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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20년 넘게 배우 생활, 기특하고 뿌듯"

입력 2023-02-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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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20년 넘게 배우 생활, 기특하고 뿌듯"

배우 배두나가 '다음 소희'를 통해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는 당찬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히 활동중인 배두나에게 '다음 소희'는 규모가 큰 대작은 아니지만 '도희야'로 인연을 맺은 정주리 감독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큰 고민 없이 힘을 보탰다. 배두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역할으로든 감독님 곁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극 중 소희를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하는 사회를 질타하며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참된 어른으로 열연했다.

영화 '도희야', '브로커'에 tvN 드라마 '비밀의 숲'까지 유독 경찰 역할과의 인연도 깊다. 배두나는 "일부러 의식한 건 아닌데 하고 보니 그렇더라. 그렇다고 일부러 피하지도, 차별화를 두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역할을 하려다 보니 겹친 거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배두나는 "'다음 소희'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전개와 연기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부담스러웠는데 감독님이 용기를 불어 넣어 주셨다. 신선한 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20년 넘게 배우 생활, 기특하고 뿌듯"

-정주리 감독과 '도희야' 후 9년만 재회다.
"깜짝 놀랐다. 진짜 이민 가셨나 했다. 연락도 없으셨다. 잘 살고 있는지 기별도 없으셨다. 그런데 여전히 그 자리에서 기억하고 불러주셔서 매일 연락하던 사이보다 더 감동이고 더 고마웠다."

-정주리 감독과는 깊은 동지애가 느껴진다.
"정주리 감독님과의 '다음 소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지처럼 지켜봤다고 해야할 거 같다. 사실 윌 영화는 500~600만 관객이 들 대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하셨다. 고집스러운 게 믿음직스러웠다. 타협하지 않는다. 그걸 옆에서 봤다. '도희야' 때보다 훨씬 리더십이 강해졌다. 원래는 말씀도 잘 안하시고 쑥스러워하셨다. 감독님 멋있다. 나보다 한살 어리지만 내게 있어서 감독은 언제나 어른이다."

-시사회는 어땠나.
"영화 보고 바로 울 거 같아서 따로 받아서 미리 봤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하는 포토타임인데 퉁퉁 부은 눈으로 나갈 순 없었다. '브로커' 때도 못하는 바람에 이번에 더욱 떨리는 자리였다."

-'다음 소희' 완성본은 어떻게 봤는지.
"역시 잘 만들었구나 싶다. 사실 내 연기는 객관적으로 못보겠다. 10년 전에 했던 영화 '코리아'도 이제야 '연기 잘했네' 싶다."
[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20년 넘게 배우 생활, 기특하고 뿌듯"

-영화의 전개가 신선한 방식이다.
"1, 2부로 나뉜 듯한 느낌이라 부담스럽고 걱정됐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잘 할 수 있다고 해주셨다. 감독님이 나를 굳이 부르신 이유는 뭘까 생각했다. 날 것의 연기로 내가 느끼는 그대로 관객과 호흡하려고 했다. 더 오버하지도 않고 너무 참지도 않고 해야겠다 싶었다. 연기적으로 부담스러웠지만, 참신하고 좋았다고 생각한다."

-후배 김시은과 함께했다.
"시은이 장면을 다 모니터링 했다. 너무 놀랐다. 당차고 처음 해도 이렇게 잘하는구나 싶어서 좋았다. 모든 신인들이 첫 작품에서 그 역할로 보인다는 이점도 있지만, 시은이는 진짜 소희의 순수하고 열심히 싸워보려는 패기 그런 게 와닿았다. 정말 잘하더라. 그 친구가 연기하는 걸 보고 이 영화가 정말 좋겠다는 확신이 왔다."

-최근 출연작 중 유독 경찰 역할이 많았다.
"이번에 특히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다음 소희'가 쐐기를 박았나보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형사 역할이 갖는 의미는 바른 말을 하거나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역할로 본다. 작품을 고르면서 형사 역할이라고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러 차별화도 생각하지 않았다. 형사는 직업일 뿐,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이상형 같은 느낌으로 임했다."

-형사 역할인데 일반인을 때리는 장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의 반응을 도저히 못들어주겠어서 순간 경찰인 걸 망각하고 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그 지점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진짜 화가 나는 지점이었다. 회사, 학교, 교육청 가서도 듣고 그럴 때마다 (현실을 보며) 답답함이 커져 갔다. 영화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장면으로 대신한 게 아닌가 싶다."

-해외 촬영으로 인해 칸영화제도 참석하지 못했다.
"'브로커'와 '다음 소희' 둘 다 칸영화제에 초청됐는데 정작 나는 못가서 아쉽다. '브로커'는 한국 극장에서 끝내 못봐서 더 아쉽다. 부산국제영화제도 못 갔다. 지금 유럽에서 개봉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국에 갔는데 놓쳤다. 곧 다른 나라도 개봉한다니까 가볼까 생각중이다. 무조건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

[인터뷰] '다음 소희' 배두나 "20년 넘게 배우 생활, 기특하고 뿌듯"
-'다음 소희'가 여러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기분 너무 좋다. 신기하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내 자식이 나가서 칭찬 받고 있는 거 같아서 좋았다. 그럼에도 국내 개봉이 늘 가장 떨린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게 더 뿌듯하다. 개인적으로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다음 소희', '브로커' 등 바람직한 어른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나도 그 시간을 지나왔다. 지금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 우리 때보단 나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 나오면 꼭 참여하려고 한다.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고발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은 약하고 모르니까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원래 내가 사색도 많고 걱정도 많다. 당장 내 걱정이 없는 나이가 되어서 이런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걱정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 다른 이들을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과,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내 자신이 기특하다. 20년 넘게 여기서 버티고 있는 것도 기특하다. 칭찬해주고 싶다. 난 여전히 배우의 삶을 좋아한다. 아직도 세트에서 '배두나 배우님 들어가실게요' 하고 걸어들어갈 때 스스로 너무 멋있다(웃음). 내 이름이 쓰여 있는 배우 의자도 멋있다. 뿌듯하고 기특하다. 더 할 수 있을 때까지 하자고 다짐한다. 배우는 좋은 직업이다. 내가 굳이 내 입을 통해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영화를 통해, 캐릭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나 사회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세트에서 숨어서 찍다가 '짠'하고 나온다. 너무 재밌다."

-국내와 해외를 오가는 바쁜 삶 속에서 자기 중심을 다잡는 방법은.
"나만의 루틴을 잘 따르는 거 같다. 어느 도시에 도착해도 아침 일과는 거의 똑같다. 땅에 발 붙이려 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한다. 누가 비행기를 태워서 기분 좋게 하려 하면 끌어 앉힌다. 누가 끌어 당겨서 지하 밑으로 끌어 내리면 알아서 올라온다. 멘탈 관리를 한다. 보통 땐 참신하게 생각하고 집에서 나만의 페이스 찾으려고 노력한다. 일할 때 지치지 않으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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