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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멍뭉이' 유연석 "'응사'·'슬의생' 댄디남 이미지? 깨부수고파"

입력 2023-03-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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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멍뭉이' 유연석 "'응사'·'슬의생' 댄디남 이미지? 깨부수고파"
배우 유연석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유연석의 지난 20년은 쉴 틈 없이 알찼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속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해 주목 받았고, 이후로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공연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했다. 그중에서도 유연석 하면 '응답하라 1994' 칠봉이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정원 등 특유의 댄디남 이미지가 강하다.

자신의 강점을 스크린으로도 옮겨왔다. 유연석은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멍뭉이(김주환)'에서 반려견 루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인물 민수로 분해 강아지와의 훈훈한 케미를 드러냈다. 또 최근 종영한 드라마 JTBC '사랑의 이해' 속 멜로 라인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유연석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나 됐다니 믿기지 않는다. 나를 부드러운 이미지나 댄디하게 많이 봐주시는데 사실 그 사이에 여러가지 다른 역할들도 많이 했다. 은근히 악역도 했다. 앞으로도 나의 이런 이미지를 계속해서 부러뜨리고 싶은 게 배우로서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물론 어떤 평가가 나올지 모르고 아쉬울 때도 있지만 겁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다음 작품도 연쇄살인마 역할이다. 장르나 캐릭터에 갇혀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인터뷰] '멍뭉이' 유연석 "'응사'·'슬의생' 댄디남 이미지? 깨부수고파"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 연이어 인터뷰를 하게 됐다.
"'사랑의 이해' 인터뷰 이후 일주일만에 또 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보니 '멍뭉이'에 집중하고 싶어서 시간을 냈다."

-시사 후 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린 게 화제였다.
"그런 적이 처음이었다. 공식석상에서 운 적이 없었다. 작품 보다가 슬픈 장면들이 있어도 잘 추스르고 인터뷰 하고 그랬는데 도중에 그런 게 처음이었다. 이 영화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영화의 메시지 이런 것들이 마음에 남아있다 보니까 순간적으로 터져나온 거 같다."

-시사회를 볼 땐 어땠나.
"5~6번은 운 듯 하다. 내가 찍은 작품을 보고 많이 운 게 처음이다. 강아지와 교류가 진짜였다. 그들은 계산하지 않는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루니랑 교감했던 거랑 내가 품에 안고 있을 때 호흡소리가 달라지는구나 싶었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너무 감동이었다. '캐나다 체크인'에서 이효리 씨가 개를 다시 만나는데 알아보는 것도 슬프지 않나. 그런 느낌이었다."

-'캐나다 체크인'을 보면서도 울었는지.
"거기도 눈물의 포인트가 있다. 많은 분들이 그랬다고 하더라. 입양처를 찾다가 내가 키우는 보호소에서 더 좋은 가족을 찾았고, 그 곳에 찾아갔는데 그 아이가 나 또한 기억을 하고 있고 그런 포인트들이 감동적이었다. 찾아가는 과정도 감동이었다. 우리 영화와 순간적으로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루니랑 촬영 끝나고 많이 보고 싶었을텐데 제작보고회에서 재회했다.
"나를 알아봤다. 루니가 표현이 적극적인 아이가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와서 고개를 배 쪽이나 다리 쪽에 파묻는다. 초반에 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있다가 반기고 하는 것들을 훈련사님께서 알려줬다. 이 친구가 좋아하는 반응은 이거다. 오랜만에 봤는데 그렇게 고개를 파묻더라. 2년 반만에 봤는데 감동이었다."
[인터뷰] '멍뭉이' 유연석 "'응사'·'슬의생' 댄디남 이미지? 깨부수고파"

-작품에서 진짜 반려견처럼 친근해 보였다.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똑똑하고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아이었다. 하지만 나를 반기거나 위로하거나 슬퍼해 주고 기뻐해 주고 이런 것들은 훈련으로 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단순히 시간 많이 보내주고 애정 보내주면 알 거라 생각해서 촬영 몇달전부터 자주 만났다. 1~2주에 한번씩 갔었다. 1시간 정도 놀다 오고 촬영할 땐 항상 나랑 같이 있고, 눈만 마주치면 간식도 주고 놀아주고 예쁘니까 데리고 다녔다."

