도 했습니다. 물가와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 때문에 잠시 동결한 것일 뿐, 금리 인상은 앞으로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뉴스픽은 여기까지입니다. 들어가서 원픽 뽑겠습니다. 뉴스픽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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