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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연 많게 생겼나요?" 이보영, 로코 도전 꿈꾸다

입력 2023-02-28 16:38 수정 2023-02-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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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배우 이보영(44)이 JTBC 주말극 '대행사'를 통해 첫 오피스물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종회 시청률 17.3%(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의 진면모를 다시금 입증했다. 목표 지향적인 욕망 캐릭터 고아인을 거침없으면서도 리얼하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가는 이보영의 활약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역시 '시청률 보증수표'란 반응을 보이자 이보영은 "시청률이 7~8% 정도 나오다가 마지막에 10% 정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할 줄 몰랐다. 출연작들의 성공 타율이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 운이 좋은 것 같다. 끝까지 잘 써주는 작가님들과 잘 찍어주는 감독님들을 만난 덕분이다"라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종영 소감은.

"작년 6월부터 시작해서 12월 30일 모든 촬영이 끝났다. 배우들이 찍는 동안 으쌰으쌰 하면서 재밌게 찍어서 솔직히 감독님과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우리가 좋았으면 된 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반응도 좋아 진짜 감사하다."

-캐릭터 고아인과의 싱크로율은.

"솔직히 고아인과의 공통점은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웃음) 속으로는 약한데 겉으로 센 척 포장하는 사람은 못 된다. 항상 아인이가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신이 싫었다. 사람 사는 것 같지 않는 적막함이 싫었다. 나와 공통점을 찾자면 그냥 외모만 닮았다."


-조직 생활을 간접 경험해 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회사 다니기 정말 힘들구나, 하루하루가 전쟁터가 맞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저도 제 나름의 사회생활이 쉽지 않지만 조직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배우며 찍었다. 근데 진짜 조직생활을 한다면 이렇게 할 말 다 하면서는 못 할 것 같다. 누군가 대신 판타지로 아인이가 질러주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 같다. 말을 되게 못 되게 하는데 또 다 맞는 말만 하지 않나."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나.

"'이끌던가 따르던가 비키던가'란 글이 담긴 액자를 달던 신이 기억에 남는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짓밟힘을 당하고 처음 반격하는 신이다. 그 신을 찍는데 칼까지 들고 있어서 그런가 문구도 그렇고 상황도 그렇고 재밌었다."


-너무 센 캐릭터라서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부족한 인간이 인간적으로 이상적으로 채워져 가는 과정이 담기지 않나. 아인이가 부족하긴 하지만 미워 보이지는 않고 보는 분들이 내 캐릭터를 응원하길,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삼자의 시각에서 고아인을 바라보며 든 생각은.

"제가 생각할 때 고아인은 뭔가 줄도 없고 연도 없고 부모도 없고 외로운 사람이다. 근데 주변의 인복이 많더라. 조언을 얻는 선배도 있고 병수 같은 오른팔도 있고.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인데 주변의 도움과 협업을 통해 깨달아가는 사람이다. 점점 사람이 되어간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들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독립해서 팀원들 데리고 나와 잘 살지 않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답게 살고 잘 사는 법을 깨달아간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고아인을 연기하며 지난 시간들도 많이 생각났겠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안 좋은 것들을 빨리 잊는 편이다. 사회생활 자체가 어렵지 않나. 살아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잘 버텼다. 잘 버티고 있다. 잘 버티자'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아인이도 그렇고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극 중 인물을 연기하며 영향받았던 것이 있나.


"아이들을 낳기 전엔 그랬던 것 같다. 캐릭터를 떠나보내지 못해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캐릭터 때문에 몇 달 눈물을 흘리고 가슴 아프고 그랬던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 아이들이 8살, 4살이다. 감정을 집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자연스럽게 분리의 기술이 생긴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시끄러운 상황에서 대본을 보고. 그런 기술들이 느는 것 같다. 분리가 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는다. 나도 육아 출근을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직업을 인지하고 있나.

"배우 자체가 뭔지를 모르고 엄마가 TV에 나오고 아빠도 나오니까 다른 사람들도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더라. 딸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할 일 하느라 바쁘고 아들이 열심히 보더니 '엄마 병원에서 울었어'라고 며칠을 얘기하더라. 그게 가슴이 아팠나 보다."


-남편이나 가족들 반응은.

"남편이 재밌다고 하더라. 가족들 모두 재밌게 봐줬다. 엄마랑 아빠도 되게 재밌다고 했다. 저희 집 식구들은 냉정해서 재미없으면 안 보는데 재밌게 봐주더라. 이렇게 센 캐릭터가 많지는 않지 않나. 그래서 찍을 때 정말 재밌게 찍었다. 너무 착하게 생겨서 못되게 안 보이지 않냐고 했는데 이창민 감독님이 '모니터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라고 그랬다. 오피스물을 처음 찍었고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투닥거리며 찍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출근하듯이 떼샷이 있으니 진짜 직장 다니는 것처럼 즐겁게 찍었다."


