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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명세빈, 청순가련 내려놓고 변신 성공 '닥터 차정숙'

입력 2023-06-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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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세빈, 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명세빈, 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90년대 대표 첫사랑의 아이콘' 배우 명세빈(49)이 흥행에도, 연기 스펙트럼 확장에도 성공했다. 청순가련 이미지를 내려놨지만 JTBC 주말극 '닥터 차정숙'에서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연기를 이제 막 시작한 듯한 신인의 모습처럼 호기심과 열정 가득한 눈빛이었다.


'닥터 차정숙'에서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과 다른 결의 캐릭터를 소화했다. 본래 자신의 남자였던 김병철(서인호)과 불륜 관계를 넘어 혼외자식을 둔 가정의학과 교수 최승희로 분한 명세빈. 욕을 먹을 만한 역할이었지만 최승희의 캐릭터 서사를 이해시켰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에게 한 번쯤은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주고픈 마음을 드러낸 캐릭터였다. 명세빈 표 최승희는 짠함을 부르며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승희 입장에선 만족했다. 정숙만이 아니라 승희 자체의 성장이 있는 결말이라서 만족하는 결론이 나왔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

"신기했다. 주변에서 '새로운 역할을 정말 잘했다. 축하한다'라고 반응해 주더라. 식당에 갔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어머니들이 좋아하고 반가워해줬다. 그러면서 '어떻게 완벽하게 살 수 있겠나'란 얘기도 해줬다. 시청자분들도 '닥터 차정숙'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 같다. 승희를 보고 무조건 밉다고 하지 않아서 감사했다. 동료들이나 업계 관계자들도 내가 그 역할을 해서 일차원적으로 해석되지 않고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돼 좋았다고 하더라."

-흥행에 성공한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나 역시 대본을 보면서 빵빵 터지더라. 기존 드라마 패턴과 반대였다. 그래서 재밌고 신선했다. '부암동 복수자들' 때 소소한 복수에 대한 쾌감을 많이 느꼈는데, '닥터 차정숙'은 상상으로만 할 행동을 진짜로 하지 않나. 그 모습들이 대리 만족을 하게 해 준 것 같다. 또 김병철 씨 리액션이 현실성 있게 재밌었다. 그래서 더 재밌는 복수로 만들어준 것 같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주연 배우 중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배우들에게 얘기를 많이 듣고 어떻게 그림을 그려왔는지 물어봤다. 김병철 씨가 정말 치밀하게 만들어놨더라. 같이 대화를 나누며 우리끼리의 전사는 첫사랑이고 아마 승희는 가정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연애의 감정이 아니라 솔메이트적인 게 있어서 더 인호에게 끌렸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첫 연애를 하면 그게 기준이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연기를 준비했고 그렇게 했다."

-연기하며 승희에게 연민이 많이 생겼을 것 같다.

"딸에게 '네가 보고 싶어서 낳았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가 승희의 서사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가족의 부재를 느낀 승희가 내 가족이 될 수 있는 아이를 낳는다는 건 아마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후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운 것이다. 아빠의 부재에 대한 걸 설명해줘야 하고 아이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하는데 엄마로서 부모로서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것들이 다 튀어져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게 있었겠지만 승희가 굉장히 나쁘지만은 않다. 그리고 뭔가에 갇히게 되면 못 벗어나는 게 인간이 아닌가 싶다. 승희도 그랬던 것 같다."

명세빈, 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명세빈, 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함께 호흡을 맞춘 마성의 파트너 김병철의 매력은.

"감정의 변화가 확확 느껴진다. 진짜 연기를 잘하고 몰입해서 연기를 하더라. 코믹 요소들이 적재적소 준비되어 있었다. 얼마나 고민을 했겠나. 100% 욕을 먹을 텐데 욕먹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대로 어떻게 잘 살릴까 분석을 많이 한 것 같다. 당당하면서도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서 극 중 승희도, 정숙이도 못 놓지 않았나 싶더라."

-엄정화와의 호흡은 어땠나.

