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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도청 의혹 문건 유출자는 '군 기지 근무자'" 보도

입력 2023-04-13 18:34

도청? 간첩? 민주당 "뭐가 됐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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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간첩? 민주당 "뭐가 됐든 문제"

[앵커]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의심 문건 '의혹은 거짓'이고 문건은 '위조'라고 했던 우리 대통령실의 입장과는 달리 미국은 문제의 문건이 작성된 날짜까지 특정하면서 '민감한 기밀문서가 무단 공개됐다'고 밝혔습니다. 문건 유출의 당사자는 '군 기지 근무자'라는 구체적인 보도까지 나왔는데요. 류정화 상황실장이 관련 속보를 자세히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지난 11일) : 양국의 견해가 일치합니다.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되었다. {미국 측에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전달하실 계획이세요?} 할 게 없죠.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거니까.]

미국을 방문중인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문제의 문서는 위조고, 미국에 입장을 전달할 계획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죠. 양국 국방장관 통화결과, '위조' 즉 가짜라는 데 견해가 일치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민감한 기밀 문서의 무단 공개" 즉 '유출'로 규정하고,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밝혔는데요. 우리 정부의 말처럼 '위조된 가짜'라고 덮어두고 넘길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로이드 오스틴/미국 국방장관 (현지시간 지난 11일) :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문건의 출처와 확산된 범위를 규명해 낼 때까지 모든 부분을 자세히 살피고 들여다볼 것입니다.]

해당 문서는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들을 위한 정보 브리핑 문서로 보인다', '관련 정보에 접근가능한 사람들을 조사하겠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보도인데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유출된 문서들의 날짜도 특정했습니다. 2월 28일과 3월 1일입니다.

[로이드 오스틴/미국 국방장관 (현지시간 지난 11일) : 우리는 문건의 날짜가 2월 28일, 3월 1일 거라고 파악했습니다. 온라인상에 다른 문서들이 더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건 우리가 더 조사해서 알아내야 할 부분입니다.]

기밀문건 유출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미 군 기지 근무자'라는 구체적인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젊고 카리스마 있는 20대 초중반 총기 애호가라고 보도했는데요. 문건이 유출된 곳은 게임 이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디스코드'라는 메신저죠. 같은 대화방에 있었던 회원을 취재했다고 합니다. 'OG'라고 불리는 이 남성은 처음엔 기밀문서를 손으로 옮겨써서 올리다가 나중에는 직접 문서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고위 비밀문서 취급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주요 사건들이 뉴스로 나오기 전에 예측하는 OG의 일종의 예언 능력이 인상적이었다는 게 주변의 얘깁니다. 이 OG라고 불리는 이 인물은 미국 정부에 적대적이지 않고, 러시아 요원도 우크라이나 요원도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하는데요. 미 국방부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유출된 정보의 규모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외신보도 여기까지 보시고 다시 우리 대통령실의 해명으로 돌아가면요. 문건이 위조됐다는 김태효 차장의 말의 신뢰도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상당수가 위조'라는 말은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거짓이라는 뜻이죠. 문제의 문건 내용 원본이 유출된 후,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됐을 가능성은 제기 됩니다. 민감한 내용인 만큼, 제 3자, 즉 러시아 등 문건의 당사자들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국회에선 도청은 없었고, 상당수가 위조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어느 부분이 진짜고 가짠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상당수가 위조가 됐다', 그럼 '일부는 진짜다'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러면 어느 부분이 진짜고 어느 부분이 거짓인지 밝혀야 되지 않습니까, 상식적으로.]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미국이 연락을 해주지도 않았고, 사실관계 확인 아직도, 아직 안 해줬고, 뉴욕타임스가 확보하고 있는 자료를 다 검토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왜 김태효 차장은 '이 모든 것이 상당 부분 조작되었다'라는 식으로 미국을 감싸는 얘기부터 하면서 미국에 방문했습니까. 이게 국민들을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반면 탈북자 출신의 태영호 최고위원은 어디가 진짜고 어디가 위조인지는 절대 밝혀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감청 첩보 활동은 문재인 정부 때를 비롯해 우리나라도 하고 있고,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하고 있지만, 외부에 유출됐을 땐 '가짜'라고 하는 게 관례라는 겁니다. 이번에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도 같은 입장을 취했단 점을 강조했는데요.

