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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앞두고 쓰러진 길금자씨…장기기증해 4명 살리고 떠나

입력 2023-05-24 11:40 수정 2023-05-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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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길금자 씨(67)의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길금자 씨(67)의 모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엄마 하늘나라에서 남동생 만나서 행복한 시간 가져." (장기기증 후 세상 떠난 김금자씨의 딸 이주하씨의 말)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길금자 씨(67)의 딸 이주하 씨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오늘(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길씨는13년 전 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고, 지난 5월 11일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신장과 간장, 좌우 안구를 기증하며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길씨는 생일을 앞둔 지난 4월 23일 교회에서 밖으로 나가려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길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습니다.

길씨는 충남 금산에서 4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를 도와 동생 5명을 챙기며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는 홀로 자식을 키우며 고생하신 103세 어머니가 치매 증상을 보이자 집으로 모시고 어머니를 챙겼습니다. 또 심장이식을 받고 거동이 불편한 친척을 위해 15년 넘게 식사와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길씨는 젊은 시절 겨울 연탄을 갈다 연탄불 위 뜨거운 물에 몸 전체 3도 화상을 입었고 인공관절을 해 거동이 쉽지 않았지만 남을 위한 나눔과 봉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는 반찬을 만들어서 나누고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김장을 해 드리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실천해왔습니다.

길씨의 가족들은 평소 그가 죽으면 흙으로 가는데 마지막 떠나는 길에 기증을 통해 다른 이를 살리고 싶다고 했던 점을 기억하고 길씨의 뜻을 따르고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딸 이씨는 "엄마 이 세상에 낳아줘서 고마워. 엄마 딸로 47년을 살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어. 하늘나라에서 늘 보고 싶어 하던 남동생 만나서 행복한 시간 가져. 할머니 잘 챙겨줘서 고맙고 사랑해"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본인이 아프고 힘든 것을 알기에 주변의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살피고 보살핀 길씨의 따뜻한 삶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마지막 삶의 끝에서 나눈 희망은 새로운 생명으로 밝게 피어나 세상을 환하게 밝힐 것이라 생각된다"며 길씨와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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