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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많이 먹으면 우울증 위험 커진다?…초가공식품 뭐길래

입력 2023-05-18 18:21 수정 2023-05-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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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공과정을 거친 이른바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가공식품이란 각종 화학물질이나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 등이 들어간 식품으로, 여러 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친 음식을 말합니다.

탄산음료, 쿠키, 케이크, 초콜릿, 과자, 소시지, 햄버거, 라면, 냉동 피자 등이 모두 초가공식품에 해당합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중앙DB〉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중앙DB〉


하루 식단의 30%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 채우는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호주 디킨(Deakin)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7일 보도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상위 25%의 사람들은 가장 적게 먹는 하위 25% 사람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3%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진이 15년 동안 2만 3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입니다.

연구를 이끈 멜리사 레인 박사는 “조사를 시작할 당시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고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면서 “흡연과 교육수준, 소득, 신체 활동 등의 요소들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연구가 초가공식품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가공식품은 뭐고, 초가공식품은 뭐지?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NOVA'라는 식품 분류 체계가 있습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NOVA는 과학 문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식품 분류 시스템입니다.

이에 따르면 식품은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미가공식품 / 최소가공식품(과일·채소 육류·해산물 등) ▲가공요리재료(설탕, 소금, 버터 등) ▲가공식품(통조림, 빵, 치즈, 햄 등) ▲초가공식품(초콜릿, 아이스크림, 햄버거, 케이크, 탄산음료 등) 입니다.

가공식품은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자연 재료에 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 소금, 기름을 비롯해 2~3개의 첨가 성분을 넣어 만든 식품입니다.

초가공식품은 가공식품보다 더 많은 첨가제가 들어간 식품입니다. 집에서 요리할 때에는 쓰지 않는 화학물질, 방부제 등이 들어갔죠. 보통 공장에서 여러 공정을 거쳐 대량 생산됩니다. 당분, 염분,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옥수수는 그 자체로는 자연식품입니다. 옥수수 통조림은 가공식품이죠. 더 많은 첨가제를 넣어 만드는 옥수수 칩은 초가공식품이 됩니다. 밀도 원래는 자연식품이지만 밀가루는 가공식품, 밀가루로 만든 쿠키는 초가공식품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매일 쉽게 접하는 탄산음료, 과자, 초콜릿, 냉동 피자, 햄버거, 라면도 모두 초가공식품입니다. '건강'을 내세워 홍보하는 제로 음료, 달달한 과일 요거트, 식사 대체용 셰이크 같은 것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공 자체는 문제 아니지만…”


사실 현대인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은 가공 과정을 한 번쯤은 거치게 됩니다. 가공식품이 아닌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죠.

그래서 FAO도 “식품 가공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가공됐다는 이유만으로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다만 FAO는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열량이 높고 설탕과 지방, 소금 함량이 많은 가공식품이 채소나 과일을 대신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국민도 하루에 섭취하는 전체 열량의 4분의 1을 초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선 연세대 의대 교수가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 1075명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많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정상 체중의 성인들에게 가공되지 않은 식품과 초가공식품을 줬을 때 체중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먹은 2주 동안은 체중이 0.9kg 감소했지만, 초가공식품을 먹었을 때에는 0.9kg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유핑 셴 중국 쑤저우대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유럽공중보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가공된 정도가 높은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17% 높은 것으로 조사됐죠.

식품안전정보원과 한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은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일반적으로 열량, 지방, 당류 및 나트륨의 높은 섭취와 미량의 영양소, 식이섬유의 낮은 섭취를 동반한다”며 “식사의 질적 수준이 저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양소 품질이 좋지 않으니 과체중과 비만, 심혈관계질환,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선 논문에서 연구진은 “현재까지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면서 “초가공식품을 일상적으로 자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문제이므로 가공수준을 고려한 식품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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