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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떡볶이가 스테인리스 통에 담겨 왔다…'다회용기' 배달 시켜보니

입력 2023-04-2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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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1인분을 시켰을 때 평균적으로 사용된 일회용 플라스틱 개수와 무게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와 뚜껑, 비닐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죠. (한국소비자원, 2022년)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8번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1년에 한 사람이 먹고 버리는 배달음식용 플라스틱은 1341.6개에 달합니다.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다회용기 배달'을 이용해봤습니다.

떡볶이는 밀폐용기에 담겨왔지만 치킨은 종이상자에 담겨왔다. 〈사진=이지현 기자〉떡볶이는 밀폐용기에 담겨왔지만 치킨은 종이상자에 담겨왔다. 〈사진=이지현 기자〉


■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온 떡볶이…치킨은 왜?

배달 앱에서 지역을 설정한 뒤 '다회용기'를 검색하자,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주는 가게 목록이 나옵니다.

선택한 메뉴는 떡볶이와 닭강정. 평소 떡볶이를 배달시키면 2~3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오던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기 전 요청사항에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선택했습니다. 혹시 몰라 꼭 다회용기에 담아달라고 가게에 재차 요청했습니다.

'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선택해야 다회용기 배달이 된다. 〈사진=배달앱 캡쳐〉'음식은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선택해야 다회용기 배달이 된다. 〈사진=배달앱 캡쳐〉

잠시 뒤 비닐봉지 대신 검은색 천 가방이 도착했습니다. 떡볶이는 스테인리스 밀폐 용기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주문한 닭강정은 종이상자에 배달됐습니다. 튀김 특성상 밀폐 용기에 배달하면 눅눅해지는 문제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미 완제품으로 나온 치킨 무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었습니다.

100% 다회용기에 모두 배달되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음식 종류에 따라, 가게 사정에 따라 다회용기에 담을 수 없는 메뉴들이 있는 거죠. 소스 통처럼 작은 그릇은 일회용 용기가 다회용기보다 저렴해 점주들이 잘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용기 반납은 간단합니다. 그릇을 따로 씻을 필요 없이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은 뒤 집 앞에 내놓으면 됩니다. QR 코드로 회수 신청을 하면 전문 업체에서 수거해간 뒤 세척·살균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게에 그릇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죠.

그릇은 세척할 필요 없이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은 뒤 집 앞에 내놓으면 된다. 〈영상=이지현 기자〉그릇은 세척할 필요 없이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은 뒤 집 앞에 내놓으면 된다. 〈영상=이지현 기자〉

■ 일회용기보다 쉬운 뒤처리…제한적인 메뉴는 '단점'

배달음식은 뒤처리가 꽤 번거롭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물이 묻어있으면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은 뒤 분리 배출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회용기 배달은 뒤처리가 더 간단했습니다.

한 번 배달을 시키면 쌓이는 일회용품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메뉴 선택권이 많지 않은 건 단점입니다. 다회용기 배달에 참여하는 가게가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일어나는 일입니다.

일단 다회용기 배달을 하는 지역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배달 앱들의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는 수도권에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서울 일부(강남·서초·관악·서대문·광진구), 경기 일부(화성·용인·김포·안산시 등)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회용기 배달에 참여하는 가게도 올해 3월 기준 서울 545곳, 경기 249곳에 불과합니다.

다회용기에 담긴 샐러드 〈사진=연합뉴스〉다회용기에 담긴 샐러드 〈사진=연합뉴스〉


■ 소비자는 잘 모르고, 업주는 메리트 없고

다회용기 배달은 지난 2021년 경기도 공공배달 앱인 배달특급이 처음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는 대형 배달 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이 지난해부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지역을 넓히고 있지만, 이용 건수는 많지 않습니다. 서비스 시작부터 올해 3월까지 총 누적 이용 건수는 서울 지역이 5만여 건, 경기도가 14만 8000건 정도입니다.

지자체와 업계에서도 “솔직히 다회용기 배달 이용 건수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일단 소비자들은 다회용기 배달 자체를 잘 모릅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김모 씨(31)는 “다회용기 배달이라는 게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배달 앱에 들어갔을 때 관련 내용이나 카테고리를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배달 앱 중 앱 첫 화면에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놓은 건 요기요와 배달특급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앱은 소비자가 직접 '다회용기'를 검색해서 찾아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게 점주 입장에서는 다회용기를 쓸 만한 유인이 없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 중인 조 모(32) 씨는 “배달 앱 안에서 '다회용기' 카테고리에 한 번 더 노출되는 것 말고는 딱히 메리트가 없다”며 “다회용기를 찾는 손님이 여전히 있어서 유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A 씨도 “배달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면서도 “가게가 작은데 용기 부피가 꽤 커서 자리를 차지하는 건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재활용센터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연합뉴스〉 재활용센터에 쌓여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연합뉴스〉


■ “배달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소비자든 점주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싶은 마음은 똑같습니다.

녹색연합이 지난 2020년 시민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민의 76%는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외식산업연구원이 외식업주 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1.7%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다회용기 사용에 동의했죠.

서울시와 경기도는 올해도 다회용기 배달 가능 지역을 꾸준히 넓힐 계획입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가'일 겁니다.

환경단체는 배달 앱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점주들이 번거로움을 감내하면서 다회용기를 사용할 유인책, 인센티브 등을 줘야 한다”면서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다회용기를 낯설어하는 시민들을 위해서도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며 “그동안 수익을 많이 낸 배달 앱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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