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안 되는 날이 있죠. 전반 44분 수비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왼발로 감아 찬 공이 왼쪽 골포스트를 때렸습니다. 너무 아까웠죠. 차라리 오프사이드 판정이 난 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전반 39분 이 장면도 아쉬웠습니다. 손흥민이 오른발로 찬 공은 골대를 지키고 있던 반 다이크에 막혔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당황한 클롭 리버풀 감독도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장면이 포착될 정도였으니까요. 후반 9분엔 아크에서 오른발로 때린 공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습니다. 손흥민의 얼굴이 구겨졌습니다.
손흥민은 7시즌 연속으로 두자릿 수 골을 터뜨렸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11명만 갖고 있는 기록입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잘 안 풀렸습니다. 한 경기에 골대를 두 번이나 때리는 경우(한번은 오프사이드이긴 했으나)는 흔치 않으니까요. 올 시즌 골대 때문에 주저앉은 경우가 얼마나 잦았나요. 그 악연이 계속되는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손흥민은 10골을 넣었지만 골대를 맞힌 슛도 5번이나 됩니다. (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8월 울버햄프턴, 9월 풀럼, 그리고 11월 리즈전에서도 골대가 '골이다 싶은 순간'을 지웠습니다. 올해도 지난 3월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또 한 번 골대를 맞혔습니다. 이번 리버풀전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골대만 5번을 때린 것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이 부문 1위입니다. 
슛이 잇달아 골포스트를 때리자 손흥민의 탄식이 그라운드에 전해졌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그렇게 좌절했다면 손흥민에게 골대는 두고두고 저주의 상징으로 각인됐을지 모릅니다. 토트넘이 1대3으로 뒤진 후반 33분, 반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로메로가 길게 차 준 공을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트리며 받았고,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 추격 골 뒤엔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으로 히샤를리송의 동점 골까지 도왔습니다. (1분 뒤 리버풀 조타의 결승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손흥민이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경기였습니다.)
두 번의 골대를 때린 불운을 딛고 후반 33분 골이 찾아왔습니다. 손흥민의 올 시즌 슛 정확도는 50%입니다. 76개의 슛을 때렸고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슛은 38개나 됐습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올 시즌 얼마나 부진하다, 예전만 못하다, 불운하다는 말이 많았나요. 골대를 5번이나 때린 와중에 10골을 넣었다는 게 대단하죠. 그렇게 손흥민은 골대와 악연을 품고 삽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통산 23번이나 골대에 가로막혔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9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골대를 맞힌 슛이 9번째로 많습니다. 그저 불운 탓일까요. 그만큼 골대 가장자리로 향한 슛이 많았다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사진=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손흥민의 1골 1도움 활약에도 토트넘은 리버풀에 3대4로 졌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은 올 시즌 10골째를 채우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습니다. 7년간 그만큼 꾸준했다는 것이죠.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손흥민 포함해 11명만 기록했습니다. 그 이전엔 오언, 앙리, 로비 킨, 램파드, 루니, 아구에로, 루카쿠, 케인, 마네, 바디만 이 기록을 썼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