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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02. 美빅테크 AI전쟁 한창인데...마른 수건 짜는 中

입력 2023-05-09 06:57 수정 2023-05-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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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입을 차단시키자 중국은 돈을 풀어 자력갱생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앙ㆍ지방 정부는 지난해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한 반도체 기업 190곳에 총 121억위안(약 2조31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의 수위를 계속 올려가니 중국도 자금력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국ㆍ대만ㆍ일본 기업에서 사람 빼오고, 장비 업그레이드에 드는 매몰 비용 걱정 없도록 천문학적인 자금으로 화끈하게 화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하나를 개발하려고 하면 초고속 통신과 AI, 데이터센터, 초고속 컴퓨팅 분야가 톱니 바퀴처럼 맞물려 한 치의 오차 없이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최첨단 4차산업혁명 분야를 돌리려면 고성능 반도체가 필수불가결합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기술 부상을 저지하려면, 격차를 벌리려면, 반도체가 초크 포인트입니다.

미국은 두 갈래에서 이 초크 포인트를 조이고 있습니다.

첫째, 고성능 반도체의 제조 역량을 차단한다.

둘째, 반도체 수요가 큰 최첨단 분야에 반도체 공급을 끊는다.

첫번째 길목에선 네덜란드 ASML이 합류해 초고성능 반도체칩을 제작할 수 있는 장비를 못 구하게 했습니다.

두번째 갈래길. 중국이 미국을 거의 따라잡거나 일부 분야에선 앞서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던 AI 진영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고성능 반도체칩, 특히 엔비디아의 A100ㆍH100(최신형) 칩이 필수 스펙입니다. 미국 빅테크들은 생성형 AI에 다 쓰고 있는 칩입니다.

중국은 사정이 다릅니다. 제재 전 확보한 4만~5만개 재고 말고는 없습니다. 아껴 써야 합니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용으로 A100ㆍH100보다 저사양의 A800과 H800을 팔고 있습니다.

이제 중국의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자력갱생을 극대화해 중국판 반도체를 만들거나 아니면 기술 부상을 포기하고 초격차를 수용하는 겁니다. 둘 다 불가능합니다. 하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공산당 일당 전제 정권이 붕괴될 겁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그렇다고 중국이 앉아서 죽을 날을 기다릴까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중국 빅테크 진영이 우회로를 찾기 위해 A100과 중국용 다운그레이드 버전을 묶어 AI 모델훈련에 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효과를 발휘하면 미국의 대중국 기술 통제는 큰 구멍이 뚫리는 것이고 중국은 이 구멍을 통해 미국이 쌓은 철옹성을 돌파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인터넷 검열의 만리장성을 친 죽의 장막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관건은 칩의 성능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 양요우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A800, H800을 포함해 구형의 반도체 3~4개를 결합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의 성능을 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교육하는 데 100개의 H100이 필요하다면 중국 기업은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3000개 이상의 H800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할 겁니다. 여차하면 H800 수급도 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4차산업혁명 분야의 표준 장악을 목표로 설정했던 중국의 테크 진영. 집요하게 초크 포인트를 누르는 미국. 자금력과 포위망의 대결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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