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보안국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기자인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진=AP 연합뉴스〉 러시아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인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한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전화 통화에서 석방 문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가디언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현지시간 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전화 회담에서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소속 기자 에반게르시코비치가 구금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게르시코비치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구금된 미국 해병대원 출신 기업 보안 책임자인 폴 휠런의 석방도 요청했습니다.
휠런은 2018년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모스크바에 갔다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 형을 받고 수감 중입니다.
이 밖에도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외교 공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대한 중요성과 관련해서도 논의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석방 요청에 라브로프 장관은 "게르시코비치는 국가 기밀 정보를 수집하려다 적발됐다"며 "게르시코비치의 운명은 러시아 법원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워싱턴과 서방 언론이 이 사건에 정치적인 색을 입히려는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게르시코비치를 간첩 혐의로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구금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게르시코비치가 미국 지시로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가운데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가 나오면 최대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게르시코비치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