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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도청 의혹에 김태효 "악의는 아냐"…이재명 "단호히 지적해야"

입력 2023-04-12 18:20 수정 2023-04-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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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대통령실을 미국이 도청했을까요? 대통령실은 '도청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고 문제의 문서는 '위조됐다' 고 일축했지만,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선 미국 정부에 대해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실 김태효 차장의 발언이 오히려 야당의 반발을 키웠습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어제) : 양국의 견해가 일치합니다.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되었다. {미국 측에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전달하실 계획이세요?} 할 게 없죠. 왜냐하면 누군가가 위조를 한 거니까.]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의 도청이 의심되는 문서 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위조됐다"고 했죠. 미국에 도착해서도 '도·감청'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없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문제 없다"고 일축한 건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보름 앞둔 이번 사전 방문에서 '도·감청' 문제는 문제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성한 안보실장의 대화가 조작인 거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을 피했습니다.

[김태효/국가안보실 1차장 :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마시죠. 어제 제가 한마디로 했으니까. {미국 같은 경우에…} 같은 주제로 물어보시려면 전 떠나겠습니다. 됐습니까?]

문서가 "위조됐다"는 것과 "악의는 없었다"는 것 도·감청이 '있었냐 없었냐'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아닙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파장을 줄이려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알겠지만, '도청은 했다는 게 팩트'라고 했습니다 .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도청이 악의적이 어디 있고 선의가 어디 있어요? 그 자체가 불법이고 나쁜 거예요. 양국 국방장관이 전화를 했고, 파장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위해서나 당연한 것 아니에요? 팩트는 도청했죠.]

대통령실은 앞서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며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는 공식 입장문을 냈는데요. 이 입장문의 강조점 오히려 뒤쪽에 있었던 듯 합니다. 급하게 진행된 '대통령실 이전' 때문에 도 감청이 이뤄졌다는 민주당의 의혹제기를 '외교자해행위'라고 지적한 부분입니다. 미국과는 신뢰를 강조한 반면, 민주당의 의혹제기는 강력 비판한 셈인데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야당 비판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비판하며 미국을 향해 공식 사과를 받아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친구의 잘못은 단호하게 지적하는 것이 성숙한 동맹일 것입니다. 정부는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틀어막는 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도청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사실이라면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합니다.]

미국은 아직 관련 수사를 진행중인데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위조다, 한미동맹은 문제 없다" 고 한 점도 민주당은 문제 삼았는데요. 김태효 1차장의 '악의는 없다'는 발언을 들어 "선의라면 동맹국 대상으로 불법 도청해도 된다는 얘기"냐고 되물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우리 대통실은 도청을 아무 일 아닌 듯 축소하려고만 합니다.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엄연히 도청 당사국입니다. 도청 당사국이 인정하는 거 봤습니까. 그런데 왜 도청당한 우리가 먼저 나서 미국과 의견이 일치한다며 감추기에 급급한 것입니까.]

실제 미국에선 문제의 문서가 '위조냐' 즉 진짜냐 가짜냐 보다는, 누가 유출했느냐 얼마나 유출이 됐느냐에 관심이 집중돼있다고 하는데요. 오히려 문서에 담긴 내용 자체는 이미 알려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박상현/재미 칼럼니스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포탄을 전달, 공급해야 되는 과정에서 사실 러시아하고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굉장히 민감한 위치에 있잖아요. 그게 이미 다 잘 알려져 있었는데 확인이 됐구나라는 것뿐이지, 실제로 한국이 이렇게 오고 간 대화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지금 보도가, 거의 보도할 필요가 없는…]

오늘 자 CNN보도를 보면,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문제의 문서들을 보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돼있는데요. 문서의 출처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을 포함한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위해 준비된 정보 브리핑 문서의 일부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공식 문서의 일부가 유출됐다는 거죠. "해당 정보는 정부 관계자 최소 수백명이 접근가능한 정보"라고도 했는데요. 미국 수사당국은 문서가 누구에게 어떻게 배포됐는지 유출의 배후는 누구인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출 이후 일부 위조가 있었을 수 있지만, 문서 자체는 사실이라는 취진데요. CIA국장은 미국 정부가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 번스/미 중앙정보국 (CIA) 국장 : 아주 불행하게도 기밀문서의 유출은 확실히 그 어떤 것 못지않게 강력하고, 공개되지 않은(아직 유출되지 않은) 문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이걸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방부와 법무부는 이제 이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상당히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도청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파장이 일었죠. 역시 동맹국인 독일 메르켈 총리의 휴대폰을 10년 이상 도청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도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요.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고, 도청 기술은 10년 전보다 훨씬 발전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앙겔라 메르켈/당시 독일 총리 (현지시간 2013년 12월) : 친구에 대한 스파이 행위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당시 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2014년 1월 18일) : 우리는 우방과 동맹국 정상들의 대화 내용을 감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힘에서도 도청 사실을 인정하고 대통령실 엄호에 나선 사람도 있었는데요.

[성일종/국민의힘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지금 다반사로 있는 겁니다. 지금 우리만 예를 들어서 집중적으로 했다든지, 했다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이것은 각국의 생존을 위해서 모든 나라가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실의 애매한 해명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여권에서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실은 도청이 안 되고 청와대 보다 더 안전하다"는 해명, 그럼 신호정보 '장비'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시긴트' 가 아니고 정보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얻는 '휴민트'냐고 했는데요. 즉, 대통령실에 스파이가 있단 얘기를 하는 거냐고 한 겁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대통령실 졸속 이전 때문이란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고 싶을텐데 "통신도청을 당해도 심각한 상황인데 내부자 유출로 가면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실의 대응, 결국 이번 달 방미 성과에 달려있을 거란 취지로 말했는데요.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음성대역) : 통신 도청을 당해도 심각한 상황인데 내부자 유출로 가면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결국 이번 도청 사건으로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X2 부스터를 달았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배알도 없었다고 두 배로 욕먹을 것이요. 결과가 좋으면 이번 사건을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해 잘 무마해서 그렇다고 할 테니…]

'한미 동맹'을 강조하더라도 도·감청을 덮는 데 급급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지적, 여당에서 나왔습니다.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다는 영화 '타짜'의 대사를 인용하면섭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 우리 대통령실도 그런 불법 도감청 지대라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그래서 비공식적으로라도 이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파악하셔야 됩니다. 진상규명을 해야 됩니다. 그 일이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한·미 관계가, 이 대한민국 국격에 맞는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이 한·미 관계에 있어서 주종관계 동맹이 아닌 대등한 동맹임을 꼭 보여주셔야 합니다.]

앞선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저자세 외교'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죠. 한미 정상회담은 그래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여권에서도 있는 듯 한데요. 민주당은 지금 야당의 비판을 오히려 지렛대로 삼으라고 했습니다. '총성없는 전쟁'이라 불리는 외교 전장에서 야당은 따질 건 따지고,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하라는 취집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주권국가로서 미국이 도청을 했다고 하면 국민감정과 언론과 야당의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제기를 하는 것을 지렛대로 삼아가지고 외교를 승화시키는 것이 좋지. 무조건 이건 아니죠.]

오늘 오후 있었던 외통위에선 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통령실의 대응을 질타했는데요. 한미 정상회담을 약 보름 앞둔 시점인 건 알지만 주권 국가로서, 또 윤석열 대통령이 계속 강조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대응을 잘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김태효, 미국 도청 의혹에 "악의는 아냐"… 이재명 "친구 잘못 단호히 지적하는 게 성숙한 동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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