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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장면? 견디고 봐주시길"…'나는 신이다'가 던진 충격·화두·논란[종합]

입력 2023-03-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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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힘들더라도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똑똑히 보고 나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 수 있으실 거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제작한 조성현 PD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분이 이 사건, 이 종교를 인지해서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이미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사회적 변화가 있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냉철하고 면밀한 시선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지난 3일 공개돼, 넷플릭스 한국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뿐 아니라, 9일 기준 홍콩, 인도네시아에서 1위, 대만에서는 2위,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삼엄한 경호 속에서 진행됐다. 간담회장으로 입장하기 전, 장소 안내 문구에도 '기자간담회'라고만 기재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인지 알리지 않았다. 또한, 넷플릭스 측은 "안전상의 문제로 조 PD가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바로 퇴장할 예정"이라고 공지하며, 간담회가 종료되자마자 조 PD를 안전하게 퇴장시켰다.

먼저, 조성현 PD는 이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원래는 이 내용으로 MBC에서 틀려고 했다. 내부적 문제로 한번 엎어졌고, 이후 넷플릭스에 제작을 제안했다. 넷플릭스가 제안을 받아들여서, 2년에 걸쳐 만들게 됐다"며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가 있다. 친구들 중에서도 있다. 그렇다 보니,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였다. 언젠가 한 번은 꼭 다뤄야 한다는 숙제 같은 주제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200명 만났고, 2년간 만들었다."

조성현 PD는 MBC 소속의 연출자다. 그럼에도 지상파 채널인 MBC가 아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를 공개했다.

조 PD는 플랫폼 차이에 따른 제작 방식의 차이를 묻자 "만약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제작했다면 10주 정도의 시간을 들이고 만나는 분들도 적었을 거다. 이걸 제작하며 200명 정도를 만났고 2년간 제작했다. 어떤 방송보다도 훨씬 더 심층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피해자 메이플을 만나서 인터뷰하기까지 40일을 기다렸다. 그가 마음을 먹고 한국에 들어오기까지다. 이걸 'PD수첩'으로 만들었다면, 이 피해자는 아쉽지만 만나지 않는 거로 결정했을 거다. 편성과 제작비에 구애받지 않았던 것이 큰 차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콘텐트를 제작하며 가장 신경 쓴 주안점에 대해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모자이크치고 뿌옇게 '어떤 한 사이비 교주가 신도에게 몹쓸 짓을 했습니다'로 끝나지 않고,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왜 반복되는지 많은 분이 고민했으면 했다. 그런 목적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정성 논란과 마녀사냥

그러나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했던 장면들은 일각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의 녹취가 그대로 흘러나오고, 범행을 재연을 통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의 나체와 사체가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등장한다. 콘텐트 공개 직후부터 선정성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이에 대해 조 PD는 "자극적 연출에 관한, 선정성 키워드가 있는 걸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게 영화나 예능이 아니다. 실제 누군가가 당했던 피해 사실이다. 거기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다뤘는데, 이 종교 단체는 어떻게 존재해 왔을까'란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정명석 씨와 메이플의 녹취를 공개한 것에 대해 말이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이 녹취를 두고 JMS 안에서는 'AI로 조작한 거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체 장면 또한 모자이크된 상태로 여러 번 공개된 바 있는 영상이다. 이것에 대해선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조작해서 저런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 영상의 주인공이 내부자라는 게 밝혀지고 나니,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영상이다'라고 하더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른 방어 논리를 구축해나갈 거다. 어떤 식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한명이라도 사실을 파악해 그곳을 나오게 될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조 PD는 "선정적이다? 그걸 보고 섹스 어필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너무 끔찍한 일이다. 일반적인 보통 감성의 사람들은 그걸 보고 참담함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넷플릭스에서 많은 우려를 표한 바도 있다. 그러나 저는 제작자로서 반드시 가장 앞에 메이플의 녹취를 가장 앞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이플이 한국 방송에 나온 게 처음이 아니다. 근데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가. 분명히 문제의식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에서는 이 형태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신이다'가 화제로 떠오른 후, 곳곳에서 '사이비 종교 신자 색출'이 일어나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일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출연자이기도 한 김도형 단국대학교 교수가 KBS 1TV '더 라이브' 생방송에 출연해 "KBS PD 가운데 JMS 신자가 있다. KBS에 자주 출연하는 통역사도 신자"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KBS는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그룹 DKZ 멤버 경윤의 부모가 JMS 관련 카페를 운영하는 신도란 사실이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이에 경윤 측은 "가족들이 운영하던 업체는 즉시 영업을 중지함과 동시에 특정 단체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확인해 탈교 및 향후 어떠한 관련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른바 '색출 작업'을 두고 종교의 자유에 반한다는 시선도 존재할 터. 이에 조성현 PD는 "취재하면서 정말 놀랐던 것은, 사회 곳곳에 고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도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포진해있더라.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그들이 종교를 믿고 있기 때문에 잘못이라곤 할 수 없다"며 "(KBS 사건을 보면서) 양가적 감정이 들었다. MBC 안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정보가 유출되면서 팀 내 사람까지 의심했다. 팀 내부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도 의심해서 '확인해보라'고 여러 번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을 색출해야 할 것인가. 종교를 그들이 선택했을 뿐이다.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까지 잘못한 사람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 그들이 아니라, 그들이 잘못된 길을 가게 하는 교주와 윗선이 문제인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

"견디고 봐주시길…시청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 자리에서 조성현 PD는 많은 사람이 '나는 신이다'를 꼭 시청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다 날것의 이야기들을 담아낸 이유가 '더 많은 시청자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기 때문이다.

조 PD는 "아가동산과 관련해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다시 들어올 거 같다. 2000년대 초반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바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1화가 시작되고 나서 껐다는 분들이 많은데, 다 보시고 나면 구체적이고 역겨운 장면을 왜 봐야 하는지 3화 마지막에서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거다. 견디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들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방관하면 안 돼"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공개 직후부터 큰 충격을 안기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지난 6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신도 상습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JMS(기독교 복음 선교회) 총재 정명석 씨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왜 우리 사회는 매번 교주들에게 오히려 더 안전한 나라가 되는 걸까. 항상 저도 의문이 드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가 종교에 관해 너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는 거 아닐까. 범죄를 저지르는 종교는 종교성을 인정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전한 조 PD는 "종교 단체에 들어가는 분들이 질적으로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이런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이비 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관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하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조성현 PD. 사진=넷플릭스

메시아가 넘치는 한국…'나는 신이다' 시즌 2 제작될까.

"한국이 메시아가 정말 많은 나라다. 그들이 다 (다큐멘터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조성현 PD. '나는 신이다' 시즌 2 제작 가능성과 관련해 "라디오에서 '준비하고 있는 종교가 있다'고 했는데, 아내가 그걸 듣고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한번 시작한 이야기고, 다루고픈 내용이 많다. 일단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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