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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도연, 17년만 로코 '일타스캔들' 우쭐함 느낀 이유

입력 2023-03-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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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전도연(50)이 tvN 주말극 '일타 스캔들'로 17년만 로맨틱 코미디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체 최고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전도연 표 로코를 기다린 팬들이 많았지만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상황. 그녀는 용기 내 도전했고 선입견에 둘러싸인 로코의 나이 장벽을 깼다. "나이가 들어도 로코를 할 수 있다. 로코는 젊은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소신을 드러냈다. '칸의 여왕'다운 멋짐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전도연은 '일타 스캔들' 남행선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남행선이란 인물로 들어가기까지 힘들었다. 나보다 텐션도 높은 친구고 대사도 많고 호흡도 빨라 따라가기 버거웠다. 초반엔 확신이 부족해서 감독님에게 끊임없이 확인하곤 했다. 근데 어느 순간 남행선 화가 됐다. 내가 하는 것들에 대해 그게 전도연인지, 남행선인지 모르겠지만 캐릭터로 봐주는 순간이 됐다. '그 순간 잘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현장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도 좋아서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끝났을 때 가족과 헤어지는 기분이라 좀 힘들었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배우들과 함께 마지막 방송을 봤다고 들었다.

"첫 방송에 4%로 시작해 17%로 끝나지 않았나. 과분하다는 반응이었다. 다들 너무 기분 좋아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재밌게 본 것 같다."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를 소화해서 반가웠다.

"내 캐릭터가 많이 묻어 있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왜 대사를 외우냐, 입만 벌리면 행선인데'라고 했다.(웃음) 실제 유쾌하기도 하고 밝은 캐릭터인데 오랫동안 무거운 작품을 하니 전도연을 생각하면 어둡고 무거운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았나 싶다. 주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가장 즐거워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전도연의 모습을 봐서 좋다고 하더라."

-여전히 전도연 표 로코는 사랑스러웠다.

"나이 드는 것을 거스를 수 없듯 바람으로서는 마음이 나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철없는 거랑은 다른 것이다. 마음이 늙지 않아서 조금 더 백지인 상태에서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그 인물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꼭 애를 쓰고 그런 건 아닌데 평소 마음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산다."

-촬영장도 정말 유쾌했을 것 같다.

"매 장면 웃음 참느라 힘들었다. 웃음을 못 참아서 운 적도 있다. 그게 (정) 경호 씨한테 물 던질 때였던 것 같다. 너무 찰지게 맞아서 못 참겠더라. 사실은 내 기억으로는 두, 세 번 맞고 오케이 난 줄 알았는데 메이킹 장면을 보고 엄청 많이 맞은 걸 알았다. 치열이랑 초반에 서로 원수 같은 꽁냥꽁냥 에피소드들이 많지 않나. 진짜 유쾌하게 찍었다. 진짜 솔직히 얘기하면 술에 취한 치열이를 업는 신이 있었는데 못 들었다. 경호 씨가 되게 마르지 않았나. 당연히 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남자는 남자더라. 뒷모습은 대역분이었다."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패션 콘셉트 자체도 러블리한 모습이 많았다.

"극 중 설정이 전직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이지 않나. 운동선수분들에 대해 알아보거나 그런 건 아닌데 평소 훨씬 여성스럽더라. 그래서 반찬가게를 하니까 손은 깨끗하지만 옷은 예쁘게 입어보자고 생각했다. 메이크업은 거의 하지 않았다. 반찬가게 사장이다 보니 과하지 않고 편하고 내추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바지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생각은 아니었다. 근데 입다 보니 끝까지 입게 됐다."

-시청률적으로 성과가 좋았다.

"사실 어린 친구들은 전도연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어린 친구들이 팬이라고 하고, 제 딸이 학교 가면 친구들이 엄마 드라마 잘 본다고 한다고 하더라. 이 드라마가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볼 수 있는 작품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일타 스캔들'을 재밌게 봤다. 나의 밝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나한테 저런 모습을 보고 싶었구나 생각하게 됐다."

-하고 싶었던 로코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시청률이 이렇게까지 잘 나올 줄은 몰랐다. 응원해 준 분들이 많았지만 초반에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해냈지 않나. '그냥 전도연이 또 하나 해냈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에 대한 우쭐함이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주고 사랑을 줘 너무 좋았다."

-실제 아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가.

"행선이랑 비슷하다. 관여하고 싶어도 뭘 알아야 할 수 있지 않나. 열심히 해라와 잘해라를 잘 모르겠더라. 어느 만큼 해야 잘하는 건지.. 그냥 아이한테 맡기는 편이다. 대신에 '못하든 잘하든 상관없는데 최선은 다하라'라고 한다. 못하고 잘하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게 최선이면 괜찮다고 한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밝은 캐릭터 자체의 작품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제일 힘든 게 코미디란 장르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것도 연출하는 것도 연기하는 것도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하게 된 건 드라마 '굿와이프'를 제작한 조문주 CP가 맨날 어두운 작품만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자고 하고 대본을 줬는데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 역시 대본을 보고 좋았다. 하지만 너무 들떠 있는 행선이가 부담스러워 못할 것 같다고 거절 전화를 했다. 작가님이 안 하게 되더라고 만나고 싶다고 해서 작가님을 만났다. 작가님이 로맨스 자체가 판타지이지만 현실적인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얘기에 동의가 되어서 하겠다고 했다."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남행선이란 캐릭터에 끌렸던 이유는.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사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런 모습이 와닿았고 응원하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행선이가 초반에 눈치가 없어서 민폐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지 않나. 그런 행선이를 사람들한테 이해받게 하고 싶었다. 내가 행선이를 응원하는 만큼, 자기희생에 토 달지 않고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 열심히 사는 걸 사람들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배 정경호, 노윤서와의 호흡은.

