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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하 "'대행사' 속 지질 최창수, 진짜 바보 같았다"

입력 2023-03-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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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성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조성하(56)가 JTBC 주말극 '대행사'를 통해 '지질한 최창수'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추가했다.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이렇게 지질한 역할은 없었다고 혀를 내두른 그는 "나와 최 상무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입담과 웃음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진짜 최 상무와 달랐다. 조성하는 두 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자상한 아빠였고 지질함보다는 '꽃중년'의 아이콘답게 훈훈함을 자랑했다.


-최창수를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해 연기했나.

"작품을 봤는데 고아인은 보다시피 성공을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약까지 먹어가면서 성공을 위해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지 않나. 강한나도 재벌 3세지만 천방지축이고 자기 포지션을 회사 내에서 잡으려는 선이 명확했다. 은정이란 인물도 워킹맘으로서 일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간다는 고충이 있었다. 각자 충실하게 포진돼 있었다. 최창수는 무언가 설명돼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항상 1등만 하는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서 대표 자리를 노리는, 성공하고 싶어 하는 인물 그 정도의 설명은 있었지만 여성 캐릭터들에 비해 작품 내용에서 뭔가 설명돼 있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또 고아인이 주인공으로서 더 멋있게 보이려면 악역이 잘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억척스러운 고아인에 비해 최창수가 너무 약해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강화해서 고아인이라는 역할을 도와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찾은 해답은 무엇이었나.

"시뮬레이션으로 계속해보는데 강하게 하니 부딪침이 생기고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제일 자연스러운 설정을 해나간 게 시청자들이 본 그 버전이다. 야비함과 비열함 비아냥 그런 것들이다. 이후엔 그것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톤에 대해 고민했다. 평소엔 중저음이니까 그걸 기반으로 해서 연기를 했는데 여기선 좀 더 톤을 올려서 좀 더 가벼운 느낌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 것들이 시청자들이 볼 때 조금 더 얄미운 캐릭터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할 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최 상무가 아닌가 싶다.

"'실제 이런 인물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시작했다. 아내가 회사에 다니니까 자문을 했는데 '이런 인물은 어딜 가나 있다'라고 하더라. 강약약강 하는 인물은 가는 곳마다 하나씩, 권력 정점 밑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해나가도 되겠다 싶었다. 폴더 인사에서부터 과한 거 아니냐고 하니 '있다'라고 괜찮다고 하더라. 그리고 내 오른팔인 권 CD 역의 김대곤 배우가 잘해줘서 더 잘 산 것 같다. 실제로도 권 CD 같은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했던 것 같다."

-최창수의 패착은 권 CD가 아닌가.

"고아인 쪽에 제작을 하는 TF 팀이 있다. 다섯 명이 옹골차다. 빈틈이 없다. 카피도 두 명이나 있고 아이디어 뱅크도 있고. 고아인 자체도 결단력이나 아이디어가 좋은데 우린 권 CD 하고 나 둘이다. 뭐가 되겠나. 권 CD 하고 백방으로 노력해서 정치를 하려고 하지만 매번 부딪칠 수밖에 없다. 시도하고 넘어지고 시도하고 넘어지는 과정이 많았다."
조성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성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결정적 실수는 뭐라고 생각하나.

"비서실장 대사에도 나오지만 경쟁자를 승진시키는 놈이 어디 있냐. 거기다가 나중에 유정석까지 데리고 오지 않나. 자기 때문에 철퇴를 맞고 나간 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일을 꾸미려고 하니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라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릇은 괜찮았는데 들어 있는 게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들어 있는 게 없다 보니 금방 바닥을 드러내는 행동들을 한 것이다."

-실제 모습과 간극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사실 평소에도 캐릭터를 생각할 때 제일 싫어하는 게 지질한 거다. '지질한 역할은 하지 말자' 그런 주의인데 상지질이를 만났다. '지질대왕'이라고 할 수 있다.(웃음) 권 CD가 아무리 못났어도 좋은 리더를 만났으면 출세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건 최창수가 못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인물을 데리고 가려니 힘들었다. 그래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해를 시키고 어떻게 사랑받게 하느냐 그게 고민이었다."

-시청률적으로 높은 성과를 얻었다.

"전작 '재벌집 막내아들' 끝나고 뒤로 붙는다고 해서 '우리도 수혜를 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4.8%로 시작해 계속 쉬지 않고 우상향 해서 17.3%까지 올라왔다. 작품과 인물들에 대한 애정 없이는 지속해서 사랑받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분들이 크게 관심을 가져준 덕분이다. 감사하다."