-TF 팀의 팀워크가 실제로 좋았던 것 같다.


"가족 같이 재밌게 찍었다. 팀원들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좋았는데 결과까지 좋으니까. 내가 봤을 때 '이렇게 하겠지!' 생각한 게 있었는데 그렇게 한 사람이 없었다. (전)혜진이 연기하는 걸 보면 계속 웃어서 NG가 많이 났다. (이) 창훈 씨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쪽으로 연기해서 왈칵 눈물이 나는 신이 많았다. 1부 엔딩에 상무님 승진했다고 하는 신이 있지 않나. 진짜 신선했다. 엇박으로 치는데 진짜 리얼하게 들려서 별거 아닌데 툭툭 감정이 올라오더라. (정) 운선 씨도 승진시켜 줄 때 그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 찍다가 너무 다른 반응이라 눈물이 나려고 했다. 너무너무 좋은 파트너들이었다."

-선배 조성하와의 치열한 신경전 볼거리 중 하나였다.

"조성하 선배님은 악역인데 미워 보이지 않고 귀여워 보이더라. 너무 미워서 저 사람이 보기 싫으면 TV가 보기 싫을 텐데 그러지 않지 않았나. 밑에 있는 권 CD도 하나씩 모자라고. 뒤로 가면서 악역이라고 생각을 안 했다.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조성하 선배님이랑 찍을 때도 좋았고 나은 씨랑 찍을 때도 좋았다."

-배우란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렸을 때는 도망치고 싶었고 현장 가기 무서웠던 시간도 있었다. 이 일이 나와 맞나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정신이 탈탈 털려서 왜 사는지, 뭐 하고 사는지 자체를 몰랐다. 넋이 나가있었다. 그때 촬영 현장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런 사회도 있구나, 이건 나의 길이 아니야 이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연기를 오래 못했던 기간도 있었고 힘든 기간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현장 공기가 좋더라. 뭔가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냥 현장에 나가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게 감사했다. 연기 자체도 재밌어서 어느 순간 '앞으로도 잘 버티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은 직업을 가진 남편(배우 지성)에게 좋은 영향을 받는 편인가.

"연애할 때 작품에 대한 얘길 하곤 했는데 오빠는 늘 신이 나 있더라. 대본엔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옆에서 보는데 신기했다. 관찰하면서 변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저렇게 재밌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게 드라마 '적도의 남자' 때부터였던 것 같다. 작품 선택할 때 남편과 상의를 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각자 좋은 걸 선택한다. 서로 조율하며 '포기해' '안 해' 그런 건 없다. 연기적인 조언도 구하지 않는다. 서로 꽂히는 게 다르고 좋아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지는 않나.

"로맨틱 코미디를 한 적이 없다. 대본이 안 들어온다. 되게 사연이 많게 생겼나 보다.(웃음) 항상 부모 복 없고 사연 많은 작품들만 들어온다. 기본적으로 밝은 성향의 사람인데 밝은 것도 잘한다고 써달라.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그나마 밝은 성격이었다."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보영,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영화에 대한 갈증은 없나.

"영화를 한 10년 넘게 안 했는데 안 들어온 지는 꽤 됐다. 영화랑 드라마를 병행할 때는 두 개가 동시에 들어왔는데 드라마가 더 재밌어서 드라마를 선택했던 것 같다. 드라마 대본은 딱 보이는데 영화는 내가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드라마 쪽으로 마음이 더 많이 가서 항상 드라마 쪽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더 안 들어오게 된 것 같다. 재밌는 작품이 보이면 항상 하고 있으니까 (영화에 대한) 별 생각은 없다. OTT도 대본이 들어와서 재밌으면 선택할 것 같다."

-지금의 이보영을 만든 작품은 뭐라고 생각하나.

"드라마 '적도의 남자' '내 딸 서영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까지 한 달도 안 쉬고 작품에 들어갔던 시기다. 그 시기에 오감, 육감까지 발달해서 섬세하게 집중하고 몰입했었다. 한 신도 놓치지 않으려 연기했고 감정의 진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작품이 끝나고도 힘들었던 것 같다. 되게 잘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시기였다."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가족인 것 같다. 내가 뭔가 좀 더 나은 사람, 건강한 사람이 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가족 때문에 내가 살고 있지란 생각이 든다. 일할 때는 나와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나머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힘들지는 않더라. 너무 빨리 크는 것 같다. 제발 좀 천천히 크라고 하는데 너무 빨리 크는 느낌이다. 육아는 남편과 같이 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다음 작품(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드')이 정해져서 촬영에 들어간다. 다음 작품에서도 전문직이다. 사연도 많고 부모 복도 없고 또 그렇다. 이번 작품도 잘 끝내고 싶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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