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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중고 거래, 지독한 놈 만났다…'중고나라론'의 늪

입력 2023-03-31 10:52 수정 2023-03-31 10:59

입금 받고 핑계 대며 배송 지연 → 신고하면 뒤늦게 환불해줘
사기꾼이 마치 대출(론)을 쓰듯 한다고 해 '중고나라론'...피해 막으려면 '안전결제'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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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받고 핑계 대며 배송 지연 → 신고하면 뒤늦게 환불해줘
사기꾼이 마치 대출(론)을 쓰듯 한다고 해 '중고나라론'...피해 막으려면 '안전결제' 써야

※[깊이보기]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JTBC 모바일제작부 기자들의 취재 결과를 알기 쉽게 풀어 드립니다.

직장인 손모(32) 씨는 최근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중고 물건을 찾았습니다. 그는 판매자와 통화한 뒤 계좌로 돈을 보내고 물건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연락해보니 판매자는 "방문 택배를 접수했는데 택배 회사에서 수거해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손씨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판매자는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판매자와 통화만 다섯 번을 했지만 끝까지 물건은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사기가 의심된 손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판매자에게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판매자는 손씨에게 돈을 돌려줬습니다.

손씨가 돈을 돌려받은 건 입금을 하고 4일이 지난 뒤였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화면. 〈사진=JTBC 캡처〉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화면. 〈사진=JTBC 캡처〉


■ 물건 배송지연 사기 '중고나라론'이란?

손씨가 당한 것처럼 거래를 하기로 해놓고 돈만 받은 후 물건을 보내주지 않다가 뒤늦게 환불해주는 것. 이것을 온라인 공간에선 "중고나라론에 당했다"고 말합니다.

'중고나라론'은 중고 거래사이트인 '중고나라'와 '론(Loan·대출)'의 합성어입니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배송을 지연시키고 돈을 대출금 쓰듯 사기꾼이 쓴다는 데서 이런 이름으로 불립니다.

구체적인 사기 수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계좌 이체로 구매자에게 돈을 받습니다. 이후 '사고로 병원에 와서 배송이 늦어질 것 같다' '지인이 상을 당해서 급히 다른 지역에 가봐야 할 것 같다' 등의 이유로 물건을 보내주지 않으며 시간을 끕니다.

여기서 기존 중고거래 사기꾼들과 다른 점은 판매자가 완전히 잠적해버리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갖가지 사연을 동원해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그 사이 판매자는 피해자에게 받은 돈을 자기 돈처럼, 흡사 대출금 쓰듯 사용합니다. 일부는 이렇게 받은 돈을 불법도박이나 유흥 등에 탕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중고나라론은 있지도 않은 물건으로 구매자들 유인해 '무이자 대출'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는 겁니다.

앞서 손씨 같은 경우 강경하게 대처해 비교적 빨리 돈을 돌려받았지만 2주가 넘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중고나라론 피해를 입은 한 작성자의 글에 달린 댓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중고나라론 피해를 입은 한 작성자의 글에 달린 댓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이런 범행이 처벌로 이어지긴 쉽지 않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면 판매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돈을 구매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 사기꾼들은 환불 과정에서조차 다른 구매자에게 같은 수법으로 돈을 받아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법무법인 창비의 김형진 변호사는 "이런 사례는 처벌하기 쉽지 않다. 고의성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환불까지 결국 해줬다면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더치트 홈페이지 캡처〉〈사진=더치트 홈페이지 캡처〉


■ 사기꾼 연락번호 조회 사이트에 등록도 안 돼…예방하려면 '안전결제' 꼭 이용해야

중고나라론을 하는 이들의 전화 번호는 사기 번호 조회 사이트에서도 확인이 안 된다고 합니다.

손씨도 역시 사기 번호 조회 사이트인 '더치트'에 판매자의 번호를 조회해봤지만 해당 번호로 접수된 피해는 없다고 나왔습니다.

이유는 사기 피해가 등록되더라도 환불 증빙자료가 첨부되면 즉시 피해사례가 비공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중고 거래를 할 때는 안전결제를 이용하는 것이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안전결제는 구매자가 돈을 보내면 3자 기관이 가지고 있다가 구매자가 물건을 정상적으로 받았다고 확인했을 때 판매자에게 돈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이에 대해 중고나라 관계자는 "중고나라론은 안전결제가 아닌 직접 계좌로 송금했을 때만 일어나는 일로, 안전결제 말고는 사실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판매자가 충분히 검증된 사람인지 확인하고, 안전결제를 통해 거래를 하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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