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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태오 "한국어 연기, 해내야할 숙제"

입력 2023-02-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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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 유태오(41)가 넷플릭스 시리즈 '연애대전'을 통해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며 치유받는 로맨틱 코미디.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최고 순위 3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하며 국내외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유태오는 극 중 톱배우 남강호 역을 맡았다. 일련의 이유로 여자를 싫어하고 의심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다. 여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말이 싫어 커리어는 물론 레이싱, 무술 등 온갖 방면에서 강해진 변호사 여미란 역의 김옥빈과 호흡을 맞췄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 영국 등의 나라에서 거주한 유태오는 아직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진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일부러 한국어가 모국어인 캐릭터를 선택해 연기하려 한다. 그 도전 중 하나가 '연애대전'이다. 10회 분량의 시리즈를 남자 주인공으로 이끌어가면서, 시청자의 몰입을 깨지 않는 한국어 연기에 도전했다.

100점 만점에 100점은 아니다. 여전히 한국어는 완벽하지 않고, 유태오 또한 자신의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 주연작인 '연애대전'을 통해 연기를 향한 유태오의 열정만큼은 100점임을 입증했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로코를 왜 이제야 했나.
"현실상 하고 싶은데 고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2020년 팬데믹 직전에 방송된 '머니게임'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는 캐스팅 멤버들 가운데 4번 악역이었다. 4번으로 올라간 것도 처음이었다. 그 다음 예능에 출연했고, 미국에서 영화를 찍었다. 주인공 제안은 ('연애대전'이) 처음이었다. 선택받는 입장에서 마음대로 안 된다. 로코는 항상 한 번 정도는 하고 싶었던 장르다. 소화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첫 로맨스 주연을 맡은 소감이 궁금하다.
"유쾌하고 시원섭섭하다. 작품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좋다. 섭섭한 건, 내 연기다. 어떤 연기든 다 그렇다. 교포이다 보니 모국어가 한국어가 아니다. 항상 해내야 할 숙제가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해야 하는 거다. 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 나오는 작품들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한국어 연기를 자평하자면. 또 어떤 점을 중점에 두고 연기했나.
"단순히 나의 한국어 연기가 어땠는지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언어 구성을 항상 캐릭터에 맞게 출발하려고 한다. 작가님이 '현빈의 연기를 찾아보라'고 하더라. '시크릿 가든'도 봤다. 잘못하면 여자를 병적으로 싫어하고 의심하는 것이 괴기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였다. 장르가 로코인데 귀엽게 보일 수 있게끔 소화력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캐릭터 구성부터 시작했다. 짱구 캐릭터가 성인이 됐는데,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생겼고, 성인이 되면 어떨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두 라인(현빈과 짱구)을 연구하면서 연습을 시작했다. 어미부터 캐릭터 내공까지."

-현빈과 짱구를 왜 참고했나.
"현빈의 작품을 모르는 게 아니니까. 작가님이 뭘 원하는지 감이 왔다. 현빈을 생각하면 항상 그 장면이 떠오른다. '시크릿 가든'에 나왔던 백화점에서 내려다보는 그 장면. 현빈의 느낌이 있다. 거기서 조금 갖고 오려고 했다. 한 번도 안 해봤던 장르이기도 하고, 유럽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왔으니 전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롤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작해서 벗어나면서 내 것을 찾으려고 하는 거다. (짱구의 경우) 성적으로 귀여우면서 괴기스럽지 않게, 모든 사람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상이 누굴까 생각했다. 신동엽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런 캐릭터들이 있잖나. 재치있게, 순수하게, 자기를 표현하는데 귀엽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캐릭터. 그런 순수함이 포인트다. 본능적으로 짱구에게 마음이 가더라. 그래서 짱구에 빙의했다."

-로코가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하면서도 다시 느꼈다. 드라마나 누아르 같은 장르나, 액션이나 어떤 감정적인 신에서 몰입하고 준비할 때, 그 과정이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런데 코미디라는 장르는 감정적인 과정을 느끼면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연기가 결과주의적인 상황이라서, 항상 더 어렵다고 느껴졌다. 코미디 배우들이, 코미디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이미지 변신이나 연기 변신에 대해 생각하며 연기했나.
"장르가 밝지만, 캐릭터만 보면 밝지는 않다. 가족 트라우마에 관한 스토리가 시나리오엔 더 많이 있었다. 너무 어두울 수도 있기 때문에 (편집된 것 같다). 언제나 이미지를 생각하고 연기해본 적은 없다. 그 캐릭터를 생각하고, 서사 속 캐릭터를 생각한다. 개인적은 이미지보다 작품과 서사 위주로 연기한다."