"경호 씨가 나의 연기에 대해 거짓말을 안 한다고 칭찬을 했던데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웃음) 연기는 어떻게 보면 가짜일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진짜, 내가 느끼는 것들을 끌어내는 것 같다. 대본이나 지문에 쓰여 있으면 그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도 하는데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부분들을 경호 씨가 그렇게 얘기해 준 게 아닌가 싶다. 경호 씨가 너무 칭찬을 많이 해서 초반엔 피해 다녔다. 뒤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앞에서 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경호 씨는 일일이 다 눈높이를 맞춰 인사하는 사람이다. 그 진심을 보게 되니 자동적으로 마음이 열렸다. 윤서 씨는 '우리들의 블루스'가 데뷔 첫 작품이라고 하길래 걱정을 했다. 해이와 행선이 극 중 너무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근데 엄청 당찬 친구다. 당차고 기죽지 않고 자기 할 일과 할 몫에 대해 훌륭하게 해내는 친구다. 놀랐다. 진짜 해이랑 많이 닮아있다고 느낀 건 웃는 모습이다. 너무 예쁘다. 극 중에도 '햇살 같은 아이가 나에게 온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런 친구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뭘 해도 잘하지 않을까 싶다."

-딸 해이의 러브라인에서 선재파가 아닌 건우파라고 들었다.

"완전 건우파다. 츤데레가 있지 않나. 선재는 착하고 지고지순한 매력이 있는데 난 그런 것보다 나쁜 남자인데 츤데레 매력이 있는 게 좋다. 연애할 때는 그런 남자랑 해야 하지 않나. 개인적인 취향이다."

-동생과 절친 역으로 나온 오의식, 이봉련과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친숙해져 있어야 하는 가족인데 조금씩 낯을 가리는 사람들이었다. 근데 너무 좋았던 건 그 누구 하나 어색함을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에 그랬다면 불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온전히 그 인물에만 집중했더니 어느 순간 동화가 되어 있더라. 그 인물들의 친밀감이 우리에게도 생겼다. 신기했다."

-극 중 오의식, 이봉련의 러브라인이 갑작스럽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솔직히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인물들이라, 기대했던 신들이라 귀여웠다. 밖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마냥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귀여운 재우랑 영주가 진짜 가족이 되는구나 생각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반응도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시청자들은 너무 가족이라고 보니까 가족 안에 로맨스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쇠구슬 범인이 지 실장인 건 언제 알았나.

"대본을 7부~8부까지 받고 시작했으니 다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알고 나니 무서웠다. 사람이 어떻게 그러나. 또 신재하라는 친구가 마침 범인으로 밝혀질 쯤에 다른 작품 때문에 살을 빼기 시작했다. 진짜 인상이 날카로워지더라."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인 것 같나.

"스스로 영광을 놓쳐본 적 없는 것 같다.(웃음) 내가 선택한 것에 후회도 없고 이거 말고 저거 했으면 하는 이런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내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세다. 어떤 작품 하나 빼놓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일타 스캔들'로 인해 재조명이 됐다. 한 번도 일을 놓은 적이 없고 쉰 적이 없다. 큰 사랑을 받았다고 달라질 게 없지 않나. 그냥 늘 지금처럼 해오던 대로 할 것 같다."

-SNS를 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예전에 싸이월드를 했었다. 치기 어린 사진 올리고 술 먹고 감성적인 글 쓰고 그게 기사화되고 상처받고 그랬다. 그때가 20대 때였는데 사람은 계속 변하지 않나. 뭔가 나쁘게 성장하든 아니든. 근데 사람들은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해서 자꾸 구속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말을 최대한 아끼고 나의 생각은 '나만 알면 되지'란 생각이 들어서 안 하는 걸 택했다. 소통은 작품을 통해서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다."

-나이 들어감에 있어서 오는 조바심이 있나.

"조바심까지는 아닌데 이런 나이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언젠가 오겠지, 나이 들겠지' 하지만 내 현실적으로 눈앞에 왔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음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편안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이 작품을 하면서 로코를 할 수 있는 선입견에 대해 적나라하게 느꼈고 그것이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여전히 나이를 잣대로 들이미는 세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로코는 젊은 친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 들어서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 않나. 10년 후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사람들이 더 나이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배우로 살아가고 싶나.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지 않나.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내게 솔직하고 싶다. 그게 최선이고 진심이고 진정성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일타 스캔들'을 훌륭하게 해냈다. 누군가의 틀을 깬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사랑 이야기는 계속해보고 싶다. 예전만큼 나를 끌리게 하는 절대적인 것까지는 아니지만. (웃음) 그리고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겠더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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