-시청자 댓글 중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이번에 세 가지 별명이 생겼다. '개구리 왕눈이' 페페, 가필드, 보거스 이렇게 3종 세트가 있다고 하더라. '내가 두꺼비상이구나, 부자로 살겠다'라며 위안을 삼고 있다. 우리 딸이 '이렇게 비아냥이 센 사람은 처음 봤다'라고 하더라. 이창민 감독도 비아냥 연기가 너무 좋다고 칭찬해 줘서 내가 좀 비아냥 잘하는 걸 알게 됐다."

-가족들의 반응은.

"1회부터 16회까지 가족이 거실에 앉아 내 작품을 지켜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인 것 같다. 끝나고 나면 '늘 너무 좋았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가족들한테 인정받으며 함께 내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고 보람이 느껴졌다. 영화 '올빼미' 시사회 때도 가족들이 같이 보고 너무 좋았다는 평을 해줬다. 더 좋은 작품으로 가족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제삼자의 시각에서 고아인은 어땠나.

"연민이 생기고 안쓰럽더라. 아마 한 번쯤 그렇게 물불 안 가리고 살아본 사람들은 애착이 가고 안쓰럽지 않을까 싶다. 저 자리가 뭐라고 저렇게 자기를 괴롭혀가면서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일까. 나이를 먹으면서 20대, 30대 가졌던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마음을 정리하고 내려놓고 사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기 생각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이다."

-고아인 역의 이보영과 호흡은 어땠나.

"정말 훌륭한 배우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단순히 이 배우가 걸어온 길에 대해 필모그래피를 본 것이 아니라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작업에 참여하는 자세, 주변 스태프와 배우들을 대하는 자세 모두 훌륭했다. 촬영 끝나고 간간히 먼저 치맥을 권할 줄도 아는 여유 있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소통에 힘쓰는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조성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성하,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창수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작가님이 엔딩을 정말 잘 써주겠다고 했다. 근데 개인적으로 착한 척이 낯설긴 하더라. 조금 겸연쩍기도 했다. 병수가 와서 말 걸 때 그 감정선이 아니라 멱살을 잡아야 하지 않나.(웃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작가님이 최선을 다해 최창수의 뒷모습을 인간적으로 써준 것이니 그저 감사하다."

-MBTI를 맹신하는 편인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이걸 가지고 캐릭터 분석을 하는 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관계를 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고 시작한다는 게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딸들이 나는 'ENTJ'라고 하더라."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신인(?) 배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러준 덕분에 좋은 성과가 있었다. 배우는 배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불러줘야 할 수 있고 관객과 시청자들이 사랑해 줘야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좋은 작품만 있다면 언제든지 힘이 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좋은 작품을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 완성도 높은 작품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좀 많이 하고 있다."

-촬영 외 취미 생활이나 관심사는.

"대체적으로 대사를 외우고 대사를 생각하는 시간으로 거의 보내는 것 같다. 되도록 집에 있으면 저녁 한 끼는 가족들과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 외엔 대사 외우는 시간이다. 특별한 약속 있지 않는 한 그게 다인 것 같다. 취미도 특별한 게 없다. 지인들과 시간이 되면 골프 한 두 번 정도 나가는 거 외엔 별게 없다. 재미없게 산다. (웃음) 가족들과 밥을 먹는 게 제일 큰 낙인 것 같다."

-tvN 월화극 '청춘월담'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도 되나.

"아마 뭔가 중요한 일을 하긴 할 것이다. 큰 일을 해내겠다. '청춘월담'에선 아주 선한 역이다. 충신이다."

-올해 활동 계획은.

"당분간은 공개될 작품이 없고 또 작업을 해서 하반기 혹은 내년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내 모토가 '날 만나는 사람 모두를 즐겁게 하자'다. 식구들에게도 하는 얘기가 '웃고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인상 쓰지 말고 웃으면서 살자'다. 그렇게 살고 싶다."

-10년 전 '꽃중년'이란 타이틀로 활약했는데 욕심이 나는 수식어가 있나.

"너무 감사한 수식어다. 그때 드라마 '황진이'로 방송 데뷔를 하면서 드라마 홍보팀에서 '꽃중년'이란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줬다. 꽃중년의 대표 아이콘처럼 됐는데 지금도 그걸 대신할 그런 닉네임은 없을 것 같다. 벌써 '꽃할배'로 가긴 그렇지 않나.(웃음) 아직은 꽃중년으로 좀 더 가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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