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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사실서 조사받다 기밀 자료 '찰칵'…제보자의 두 얼굴

입력 2023-04-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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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사람이 수사 기밀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가지고 나오는 게 가능할까요. 서울 중앙지검 1502호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기밀 서류부터 검찰 내부망, 개인 정보까지, 8일 동안 171장 사진에 담아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는지, 배승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배승주 기자]

2019년 12월 4일 서울 중앙지검 1502호실에선 조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방 안에 검찰 수사관과 장 모 씨가 있었습니다.

장 씨는 경남 사천시 한 군납업체 뇌물 공여 정보를 검찰에 제공한 뒤 조사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 씨.

자리에서 일어나 수사 자료를 촬영하기 시작합니다.

장 씨가 찍은 사진들을 분석해봤습니다.

수사관 책상에 놓인 PC 2대.

모니터엔 사건 관련인 전화번호와 정보를 적은 메모지가 붙었습니다.

오른쪽 모니터, 수사 대상 업체 법인 카드 내역을 담은 엑셀 파일이 열려 있습니다.

장 씨는 이 파일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58장을 촬영합니다.

왼쪽 모니터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가 로그인된 채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기밀로 분류된 자료와 포렌식 담당자 연락처 관련자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개인 기록도 촬영했습니다.

장 씨는 제보자이면서 사건 직접 당사자, 피의자입니다.

피의자가 검찰 수사 자료를 제지 받지 않고 무더기로 가져 나온 겁니다.

[군납업체 측 변호인 : 압수수색 담당자 명단이나 연락처는 절대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며 수사기밀 중의 수사기밀이라…]

장 씨는 1502호 검사실에서 8일에 걸쳐 모두 171장 사진을 찍었습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촬영이 가능했는지 장 씨에게 물었습니다.

[장모 씨 : 솔직히 제가 뭘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당시 담당 검사는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담당 검사 : 몰래 찍었겠죠. 우리가 그런 것까지 찍으라고 허용하지는 않았겠죠, 당연히.]

[앵커]

들으신 것처럼 당시 담당 검사는 "몰래 찍어갔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는 곳이었는지 문제의 1502호 검사실 안으로 배승주 기자가 들어가 보겠습니다.

[배승주 기자]

장 씨가 수사 자료를 촬영하던 시각, 검사실 1502호에는 수사관이 있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위치, 사진 속 수사관이 있는 자리입니다.

고개만 들면 장 씨가 보입니다.

하지만 수사관을 신경쓰지 않고 맞은편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책상에 쌓인 서류와 PC 모니터를 오랜 시간 살펴보면서 촬영합니다.

지금 빨간색으로 표시된 구역이 검사와 수사관이 오가는 동선입니다.

피의자나 참고인은 안쪽 조사인석에 머물러야 합니다.

[군납업체 측 변호인 : 피의자나 참고인들은 수사관을 마주 보는 위치, 모니터 뒷면에 앉아야지 수사관 요청이 아니면 절대 갈 수 없습니다.]

수사관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만 58장입니다.

군납 비리 업체 임원이던 장 씨 본인이 쓴 법인 카드 내역과 회계 자료입니다.

업체에 횡령으로 고소당했던 장 씨에게는 꼭 필요한 자료였습니다.

엑셀 파일을 한 장 한 장 넘겨 가면서 찍었습니다.

당시 본인 녹취 들어보겠습니다.

[장모 씨 (2020년 2월 1일 녹취) : 내가 그때 검찰 중앙지검 갔을 때 카드 내역 찍어왔잖아.]

수사관 옆쪽에 또 다른 책상이 있습니다.

사건 담당 검사 자리입니다.

수사 자료가 가득 쌓여있습니다.

당시 압수물은 검사실 곳곳에 있었습니다.

장 씨는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찾아서 이쪽 저쪽을 이동하며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장 씨와 함께 검사실에 들렀던 지인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장씨 지인 : 검사실이든 그 수사관 책상이든 본인이 왔다 갔다 하면서 자료 보고, 찾고 그러고 다녔습니다.]

왜 아무도 이런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을까요.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앵커]

관련 내용 취재한 박현주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박현주 기자, 앞서 리포트에 언급한 군납 비리. 어떤 사건이었죠?

[박현주 기자]

지난 2019년에 이른바 어묵 군납 비리로 알려진 사건입니다.

경남 사천시 한 군납업체 대표가 군 장성과 경찰서장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됐고요.

문제의 피의자 장 씨가 제보를 했고 진정서 접수 1주일만에 전격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업체 대표, 군 장성, 경찰 서장이 실형을 살았고 영관급 장교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제보자이자 피의자 장 씨는 내부고발자상을 받았습니다.

[앵커]

그러면 피의자 장 씨는 왜 수사 기밀을 가지고 나온 걸까요?

[박현주 기자]

장 씨는 문제의 군납 비리 업체 임원이었습니다.

회사 돈 수 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업체가 먼저 장 씨를 고소했습니다.

그러자 장 씨는 오히려 서울중앙지검에 업체의 뇌물 공여 사실을 역제보했습니다.

장 씨는 횡령 사건 피의자면서 뇌물 사건 제보자였던 겁니다.

이런 장 씨는 자신의 횡령 사건 방어에 필요한 자료들이 있었고 이걸 촬영해 나간 걸로 보입니다.

담당 검사는 "그럴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다 "진술 관련해서 확인해야할 부분은 보여줄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는데, 문제는 그럴 수 없는 수사기밀들이 반출됐다는 겁니다.

[앵커]

앞서 자기는 몰랐다고한 담당검사 인거죠?

[박현주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네, 박현주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영상디자인 :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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