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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노미] 100억짜리 최고급 아파트서 층간소음 분쟁 왜?…원인 알아보니

입력 2023-04-07 19:53 수정 2023-04-0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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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캡쳐〉〈사진=JTBC 캡쳐〉

H 아파트는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한남동에서도 가장 비싼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이곳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분쟁이 형사사건으로 번진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아랫집 주민이 층간 소음을 이유로 윗집 현관문을 고무망치로 내려치고 위협했다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실제 윗집의 소음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커뮤니티엔 이 아파트에 층간소음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최고급 자재를 쓴 걸로 유명한, 한 채에 110억원씩 팔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서 정말로 이 정도의 층간 소음이 날 수 있을까요?


◇ 좋은 자재 써도 소음 전달되는 이유... '벽식 구조'

결론부터 얘기하면 날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자재를 써도 소음 차단이 안 되는 건 바닥 구조에 있습니다.

아파트 바닥의 구조는 벽식구조와 기둥식 구조로 나뉩니다.


〈국토교통부 제공〉〈국토교통부 제공〉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벽이 지탱하면 벽식, 기둥이 하중을 지탱하면 기둥식입니다.

벽식은 하중을 견디는 면적이 큰 만큼 소음을 전달하는 면적도 큽니다.

거실을 걸을 때마다 울리는 구조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층간소음도 더 잘 들립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H 아파트도 벽식구조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기둥식 구조의 층간소음 차단 효과는 벽식 구조보다 1.2배 높습니다.

기둥식 구조를 택하지 못하는 건 비용 때문입니다.

우선 벽식구조를 택하면 공사 기간이 더 짧아집니다.

신도시가 생기던 1980년대부터 벽식구조가 아파트 구조의 표준이 됐습니다.

시공비도 더 저렴합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벽식 구조의 평당 골조 공사비는 66만원, 기둥식 구조는 82만원입니다.

벽식이 기둥식에 비해 24% 싼 셈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2007년부터 10년간 공급된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중 98.5%는 벽식이었습니다.

국내 총 주택 중 63.5%가 아파트인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주택 10곳 중 6곳은 벽식구조로 지어진 셈입니다.


◇ 시공사 "바닥 두껍게 하면 수익성 안 나"

벽식구조에서 대안은 없는 걸까요?

H 아파트의 시공사 가운데 하나인 D 건설은 바닥을 두껍게 지으면 소음을 줄일 수 있겠지만 사업성이 문제라고 답합니다.

바닥마다 슬래브를 더 채워넣으면 소음은 줄어들겠지만 건설 자재도 많이 들어가고, 천장이 두꺼워집니다.

건축법상 지켜야 하는 높이 제한이 있는데, 층고가 높아지면 한 층을 덜 지어야 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를 맡기는 시행사에게 수익이 덜 나는 설계를 권할 수 없다는 겁니다.

〈출처=연합뉴스〉〈출처=연합뉴스〉

◇ 층간 소음 나도 건설사는 책임 안 져

분양이 끝나고 층간소음 분쟁이 생긴다 해도 시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작년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로 들어온 층간소음 신고는 하루 100건이 넘는데 말입니다.

시공 시의 층간소음 기준은 국토부가 정하지만, 생활하며 생기는 층간소음 문제는 환경부에서 관리합니다.

문제는 두 부처가 정하는 층간소음의 최저선이 다르다는 데에 있습니다.

현재 국토부가 규정하는 시공사가 지켜야 할 바닥충격음의 기준은 49dB입니다.

한편 환경부가 적용하는 층간소음의 기준은 이보다 더 낮습니다. 주간 기준 43dB(A) 야간 기준 34dB(A)입니다.

dB(A)는 사람의 청감을 반영한 수치로 dB와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요,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말에 의하면 바닥충격음 기준인 49dB를 환산하면 60~65dB(A)이 됩니다.

즉 윗집에서 나는 소음이 34dB(A)이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신고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지을 땐 그보다 높은 수치인 49dB만 충족하면 분양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주거자가 이웃집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시공회사는 법적인 책임을 피하는 겁니다.

층간소음 분쟁이 나도 아직 국토교통부가 건설사에 부과하는 페널티도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층간소음 민원이 많아지자 2022년 8월 이후 사업승인을 받은 시공사를 대상으로 대안을 내놨습니다.

바닥충격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시공사는 주민에게 손해배상을 하거나 사후시공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적절한 손해배상의 가이드라인도 미비하고, 바닥충격음 기준이 일상에서 느끼는 층간소음의 기준보다 훨씬 후하다는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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