[태영호/국민의힘 최고위원 :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 외부로 유출되었을 때는 대부분 국가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국제관계에 걷잡을 수 없는 후과가 미치기 때문입니다.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위조인지 우리 정부는 절대 확인해 줄 수도, 공개할 수도 없으며,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이미 문건 내용과 관련된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제의 문건엔 한국에 155mm 포탄 33만발을 미국에 보내는 스케줄 표가 포함돼있었죠. 실제로 우리 정부가 155mm 포탄 50만 발을 미국에 보내기로 했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건데요. 다만 '판매'는 아니고 '대여' 방식이라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단 원칙을 지키면서도 미국의 무기 지원 압박에 대응한 거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외교부는 원칙적인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박진/외교부 장관 (어제) : 제가 지금 확인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문건엔 김성한 전 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대화내용도 있었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폴란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지원 하도록 압박하는 데 대한 우려가 담겨있었습니다. 이 시점에 폴란드 총리가 뉴욕타임즈와 인터뷰를 했는데 "우크라이나엔 한국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게 제목입니다. 이를 위해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고요. 이미 무기 전달에 대해선 한국과 대화를 나눴다고도 했는데 실제로 폴란드와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우리 국방부는 답변을 피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 : 폴란드 총리께서 미 언론과 인터뷰를 하신 내용에서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를 합니다. 저희가 확인해 드리거나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한국과의 대화를 했다'라고 언급한 부분이거든요.} 대화의 주체나 내용이 무엇인지는 좀 더 확인을 해봐야 될 것이고요. 정부 입장이 변화된 것은 없습니다.]

문건의 내용이 현실과 유사하다면 뭘로 정보를 수집했느냐에 다시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죠. 대통령실은 '도청'을 부인했지만, 문건엔 신호 정보를 감지했다는 '시긴트' 란 단어가 포함돼있었죠. 미국의 도·감청 여부를 따지고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근데 진짜 중요한 거는 뭐냐. 이 문건이 왜곡이 됐냐, 왜곡이 되지 않았냐가 아니라 불법 감청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닙니까. 장관님 그러면 미국이 대통령실에 대해서 불법 감청을 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아십니까?]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대한민국 주권국가인데 미국은 우리나라 도감청 해도 되는 나라입니까. 우리는 도감청을 당해도 아무 항의도 못 하는 나라입니까?]

[박진/외교부 장관 (어제) :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주권국가로서 도감청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우리가 당당하게 미국과 이야기를 해야 되고 만약에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필요한,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그런데 문건에는 인적 정보, 즉 사람을 통해 들었다는 뜻의 '리포티들리'라는 단어도 들어가 있습니다. 번역하면 '알려졌다' 인 건데요. 신호 정보로 도·감청을 하면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보통은 인적 정보 즉 '휴민트'와 결합해 정보보고서를 쓴다고 하는데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휴민트의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다시 말하면 대통령실 내부에 스파이 혹은 '간첩'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단 겁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는 휴민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리포티들리(reportedly), 저런 용어를 보면 냄새는 나는데 그걸 어떻게 확정할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만약 이게 휴민트라고 하면은 우리 정부, 우리 NSC, 대통령실 왈칵 뒤집어져야 되는 거죠. 아직 모르죠.]

민주당에선 도청이 됐다면 김태효 차장을 경질해야 하고, 도청 없이 정보가 유출됐다면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대통령실이 장악된 것이라고 했는데요.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도청된 적이 없다면, 한동훈 장관이 김성한 전 실장과 이문희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수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음성대역) : 도청된 적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가 미국에 유출했다는 말 밖에 안 됩니다. 도청이 맞다면 국민앞에 위증을 저지를 김태효 차장을 당장 경질하십시오. 대통령실의 안보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의 안보라면 윤 대통령은 주변의 검은 머리 외국인들을 싹 다 쫓아내야 합니다.]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 대통령실이 제대로 나서서 성의있게 설명하고 입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지금까지는 김태효 차장이 공항에서 한 말들만 주로 뇌리에 남아있는데요. "계속 같은 질문을 하면 떠나겠다"고 하는 등 김 차장의 태도가 반발을 샀고 '악의적으로 도청하진 않았다' 말 역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어제) :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죠. 미국이 도청을 인정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지 않습니까. 우리가 진상규명과 또 사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을 훼손하는 게 아니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거든요.]

[천하람/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어제 / KBC 광주방송 '뉴스와이드') : 저는 이런 얘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100%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미국이 우리의 최대 우방이기 때문에 '악의가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건가. 아니 그리고 애초에 선한 의도의 도감청이라는 게 있는 겁니까?]

미국이 '민감한 기밀문서가 유출됐다' 밝히면서 문서는 '위조'라고 했던 우리 대통령실의 입장은 좀 곤란하게 됐는데요. 앞서 대통령실은 문건 파장에 대해 "비온 뒤 땅 굳는 것처럼 한미동맹이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국민에겐 납득가능하게 설명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할 말은 하는 해서 진짜 '비온 뒤 땅 굳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미 언론, '도청'의혹 문서 유출자는 '군 기지 근무자'… 도청? 간첩? 민주당 "뭐가 됐든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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