-'멍뭉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촬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다. 원하는대로 촬영 일정이 다 소화되기 쉽지 않다. 해외처럼 더블 캐스팅으로 대역견들이 있고 그런 게 아니다보니 긴장했다. 강아지들의 컨디션을 위해서 노력해도 집중력이 금방 흐트러진다. 강아지들이 쉴 때 우리가 먼저 촬영하고 하는 식으로 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동물과의 촬영이 쉽진 않겠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의미를 느끼고 나서는 이 대본을 다시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당시의 나는 욕심이 있었다. 멀티 캐스팅 대작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멍뭉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이 작품부터 보게 됐다. 유기견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하니까, 내가 이 영화를 안하겠다고 하면 내가 이 아이들을 거절하는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감독님과 미팅하면서 '이 사람 찐이구나' 싶었다."

-배우들이 개런티도 삭감해서 찍었다던데.
"돈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었다. 이 작품에 대한 의미는 반드시 있을거라 생각해서 그런 게 중요하진 않았다. 사실 (출연료를 깎은 것 자체도) 잊고 있었다. 이 영화가 주려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길 바랐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 찍고 카라라는 단체와 임순례 감독님 통해 리타를 입양했다. 내게는 그런 의미의 영화인 듯 싶다."

-차태현과 '종합병원2' 이후 재회했다. 차태현은 유연석에 대해 '잘 키운 자식' 같다고 표현했다.
"너무 반갑고 태현이 형과 같이 한다고 해서 더 반가웠다. 15년 전에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당황도 많이하고 실수도 많이 했다. 태현이 형이 선배고 많이 가르쳐주고 이끌어줬다. 그 때의 추억이 우리 영화에서도 사진 한장으로 담겨있고 오랜만에 영화로 보고 하니까 추억 돋았다. 운명적인 만남이 아닌가 싶다."
[인터뷰] '멍뭉이' 유연석 "'응사'·'슬의생' 댄디남 이미지? 깨부수고파"

-차태현과 15년만에 배우로 다시 만났을 때 달라진 점은. 이번에는 '연석이가 스타가 돼서 1번으로 출연한 작품이라 행복하다'는 말이 감독이었다.
"누가 캐스팅 1번이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굳이 케미를 만들어내고 친해지기 위한 시간들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이미 유대감이 쌓여 있어서 반가웠다. 촬영할 때도 편하고 좋았다. 또 다른 의미로는 예전 추억이 있고 하니까 예전의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는 형제처럼 촬영 했다. 태현이 형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적인 것이나 내가 기대했던 부분을 다 보여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유기견 리타 입양 후 새롭게 느끼게 된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강아지 기를 때 어머니가 도움을 많이 주셨다. 아예 독립해서 키우려고 하다 보니까 어머니가 많이 고생하셨겠구나 싶었다. 그 전에도 펫샵에서 데려온 적이 없다. 다 지인 분들께 입양하거나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익숙했다. 리타 같은 경우는 대형견을 키워본 적은 없었다. 워낙 안좋은 2000마리 가까이 있던 보호소에서 구출되다 보니까 개들이랑 있는 걸 싫어한다. 내가 정을 주면 되겠다 싶었다. 시간 지나니 괜찮아졌다. 정 주고 마음 주고 너무 예쁘다. 함께한지 1년 반 정도 됐다.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생겼다. 내 인생에서 강아지가 큰 존재가 됐다.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 봉사 가서 빗자루질 하는 것도 좋지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뭐가 있을까 하다 보니 이 영화까지 온 거 같다."

-'응답하라 1994'를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기도 했는데 최근에 회동하지 않았나.
"신년회로 만났다. 오랜만에 보게 됐다. 너무 반가웠다. 다들 여전히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 열심히 하고 있고, 10년 전에 촬영했던 이야기를 나눴다. 기회 되면 여행 가자, 프로그램 하자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 했었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이다.
"햇수로 20년이라고 하니까너무 민망한 거 같다. '연기경력 20년 됐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냐' 하니 너무 부끄러웠다. 20년 이런거보다 이제 서툴고 경험이 없다는 핑계는 못대겠다 싶고, 좀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 고르는데 가치관도 달라졌나.
"대중도 나에 대한 편했던 모습은 익숙해하신다. '응사'나 '슬의생'의 그 댄디남 이미지에 익숙한 것이다. 난 그걸 계속 부러뜨리고 싶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단정짓고 싶지 않아서 깨부수고 싶다. 어색할 수 있겠지만 '강철비2' 할 때 북의 지도자 느낌도 그 일환이다. 다음 작품도 연쇄살인마 역할인데 그것도 어색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건 겁을 안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잘해보겠다."

-앞으로의 작품 선택 방향은.
"배우로서 장르나 캐릭터에 갇혀있지 않고 다양하게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이 질리지 않게끔 영화, 드라마, 공연, 예능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정해진 이미지로 기억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내 20년 과정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보일 거다. 앞으로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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