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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 문 전 대통령, 전언 정치 논란 의식한 듯 잠행

입력 2023-04-0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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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3일) 제주 4·3 추념식에 깜짝 등장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당분간 정치인은 만나지 않겠다며 다시 잠행에 들어갔습니다. 지난달 불거졌던 전언 정치 논란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기승전문재인'을 외치고 있는 국민의힘에 추가적인 공격의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윤석열/당시 대통령 당선인 (2022년 4월 3일) :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입니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4월 3일 제주도를 찾아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1년이 지난 어제, 윤 대통령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등 시급한 민생 현안 처리가 불참의 이유였는데요. 그 바쁜 와중에도 윤 대통령이 빼먹지 않은 일정이 하나 있었죠.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건데요. 당장 민주당에선 이런 비판이 나왔습니다.

[박성준/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지난 2일) :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습니다. 어제 대구는 괜찮고, 내일 제주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구하러 대구는 가더라도 4·3 희생자 추모하러 제주에 갈 시간은 없냐는 지적인데요. 빈정 섞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일부러라도 4·3 추념식에 참석할 것이란 예상인데요.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제)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추념식인 오늘, 정작 대통령은 물론 여당의 대표, 주요 지도부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내년엔 총선을 목적에 두고 표를 의식해서 얼굴을 비출 겁니다.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입니다.]

여당은 야당의 반발을 어느 정도 예견했었나 봅니다. 윤 대통령 방어를 위한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었죠.

[김병민/국민의힘 최고위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어제) : 과거에 있었던 현직 대통령의 제주 4·3 추념식 참석을 보게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에 한 번 참석을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 세 번 정도 참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집권하고 있는 한 5년 정도 기간 동안 사실상 매년 모두 일정에 참석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문재인 전 대통령 사례인데요. '문 전 대통령도 매년 참석한 건 아닌데 왜 윤 대통령한테만 뭐라고 하느냐?'는 논리입니다. 다만 이번 윤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은 문 전 대통령 때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문 전 대통령, 2019년에는 보궐선거로 인해 못 갔죠. 지난해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기 때문에 자신은 불참했는데요.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사례이건만 '전 정권 핑계'는 여전히 버리기 어려운 카드인가 봅니다.

[2022 국민의힘 연찬회 (지난해 8월 25일) :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우리가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더 이상은 이제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야당 역시 여당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미리 예측했던 것 같습니다. 아예 문 전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직접 참석하며 맞불을 놨는데요.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입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어제) : 4·3의 완전한 치유야말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에 이르는 그런 길입니다. 4·3을 모독하는 그런 행위들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4·3의 완전한 치유에 이르기까지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는 그런 말씀을 드립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을 때리기 위한 의도된 등판이었을까요? 4·3사건의 배후에 김일성이 있다는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을 겨냥한 셈인데요. 다만 표면적인 참석 명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어제) : 문재인 정부에서 4·3 특별법 개정으로 특별재심과 배보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념식이고, 또 지난 3년간 코로나 거리두기 때문에 제대로 행사를 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 오늘 그런 제약을 벗어나 그래서 많은 도민들이 함께 이렇게 참여하는 추념식이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문 전 대통령도 이번 4·3 추념식에 참석하기까지 고민이 깊었을 듯한데요. 대통령 재임 시절 본인이 여러 차례 공언한 사항 때문입니다.

[2020 신년 기자회견 (2020년 1월 14일) : 대통령 끝나고 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고요.]

[문재인/전 대통령 (JTBC '대담 문재인의 5년' / 지난해 4월 26일) : 어쨌든 퇴임 대통령으로서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히 현실 정치에, 그냥 보통의 시민으로 그냥 은퇴자의 삶을 이렇게 살아가는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또 모범이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죠. 4·3 추념식 참석은 여당에 괜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결정이었을 텐데요. 여기에 지난 달에는 전언 정치로 인한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지난달 17일) :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는 지금 현재 민주당이 총 단합해서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단합, 이 말씀인 건가요?} '잘 해야 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 그 정도 얘기하셨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했죠. 이 발언을 두고 당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난 건데요.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달 17일) : 그거는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하신 거고 전달한 분도 잘못 전달한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문재인 (전) 대통령 꼬붕입니까?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그대로 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문 전 대통령도 자신이 바라는 당의 화합이 오히려 자신 때문에 깨지는 상황은 원치 않았을 텐데요. 이 때문인지 추념식에 참석은 했지만 정치인과의 만남은 배제했습니다. 희생자 유족들만 만났는데요. 이후 측근인 윤건영 의원을 통해 당분간 정치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해왔습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인데요. 윤 의원은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그리고 정치인들을 안 만나시려고 하는 건 아마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에 있었던 이런 메시지를 두고 중구난방 이야기 나오는 거, 저는 이것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저도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대통령께서 그렇게 조금 앞으로는 그런 문제에 있어서 엮이고 싶지 않으시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고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의 깜짝 재등판은 '스노클링(Snorkeling)'이었을까요? 잠수함이 잠시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뜻하죠. 여당 입장에선 갑작스러운 문 전 대통령의 스노클링에 당황하기도 했지만요. 그렇다고 곧바로 다시 잠항에 들어가는 것도 아쉬웠나 봅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당분간'이란 조건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잊히고 싶다'더니 혹시라도 잊혀질까 온갖 이벤트를 했으니 믿기가 힘겹죠?"라고 비꼬았는데요. 문 전 대통령이 어차피 이른 시일 내로 다시 스노클링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 최근 '기승전문재인'을 외치고 있죠. 지지율 회복을 위한 일종의 전략인데요. 지난 정부에 대한 반감을 고리로 다시 기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란 분석입니다. 여당 지도부는 심심찮게 문재인 정부를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원전 지원 국정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달 30일) : 민주당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정조사를 끝내 우긴다면 문재인 정부가 했던, 지금도 베일에 싸여있는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부터 국정조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주당의 양곡관리법을 추진을 비판할 때도 국민의힘은 문재인 치트키를 썼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국가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더 이상 민주당의 선심성 퍼주기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였는데요.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30일) : 민주당은 총선용 '나 몰라라 퍼주기 입법'으로 양곡관리법으로 연간 1조원,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초래한 소위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혈세 보충 방안 연간 5조원, 문재인 정권 때 국가의 미래는 내팽개치고 선심성 복지와 퍼주기 현금 지원으로 국가채무가 5년간 무려 450조원이나 늘어나서…]

지난달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과 관련해서도 문 전 대통령을 거론했죠. 4·3 추념식에는 직접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에는 조화조차 보내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겁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어제) : 얼마 전 있었던 서해 수호의 날에 문재인 전 대통령 조화하나 보내지 않았고 민주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그 누구도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습니다.]

자, 오늘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줌 인'해봤습니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이 스노클링을 하든 잠항을 하든 언제든 필요에 따라 소환하려는 분위기죠. '기승전문재인' 전략,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통할지는 미지수인 듯한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민주당 윤영덕 의원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윤영덕/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그러니까 이런 것도 우리 국민들이 정치권을 혐오하는 그런 발언들인 것 같아요. 남이 못하면 본인이 잘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남이 못했으니까 나도 못한다, 이런 말이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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