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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정면충돌…조수진 '밥 한 공기 다 먹기' 또 설화?

입력 2023-04-05 18:18 수정 2023-04-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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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대해서 첫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가 얼어붙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쌀값 폭락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 없으면 거부권을 철회하라고 오늘(5일) 주장했죠. 다음 주 국회에서 재투표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공기 다 비우기'를 제안했는데,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제14회 국무회의 (어제) :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입니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대한민국의 식량주권 포기 선언입니다. 국민 생명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자충수입니다. 쌀값 정상화법을 거부하는 정부·여당은 대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습니까? 대통령은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거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거부권을 철회하는 게 마땅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1호, 양곡관리법 이었습니다. 이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생법안 1호 이기도 하죠. 정부여당과 야당이 정면 충돌한 모양샌데 대선 연장전 같은 느낌도 듭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을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했고 vs 민주당은 '쌀값 정상화법'이라고 했습니다. 양곡관리법은 민주당 주도로, 혹은 단독으로 국회에서 처리됐죠. 정부여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 입법 독주 저지'라고 봤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했습니다. 거부권의 진짜 이름은 '재의요구권'입니다. 민주당은 당장 다음 주 국회에서 말 그대로 '재의',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요. '재의결'에는 국회 2/3, 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민주당 의석, 169석이죠. 현실적으로 쉽진 않아보입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당은 4월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릴 1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구하겠습니다. 재투표는 우리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절차입니다. 이 재투표 결과 역시 전국의 농민과 국민이 똑똑히 지켜보실 것입니다.]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재의결은 사실은 말씀하신 대로 쉽지 않을 것이고요, 의석수를 보면. 그런데 다른 대체입법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의무매입 조항이 포함된, 아니면 그와 같은 내용의 의무조항이 포함된 법안이라면 그 대체입법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이후 7년 만입니다. 역대 거부권 사례들 좀 볼까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각 한건과 두건 있었고요. 여소야대 국면이었던 노태우·노무현 정부 당시엔 각각 7건과 6건으로 비교적 많았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측근 비리 특검법, 한 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법안은 폐기됐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소야대' 국면임을 강조하는 총선용 '읍소'전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의석수가 부족해서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이거 다 민주당 탓이에요'라고 떠넘기려고 하는 정치적 프레임의 시작이라고 저는 봐요.]

국민의힘은 오히려 '재의결'로 입법을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이 총선용 전략을 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입법 독주에서의 '독선' 프레임을 정부여당에 떠넘기려 하고 있단 겁니다.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똑같이 다시 한번 내년 총선 직전에 재의요구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주고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고…]

'내로남불' 프레임도 양측 모두 가동했습니다. 대통령실은 2019년 민주당의 법안 발의에 "문재인 정부는 왜 반대했겠냐"고 했는데요. 실제 지난 해 4월 문재인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시 쌀의 공급 과잉과 정부 의존도가 커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시장 격리, 즉 정부 수매를 의무화 하기 보다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재량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양곡관리법과 비슷하게 민주당이 단독 추진중인 다른 법안들도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양곡관리법, 아니 그분들이 집권했을 때, 문재인 정부 때는 또 반대했던 분들입니다. 그런데 또 야당이 되니까 지금 또 하겠다 이러고요. 또 말씀하신 방송법, 또 뭐 의료법, 간호사법 해가지고 계속해서 밀어붙이겠다고 하는데 결국 자꾸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하게 함으로써…]

민주당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썼던 페이스북 글을 소환했습니다. 2021년 12월 글인데요. "정부는 30만 톤의 쌀 시장격리 즉 정부 수매에 나서주길 바란다"면서 "늦추고 망설일 이유가 없다.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외면하지 말고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한 발언을 그대로 돌려줬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대선후보일 때 마음 따로, 대통령 되고 나서 마음 따로입니까? 윤 대통령 스스로 내걸었던 공약이야말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아닙니까?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 약속쯤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재의결하려는 이유 '민생법안'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문재인 청와대에서 농어업 비서관을 지낸 신정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쌀값이 더 폭락했다면서 풍년일수록 농민들이 더 힘들다고 했습니다. 신 의원은 양곡관리법 발의자이기도 하죠. 류실장의 '그나저나', 그와 나의 전화 통화 코너에서 직접 통화해봤습니다.

Q. 정부·여당 오히려 쌀값 폭락할 거라는데?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 TF 팀장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정부·여당에서는 얘기하는 게 이제 양곡관리법을 하면 쌀 재배면적이 늘 거다. 오히려 쌀값이 폭락할 수 있다.} 궤변이에요. 지금 궤변이죠. 정부 입장은 이것은 타당성 문제보다도 이재명 민생법안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거예요. 

