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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 북에 두고 온 태영호?…'김구 발언' 논란에 지도부 경고

입력 2023-04-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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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역사 관련 발언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통일 정부 수립 노력은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거라고 주장했는데요. 제주 4·3 사건에 이어서 또 다시 본인이 과거 북한에서 배운 역사적 지식을 꺼내든 거죠. 당 내외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관련내용을 '줌 인'에서 정리했습니다.

[기자]

현재의 캡틴 아메리카가 과거의 캡틴 아메리카와 싸우는 장면이죠. 말 그대로 자기와의 싸움인데요. 국민의힘에도 지금 과거의 자신과 다투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태영호 최고위원입니다.

[태영호/당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2월 13일) : 4·3사건의 장본인인 김일성 정권에 한때는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제주 4·3사건에서 희생된 유가족분들과 희생자분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빕니다.]

태 최고위원, 지난 전당대회 때 제주 4·3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4·3 사건은 남로당이 김일성의 지령을 받아 일으킨 폭동이란 설명인데요. 4·3 사건의 본질, 이념 갈등이 빚어낸 현대사의 비극이란 점입니다. 당시 무고한 시민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당했는데요. 태 최고위원의 발언은 자칫 이런 본질을 흐릴 위험성이 있었죠. 이 발언을 두고 제주도민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태 최고위원은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 3일) : 무턱대고 '사과한다', 저는 이건 사과하려면 왜 사과해야 될지, 어떤 점에 대해서 사과해야 될지 저는 이 점을 명백히 해야 된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말했는데 왜 사과가 필요한지 납득이 안 된다는 반박인데요. 자신이 과거 북한에서 배운 내용이 진실이라는 겁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 3일) : 대한민국에서의 단선을 무조건 파탄시키라는 소련 공산당의 지시와 이 지시를 받아서 김일성이 남로당 박헌영에게 전달했고, 당시 박헌영은 평양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돼서 제주도뿐만 아니라 당시 남한 전역에서 5·10 단선을 파탄시키기 위한 남로당의 활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큰 맥락에서 보고 여기에 따라서 제주도당도 이런 결정을 내렸고요. 이런 역사의 진실은 저는 부인하면 안 된다.]

당내에선 때 아닌 역사 논쟁이 일었는데요. 하태경 의원, 서울대 주사파의 핵심으로 활동하다 전향한 이력이 있죠. 태 최고위원이 팩트를 잘못 알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 4일) : 제가 태 의원한테 이 이야기를 해드려야 되는데 제 지식으로는 남로당 지시고, 48년에. 그때는 남로당이 김일성의 북로당이랑 분리돼 있었어요. 그래서 김일성하고는 상관없이 남로당 박헌영 주도로… {이건 또 역사적인 얘기니까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저는 태 의원 의견에 동의하진 않습니다.]

당시 김일성이 박헌영에게 지시를 내릴 입장이 아니었다는 건데요.

물론 역사적 사실은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발언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문제가 된 건 따로 있는데요. 태 최고위원이 우리 역사계가 합의한 정론을 부인한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김동설'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세상은 김일성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 교육인데요. 북한에서 김일성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나뭇잎을 타고 강을 건너는 신적인 존재죠. 태 최고위원, 북한에서 외교관과 그 가족들의 사상 교육도 맡았었다고 하는데요. 몸은 남한에 왔건만 역사관은 북에 두고 온 모양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2016년 8월 17일) : (태영호 공사는) 현재 유엔 (주재 북한) 대사로 나가 있는 자성남 대사와 (영국) 현직 대사로 있는 현학봉 대사와 함께 무너져가는 북한 정권의 외교적 이미지를 선전하는 데 선봉적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대사관 내 당조직 책임자인 세포비서로서 외교관과 그 가족들의 사상교육 업무도 관장해 왔습니다.]

태 최고위원의 역사관, 어제 또 다시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죠. KBS의 한 역사 프로그램이 발단이었는데요.

[KBS '역사저널 그날' (1월 22일) : 김구는 미군정하고 좀 껄끄러웠어요. 왜냐면 김구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라…' 그런데 미군정은 '인정할 수 없다…' 김구 선생님은 사실 중국에서 투쟁을 해오신 분이잖아요. 그것밖에 모르시는 분이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근대 정치부에서 권력의 본질을 알고 외교, 어떤 세련됨 이런 걸 느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수 위였을 겁니다. {김구 선생은 아마 강골의 이미지가 컸을 겁니다.}]

태 최고위원은 "이승만 대통령은 '통일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김구 선생은 마지막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암살됐다는 식으로 역사를 다루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는데요. 김구 선생이 지나치게 미화됐다는 취지입니다. 오히려 김구 선생은 김일성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월간조선, 어제 / 음성대역) :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겠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겁니다.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겁니다.]

4·3 사건에 이은 역사 논쟁 시즌2인데요. 태 최고위원은 이런 사례가 남한의 좌파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럼 태 최고위원이 북한에서 배워온 역사는 모두 진실인 걸까요? 사실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껴 탈북한 건 태 최고위원 본인이죠. 탈북 이후에는 남한 체제의 우월성과 역사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왔는데요.

[태영호/당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2017년 12월 11일) : 우리에게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경제력이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습니다. 각종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자랑스러운 민주화 투쟁 역사와 경제적 성과, 그리고 인간의 고유한 권리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심지어 남한의 미디어 문화에 그 누구보다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4·7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유튜버로 변신해 각종 '부캐'를 선보였죠. 태미넴과 태록홈즈, 여기에 먹방까지 소위 조회수 대박을 터뜨렸는데요.

이런 태 최고위원이 역사관 만큼은 여전히 북한에 머물러 있는 현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데요. 남한의 자아와 북한의 자아 사이 원만한 합의가 필요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진중권/광운대 특임교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 4일) : 북한에서 나온 분이 아주 역설적으로 북한 정부의 말을 믿어버리는 이런 역설인 데다가 사실 이게 양민을 학살했던 학살자들의 논리거든요.]

당장 민주당은 태 최고위원의 망언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장경태/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망언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어제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은 김일성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며 김구 선생의 명예를 폄훼하고 비난하였습니다. 김구 선생의 명예를 훼손한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국민의힘의 책임있는 조치를 지켜보겠습니다.]

당내에서도 태 최고위원에게 자중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죠. 북한에서 배운 역사적 지식은 넣어두라는 겁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국내에도 40대, 50대 중에 일부 사람들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왜 그렇겠습니까? 성장 과정에 잘못 배웠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마 태영호 최고가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하다 보니까 우리 역사에서는 그것을 갖다가 김일성 교시에서 발생된 폭동이라고 정의하지 않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다르죠.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

논란이 커지자 김기현 대표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태 최고위원를 불러 경위 설명을 듣고 주의를 줬는데요.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역사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였습니다. 국민의힘 윤리위, 내일 정식으로 출범을 앞두고 있죠. 5·18 관련 실언 등으로 문제가 된 김재원 최고위원과 함께 태 최고위원도 윤리위에서 징계 심사를 받게 될 전망인데요. 주체 사상에선 빠져 나왔지만 북한에서 배운 역사의 늪에선 빠져 나오지 못한 태 최고위원, 역사 인식 마저 무사히 전향할 수 있을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3년 전 태 최고위원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태영호/당시 미래통합당 의원 (2020년 7월 23일) :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사상 전향했느냐'고 계속 물어봅니다. 대한민국에 와서 저는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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