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정승길 배우 정승길이 '대행사'에서 마지막까지 품격 있는 연기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정승길은 지난 26일 막을 내린 JTBC 주말극 '대행사'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송영창(강용호 회장)의 오른팔이자 그룹 내 2인자지만 주인보다 뛰어난 VC 그룹 본사 비서실장 김태완 역으로 활약했다.
다양한 관계성에는 차기후계자를 점 찍어두지 않고 멀리서 관망하는 비서실장 정승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비서실장으로 분해 처세에 능하면서도 부드러운 듯 위압적인 모습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정승길은 조복래(강한수)와 손나은(강한나)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으면서 몸 값을 높이며 저울질하다가 극 말미에는 주총장에 들어가려는 손나은을 막아서는 인물로 활약, 조복래의 편에 섰음을 짐작하게 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정승길의 호연은 다양한 쓰임새가 필요한 비서실장 김태완 역할에서 빛을 발했다. 이보영(고아인) 앞에선 낮은 듯 위압적인 자세로 압박했고, 동기인 조성하(최창수) 앞에서는 상대가 내 편인 듯 착각하게 만들지만 쓰임새가 없다고 판단하면 매몰차게 돌아섰다. 선과 악이 극명하게 대비되지 않는 캐릭터를 탁월한 해석력으로 표현해 나가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시시각각 변주하는 연기는 정승길의 등장하는 매 장면을 명장면으로 만들어내며 '대행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던 중 우원 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게 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는 법무팀장 김민상을 일갈하는 정승길의 연기는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보여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기세는 시청자들을 숨죽이고 바라보게 만들었다.
앞서 '대행사' 이창민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비서실장이 법무팀장에게 우원그룹 회장 보석 허가를 받아낼 방안을 찾아내라고 다그치는 장면을 꼽았다. 이창민 감독은 "대본으로 읽었을 땐 크게 재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찍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두 배우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정승길은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대행사'는 광고라는 세계의 이면과 그 안의 여러 욕망을 들여다보게 해 준 작품이다. 드라마를 아껴준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법무 팀장을 일갈하던 장면에 대해 "호흡이 긴 장면이었지만, 법무팀장을 맡은 (김)민상이 형과 호흡이 너무 좋았다. 연극 무대에서 함께 연기한 이후 꽤 오랜만의 연기였지만 현장에서 너무 든든했다. 그 덕에 꽤 긴 호흡이었음에도 잘 흘러갔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1997년 데뷔한 정승길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멜로가 체질', '비밀의 숲2', '육룡이 나르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미스터 션샤인'에선 친일파 이완용으로 활약해 임팩트를 남기는가 하면, '멜로가 체질'에서는 방송국 국장 성인종 역할로 현실에 있을 법한 생활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 영화 '드림에서 축구단의 천덕꾸러기 손범수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예고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