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대행사' 최종회 17.3% 자체 최고‥마지막까지 완벽했다

입력 2023-02-27 08: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대행사' '대행사'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를 향해 우아하게 처절하게 달려왔던 JTBC 주말극 '대행사'가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6일 16회를 끝으로 종영된 '대행사'는 차원이 다른 오피스 전투극으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6.0%, 수도권 17.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이날 방송에는 이보영(고아인)의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선배 장현성(유정석)과 VC기획 박지일(조문호) 대표의 희생으로 퇴사 위기를 모면한 그는 VC그룹 송영창(강 회장)의 막내딸 손나은(강한나)과 손을 잡고, 반격할 기회를 노렸다. 부사장 조복래(강한수)가 이겼다,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 실수할 때만을 기다렸던 것.

그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본사에서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인 배우를 모델로 계약, VC건설에 통보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보영은 대번에 조복래와 해당 배우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가 부회장으로 추대되는 주주총회에서 이 사실을 알려 해당 안건을 무마시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송영창의 지시를 받은 정승길(비서실장)이 모든 책임을 조성하(최창수)에게 전가했다. 장현성이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대기업을 등에 업은 광고대행사의 민낯을 폭로하고, 그 책임자로 자신과 조성하를 지목했기 때문. 어차피 회사를 나가야 될 사람이 짊어지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쓸모가 다 한 조성하는 VC기획에서 내쫓겼다.

경쟁자가 사라졌지만, 이보영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조복래가 부회장으로 취임한다면, 손나은과 함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불보듯 뻔했다. 이에 이보영은 손나은에게 "주주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을 특훈했다. "내용만큼 중요한 게 형식이고, 형식만큼 중요한 게 태도다. 프레젠터의 사소한 표정, 행동, 자세, 이런 요소들이 듣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라며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보영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손나은은 주주총회장에서 제 실력을 십분 발휘, 조복래와 모델의 부적절한 관계를 밝히고, '부정적 이슈로 인한 VC그룹 브랜드가치 손해'를 제대로 보고했다. 또 손나은과 조복래의 무한 경쟁을 바라는 할아버지 전국환(왕회장)의 적극적인 도움과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파혼을 결정한 우원그룹 정원중(김회장)의 결단에 힘입어 조복래의 부회장 추대는 결렬됐다. 대신 그 자리는 박지일이 차지했다. 이보영을 살리는 조건으로 전국환이 요구했던 전쟁터로의 복귀였다.

이제 공석이 된 VC기획 대표 자리는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성과를 낸 이보영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최고가 되면 만족할 것이란 모두의 예상을 다시 한번 뒤엎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녀의 '오장육부' TF 팀원들, 끝까지 의리를 지킨 비서 백수희(정수정)와 함께 작은 독립대행사를 차렸다. 그리고 모두에게 주주의 자격을 부여했다. 안정적인 머슴보다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주인이 되는 길을 택한, 자신의 한계를 남들이 결정하게 두지 않는 이보영다운 행보에 앞으로도 코끼리처럼 길을 터주며 한계 없이 나아갈 그녀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완벽한 엔딩이었다.

뻔한 오피스물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 '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한 발자취는 시청자들이 사랑과 지지를 보냈던 요소였다. 그 중 뭐니뭐니 해도 1순위는 재미였다.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이보영과 사내정치 9단의 능구렁이 같은 조성하의 치밀한 전략이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을 벌이며 재미를 선사했던 것. 이들의 치열한 수 싸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극적 엔딩은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시키며 시청률 상승곡선을 이끈 공신이었다.

두 번째는 회사 생활의 리얼리티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매일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광고인들과 전혜진(조은정)으로 대변됐던 워킹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마! 이게 회사고, 이게 사회생활이다!"라는 짤이 돌거나, "예전 직장 상사가 생각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것 같았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특별한 빌런 없이, 욕망이란 키워드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관계성 역시 '대행사'가 오피스 드라마의 전형성을 탈피할 수 있었던 요인. 서로 가지 못한 길을 걷는 사람이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았던 이보영과 전혜진, 손익계산을 따지는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했지만 종내엔 함께 싸우는 동지가 된 이보영과 손나은 등 워맨스부터, 신분 차이를 넘어 함께 승계 전쟁에 뛰어들며 로맨스 꽃을 피운 손나은과 한준우(박영우)의 러브라인, 그리고 비서실장 정승길, 법무팀장 김민상, 권CD 김대곤 등 세상 모든 '머슴들'의 안심할 수 없는 지위고하 등 이 모든 관계는 스토리 전개 속에서 탄탄하게 빌드업 됐고, 그 안에서 허투루 쓰인 관계성은 단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지난 8주간 진짜 광고 대행사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재미 속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