Q. 실제 농민들이 얼마나 어렵나?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 TF 팀장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가장 큰 문제는 과잉생산이 반복돼서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산량이 평년작만 되어도 쌀이 한 20만톤이 남아도는 이 상황 때문에 농민들은 늘 쌀값에 가슴 졸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적정 재배면적을 관리해서 쌀값을 정상화하자 하는 것이 이 양곡관리법의 기본 취지입니다.]

Q. 쌀 의무수매보다 사전 생산조정이 핵심?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 TF 팀장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역대 정부가 생산 조정을 했을 때 놀랍게도 초과생산이 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책임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사후적으로도 이 시장경제에 의무를 준 거죠. 안전장치일 뿐이지, 실제로 10년에 한 번이나 (의무수매가) 발동할, 아니 20년에 한 번도 발동이 안 될 겁니다.]

Q. 양곡관리법 통과 후 추가 쌀 재배 면적도 전량수매?

[신정훈/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 TF 팀장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만약에 재배면적이 늘어나서 초과생산이 발생하면 정부가 의무매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그런 예외조항을 지금 담고 있어요. 정부의 우려는 이 법안에서 이미 다 해결되고 있는 건데도 불구하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국민의힘에서도 양곡관리법은 반대지만 쌀값 폭락과 과잉생산에 대한 대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듯합니다. 민생119 특위 위원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은, 특위 차원에서 논의한 대안을 최초 공개했습니다.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입니다.

[조수진/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가령 우리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지금 가슴 아픈 현실 아닙니까? 그렇다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한 거예요.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예, 그러니까… {두 공기 먹기 뭐 이런 거요?}]

그러면서, 여성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밥이 오히려 칼로리가 낮다는 걸 알려나가자고 했는데 설마 여성들이 밥을 많이 안 먹어서 쌀이 남아돌고 쌀값이 폭락했다는 건 아니겠죠.

[조수진/국민의힘 최고위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간다든가, 어떤 국민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당장, 당내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때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준석 전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이걸 가지고 '대안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 갈수록 태산이라고 했는데요. 1940년대부터 밥그릇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진을 올리면서 '밥 한공기 다 비우기'만으론 쌀 소비량 증대에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실효성이 있으려면, 오히려 '밥 그릇 크기 키우기'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음성대역) : 실효적이려면 밥한공기 '다 먹기' 운동이 아니라 '밥 많이 퍼담기' 또는 '두 공기 먹기' 운동이 되어야 최소한 논리적입니다. 1940년대 밥공기 크기로 가면 실질적으로 식당에서 더 많은 밥을 남겨서 더 많이 버리는 방식으로 해결될 것 같습니다.]

김웅 의원은 "뭘 자꾸 먹는 당심 100% 지도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앞서 학생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걸 언급하면서 먹방으로 정치할 거면, 먹방 유튜버로 유명한 "쯔양이 당 대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썼습니다. 허은아 의원 역시 "양곡관리법 대책이라는 정치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자유 대한민국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냐. 밥을 반그릇 먹든 다이어트를 하든 그건 국민의 자유고 선택"이라고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기현 대표 조 최고위원의 아이디어에 대해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냐"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습니까? 그냥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씀한 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표님, 민생특위가 지금 희화화되고 있는데…} 희화화되고 있는 건 아니죠. 아니, 민생특위 지금 활동 시작했는데 뭘 희화화됐어. 지금 해야 될 일들이 많은데…]

민주당 역시 비판에 나섰는데요. 이재명 대표는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 우수 품종 생산을 제어하고 자살을 막기 위해 '번개탄 생산'을 막는 게 윤석열 정부라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쌀값대책으로 밥한공기 다 먹기? 더 먹기? 진짜… 정말입니까? 밥한공기 다먹기?]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밥한공기 다먹기. 조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한 겁니다. 그러면서 요즘 여성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다 안 먹지 않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황당무계한 발상이어서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어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연탄… 생산 안 한다… {그건 번개탄. 자살 방지를 위해서 번개탄 생산 안 하겠다} 이분들은 좀…]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에 대한 논란이 일자 조수진 최고위원은 "민생 119특위 회의에서 나온 몇 아이디어를 소개한 발언의 진의를 왜곡해서 선전 선동을 하는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생 아이디어를 정쟁으로 몰지 말라면서, "이재명 대표도 성남 시장 시절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쳤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양곡관리법' 두고 정면 충돌한 윤석열 대통령 vs 이재명 대표…조수진 최고위원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또 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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