-배우 캐릭터라 접근이 쉬웠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조사할 것들이 덜하긴 하지만. 흔히 아는 스타의 클리셰들이 있을 수 있잖나. 그 클리셰를 줄이려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걸 넣어야 조금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코미디를 표현할 때 신경 썼던 것은 무엇인가.
"다들 베테랑 배우들이고 너무 잘하니까. 내 템포로 맞추려는 게 버거웠다. 캐릭터를 전달하면서도, 템포를 맞추는 데 살리려고 하는 노력이 도전이었다."

-김지훈과의 남-남 스킨십 신이 재미있었다.
"찍으면서 '아 이제 왔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어떻게 하면 웃기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부담도 없었고, 거부감도 없었다. 열다섯 번 정도 찍었다. 계속시키더라. 해가 넘어가고 그래서 계속 찍었어야 했다. 하하."

-남혐, 여혐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사람은 사람으로 본다. 남혐, 여혐, 나이, 성별로 보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이다."

-김옥빈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옥빈은 베테랑이다. 사실 영화 '여배우들'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배우로서 자기 위치를 아는 사람이다. 여배우 입장에서는 '저 배우는 잘 모르겠는데'라고 할 수 있는데, 김옥빈은 한 번의 의심 없이 끝까지 믿고 함께 해줬다. 너무나 고마웠다. 김옥빈은 현장에서도 기분 좋게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너무 아름다웠다. 기분 좋게 작업했다."

-극 중 멜로의 신으로 나오는데.
"이 작품 전에도 스스로 (멜로를) 잘한다고 생각했다.(웃음)"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아내 니키리의 반응은 어땠나.
"니키리는 단칼이다. 제일 무서운 비평가다. 뭘 잘했는지 제대로 이야기하고, 뭘 못했는지 확고히 이야기한다. 한국어 발음을 연습해야 하는지, 심리적 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기 코치와 뭘 연습해야 하는지, 나의 부족한 습관 때문인지, 제 캐릭터 때문인지, 그걸 또 토론한다. 그런 과정이 재미있다. (아내는) 내가 노력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옆에서 보고 있지 않나. 거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고, 더 노력할 거다. 니키는 그걸 알고 있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캐릭터를 피하려고 한다. 연습하고, 습관을 발전시키고, 그게 모든 사람을 설득할 때까지. 일반 시골 청년이 댓글 올릴 땐 나의 과정에 대해선 아무 관심 없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외국어를 쓰는 역할을 굳이 피할 이유가 있나.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노력은 끝까지 할 거다. 우리나라와 해외, 두 시장을 다 설득하는 게 나의 숙제다."

-외국어가 능숙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콘텐트에 국경의 경계가 없는 시기에는 큰 장점이 될 터다.
"타이밍이 그렇게 됐고, 어떤 기술 때문에 시장이 이렇게 돼버렸기 때문에 장점인 거다. 그 전에는 많은 경험과 많은 개인적인 사연 때문에 그렇게 장점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그 고생들이 지금의 날 만들어줬다고 믿고 있다. 너무나 고마운, 내 인생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새 작품을 공개하며 글로벌 시청자의 호응 기대했나.
"넷플릭스에 고맙다. 보편적인 시장, 보편적인 무대가 될 수 있으니까. 어디를 가든 볼 수 있으니까. 그게 정말 고맙다. 어디를 가나 소수들이 목소리를 얻을 수 있게 됐으니까. 과거의 내가 아웃사이더였으니까. 아웃사이더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전 세계 시청자에게 통할 '연애대전'의 매력은 무엇일까.
"맛으로 따지자면 조화로운 맛을 좋아한다. 한동안 (한국 콘텐트에) 매운맛이 있었으니, 달콤한 맛이 좋아지지 않을까. 우리나라 콘텐트가 한동안은 너무나 재미있고, 때론 많이 자극적이고, 자극성 때문에 집중을 받았다. 근데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잘했던 장르가 로코다. 나오면 분명히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 유태오. 사진=넷플릭스

-배우로서 성장해온 지난 4~5년간은 어떤 시간이었나.
"'레토' 이후 쉰 적이 없다. 차기작 결정을 안 해 본건 6년 만에 처음이다. 작품을 맡아도 불안하고, 안 해도 불안하다. 배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나.
"아직 그 자리엔 전혀 도달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래전부터꿈꿨던 일들이 있다. (목표는) 브래드 피트나 톰 크루즈다. 자기가 할 연기를 충분히 하면서도, 파트너와 같이 공동 제작을 하면서 미래를 키워가는 것이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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