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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정말? 느려서 잘한다고...'모순'의 요키치가 '최고'가 될 줄이야

입력 2023-06-14 06:34 수정 2023-06-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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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움직임은 굼뜨고, 슛 폼은 엉성합니다. 축구 스로인하듯 던지곤 하는 슛이 쏙쏙 림에 꽂힐 때도 있죠. 그런데 상대 선수들이 잘 못 막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농구를 합니다. 화려함은 없습니다. 덩크슛도 거의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도 슛은 쏙쏙 들어가고 패스는 척척 들어맞으니, 상대 팀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키치의 시대입니다. 덴버 너기츠는 창단 56년 만에 NBA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요키치의 시대입니다. 덴버 너기츠는 창단 56년 만에 NBA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211cm의 키 하나로 농구를 하는 걸까요. 129kg의 몸무게를 믿고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서일까요. 세르비아의 니콜라 요기치(28)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골 밑을 지키는 센터인데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등 기록을 두 자릿수 이상씩 하면서 '트리플 더블'도 너무 쉽게 해내죠. 그렇게 승리를 하나씩 쌓아가더니 덴버 너기츠에 NBA 챔피언까지 선물했습니다. 정규시즌 두 번의 MVP에 이어 챔피언 결정전 MVP도 낚아챘죠. NBA는 요키치의 시대입니다.
덴버 너기츠가 NBA 챔피언이 된 날, 스포트라이트는 요키치에게 쏠렸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덴버 너기츠가 NBA 챔피언이 된 날, 스포트라이트는 요키치에게 쏠렸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이 이상한 선수에 대한 분석은 계속 쏟아집니다. 골 밑으로 넣어주는 공을 받아서 득점하고, 리바운드하는 게 센터로 알고 있는데 그 역할을 벗어나 패스로 어시스트를 쏟아내는 '포인트 센터'라는 새로운 농구 스타일까지 만들어냈죠.
마이애미 히트는 요키치의 능수능란한 플레이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마이애미 히트는 요키치의 능수능란한 플레이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는 요키치의 그 '모순'이 '최고'가 된 비결이라고 분석합니다. '골 밑 주변에 있지만 좀처럼 덩크슛을 하지 않고, 코트 위 가장 큰 선수지만 림 위에서 하는 플레이가 거의 없고, 끊임없이 공을 터치하지만 그것을 오래 잡고 있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요키치는 올 시즌 NBA에서 공을 터치한 횟수(6804회)는 가장 많지만 공을 보유한 시간(터치당 2.69초)은 짧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래 드리블하지 않고 빨리 판단해서 다른 플레이를 이어가도록 했다는 거죠.
세르비아에서도 요키치는 추앙받는 영웅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세르비아에서도 요키치는 추앙받는 영웅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최근 분석한 '뉴욕 타임스'의 시각은 또 달랐습니다. 요키치의 '느림'을 주목했습니다. 빠르지 않고, 현란하지도 않은데 왜 잘하는지 들여다본 거죠. 뭔가 다른 속도를 구현해내는 재주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농구의 시간을 요키치가 주도적으로 주무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빨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서두르지 않는 게 더 중요'한데 요키치가 그렇다는 거죠. 차분하고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알면서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 어떻게 패스할지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어떤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요키치가 꿈을 키웠던 세르비아의 농구장. 요키치는 농구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요키치가 꿈을 키웠던 세르비아의 농구장. 요키치는 농구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2022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걸어 다닌 선수로 꼽힌 메시가 어슬렁어슬렁 그라운드를 거닐며 경기의 다음을 생각하고 움직였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요키치 역시 느리지만 생각의 속도는 빠르고, 또 속도의 질을 중시하는 플레이를 한다는 분석이 신선했습니다.
'더 빨리'가 강조되는 세태, 속도가 규정하는 세상의 논리와 어울리지 않죠. 요키치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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