"언니랑 민감한 관계이다 보니 극 중 만나면 자주 싸웠다. 대립하는 설정이다 보면 실제로 그런 감정이 남을 수 있는데 언니랑은 계속 풀면서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며 연기했다. 언니는 성격 자체가 좋고 상대방을 너무 잘 챙겨준다. 그리고 둘 다 크리스천이다. 촬영 전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니까 '언니 기도 잘하고 있어요? 우리 잘 되게 기도해요' 그러곤 했다."

-실제로 미혼이지만 고등학생 딸이 있는 연기를 소화했다.

"내 딸을 키우면서 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가장의 부재에 대한 결핍을 어떻게 만족시켜 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은서랑 촬영하는데 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춘기에 대한 힘듦을 느끼고 있음에도 엄마를 지켜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느껴지더라. 정말 희한하게 은서랑 호흡을 맞추며 세상에 둘밖에 없다는 게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소화했던 캐릭터들과는 확실히 다른 결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몇인데 언제까지 청순가련을 할 수 있겠나.(웃음) 나이를 떠나서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시스템에선 배우가 신인이 아니고서야 그 배우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모아 폭발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악한 면도 있고 이기적인 면도 있고 선한 면도 있다. 날 좋은 쪽으로만 바라봐 주는 게 좀 그랬다. 배우로서 확장하고 싶고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기회를 못 얻다가 이번에 김대진 감독님이 제안해줘 하게 됐다. 감사했다."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대본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상상하면서 '이렇게 해야지' 했는데 막상 연기를 하니 하던 게 아니라 처음엔 삐그덕거리더라. '내가 잘 표현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제작 시스템이라 순간 겁이 났다. 그러면서 뭔가 계산을 하는 걸 떠나 그냥 몰입해서 승희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다."

-확장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어떤 캐릭터든 스트레스는 있는 것 같다. 배우란 직업 자체가 예민하지 않나. 코믹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만 재밌는 상상을 많이 하지 않나. '닥터 차정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적 갈등이 많아서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재밌었다. 바로바로 그런 점을 느끼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명세빈, 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명세빈, 코스모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전성기 때처럼 작품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많이 보내주더라. '중년이 되어서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싶어 좋았다.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 청순한 이미지, 그동안 쌓인 명세빈이란 이미지에서 조금은 탈피해서 여러 작품을 할 수 있겠다 싶다. 작품을 하고 싶은 갈급함이 더 커진 것 같다."

-알아보는 팬층이 넓어졌을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이 알아봐서 놀랐다. 화장 하나도 안 하고 모자를 사려고 갔었다. '설마 알아보겠어?' 그러고 모자를 한 번 써보겠다고 했는데 직원분이 '명세빈 씨 아니냐?'라며 놀라더라. 모자 사이즈가 없어서 못 사고 나왔는데 무척이나 반겨주더라.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함께했던 라미란도 JTBC 수목극 '나쁜엄마'로 흥행에 성공했다.

"워낙 열심히 해오던 배우다. '나쁜엄마'를 제대로 다 못 봤는데 이번에 쉬며 한꺼번에 몰아서 보려고 한다. 엄마 역할을 왜 이렇게 잘하는 것인가. 너무 푸근하게 잘하더라. '부암동 복수자들' 할 때도 '왜 이렇게 잘하냐'라며 장난치고 그랬다."

-평소 쉴 때 무엇을 하나.

"MBTI가 'I'다. 활동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집에서 나와야 한다. 생각의 전환도 해야 하고 새로운 걸 봐야 좋은 에너지를 다시 얻는 것 같다. 대단한 걸 하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운동하고 가까운 친구들이랑 야외로 나간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각을 하고 그런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좀 더 악한 캐릭터도 하고 싶고 겉으로는 소심하게 행동하는데 뒤에선 다 조작하고 공격하는, 치밀한 반전이 있는 그런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된다. 연기자로서 나도 모르게 쌓이는 게 있더라. 살면서 힘든 것들이 실패가 아니라는 것, 성장할 수 있고 후반의 인생을 생각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배우로서 끝없는 성장을 하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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