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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박지성의 아픈 자책, 아시안컵은 왜 안돼? 이젠 '한'을 풀어줘

입력 2023-05-13 08:00 수정 2023-05-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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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물었습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고 싶은 순간, 그러니까 잊고 싶은 축구인생의 한자락이 있었느냐고.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네, 있었습니다”라 말했으니까요.

“2011년 아시안컵 당시에 우리나라가 4강에서 일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상황을 맞았는데 그때 제가 킥을 차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후배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준 것 같아서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 킥을 제가 차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죠.
 
2011년 아시안컵 4강 일본전을 마치고 박지성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지난해 JT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승부차기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2011년 아시안컵 4강 일본전을 마치고 박지성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지난해 JT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승부차기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왜 차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때는 제가 팀의 주장이었기도 했는데 원래 개인적으로는 페널티킥을 차는 걸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제 자신 있는 선수들이 차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그때 당시에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당돌하고 또 자신감도 상당히 클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확실히 그런 중요한 승부처에 어린 선수들이 갖는 부담감이 그렇게 클 줄은 개인적으로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지 못해서. 그 판단을 잘못 내렸던 게 지금으로써는 가장 후회되는 일입니다.
박지성의 2011 아시안컵 마지막 장면은 후배들의 헹가래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박지성의 2011 아시안컵 마지막 장면은 후배들의 헹가래였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그다음 말은 이렇습니다.

“(우승)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던 상황이죠. 결승전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아시안컵 우승을 너무나 선수로서 바랐었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많이 한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상 '전용우의 걸어서 인터뷰ON', 2022년 10월)
 
2011 아시안컵 한일전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2011 아시안컵 한일전은 박지성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에둘러 말하곤 하는 박지성이 분명한 답을 내놓는 게 의외였죠. 고백한 내용 역시 뜻밖이었습니다. 박지성의 후회가 2011년 아시안컵, 그리고 일본과 4강전 승부차기에 머물러 있는지도 몰랐으니까요. 당시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지 않았던 것, 더구나 주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후배들에게 떠밀었던 것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 일본전은 국가대표로서 뛴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2011 아시안컵 4강전, 우리 축구는 승부차기에서 잇단 실축이 나오며 일본을 넘지 못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2011 아시안컵 4강전, 우리 축구는 승부차기에서 잇단 실축이 나오며 일본을 넘지 못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월드컵마다 가슴 뛰는 순간을 선물했던 박지성이지만 아시안컵에선 무거운 멍에를 매달고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아직도 많이 한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길 정도니까요.

은퇴해서도 박지성은 아시안컵마다 호명됩니다. 내년 1월에 카타르에서 열릴 아시안컵을 앞두고 조 추첨식에도 초대받았습니다. 조 추첨식 사회자가 박지성을 소개하며 꺼낸 말은 “월드컵에서 3회 연속 골을 넣은 선수,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였습니다.
박지성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조 추첨식에 초대됐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박지성은 내년 1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조 추첨식에 초대됐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박지성은 이번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나는 (2011년 아시안컵이 열린) 카타르에서 3위를 했습니다. 우리 대표팀엔 (클린스만) 감독이 왔고 손흥민, 김민재를 비롯한 좋은 선수들이 있어 흥미롭습니다. 선수들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우리 축구는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엔 비원의 우승이 가능할까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축구는 1960년 이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이번엔 비원의 우승이 가능할까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월드컵은 우리 축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아가 잠재력을 확장하는 무대라면 아시안컵은 우리가 아시아 축구의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무대죠. 월드컵보다 쉬운 게 아시안컵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벅찬 도전이 거듭됐습니다. 우리 축구는 1960년 이후 60년 넘게 아시안컵 정상에 서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안컵 최다 준우승팀(4회)이고, 일본은 아시안컵 최다 우승팀(4회)입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에 '한'이 있다고 말할 만하죠.
내년 1월, 박지성의 후회와 박지성의 멍에를 벗어나게 해줄 우리 축구의 캐넌슛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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