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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바람 불면 냄새…쓰레기 시설 '폭탄 돌리기' 언제까지"

입력 2023-02-20 20:52 수정 2023-02-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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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고 나면 이제 쓰레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그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삶의 터전 근처로 옮겨질 뿐이죠.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평화롭던 마을에 들어선 쓰레기 처리시설 때문에 고통받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권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제가 서 있는 이 땅이 요즘 이 지역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폐기물 매립시설 건설이 예정됐기 때문인데요.

평범한 밭처럼 보이지만 이곳에 산업폐기물 180톤이 매립될 예정입니다.

[윤광열/석포리 폐기물매립장 반대추진 공동대표 : 옴팍한 항구로 좋은 자리였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여기다 폐기물 매립했으면 좋겠다고 판단…]

이곳엔 수달과 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도 살고 있습니다.

[이효성/수리부엉이 지킴이 : 굴착 공사라든가 사업 시행을 하면 동물들은 그 진동이나 소음에 민감하잖아요.]

화성에 매립장이 들어서는 건 처음이 아닙니다.

2.5km 떨어진 주곡리 폐기물 매립장은 1987년부터 10년 동안 운영됐습니다.

문을 닫은 지 벌써 26년, 하지만 땅에 묻힌 56만 톤의 폐기물에서 여전히 침출수가 나옵니다.

침출수를 확인할 수 있는 우물입니다.

수위를 표현하는 막대는 입구부터 하얗게 부식됐고 가까이 갈수록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더는 침출수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민 요구에 관리 당국이 얼마 전에 바닥에 비닐을 깔았는데요, 하지만 비닐이 약해서 이렇게 땅이 보일 정도로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자세히 보면요, 이 비닐은 소나무 방재작업을 할 때 쓰였던 재생비닐입니다.

[정해량/석포리 폐기물매립장 반대 추진 공동대표 : (침출수를) 철저하게 화성시에서 조사를 해라, (그런데도) 안 했잖아요.]

침출수가 땅속으로 스며들며 갯벌 생태계와 주민 삶을 망가뜨렸습니다.

[문창숙/경기 화성시 주곡리 : 조개를 잡으러 가면서 '아 이게 왜 이렇게 나와서 죽지?']

화성시 측은 민간 매립장이라 관여하기 어렵단 입장입니다.

[화성시 관계자 : 경기권에선 매립장을 만들 수 있는 땅이 화성밖에 없어요. (갈등을) 중재했다가는 시가 업체하고 편먹었냐고 그러고 괜히 욕먹어요.]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전북 고창 아산면에는 3년 전, 쓰레기 소각장까지 생겼습니다.

[이경자/전북 고창군 아산면 : 바람이 이쪽으로 불 때 (냄새가) 너무 많이 나. 힘들어도 어째. 우리 주민들 힘으론 할 수 없는 일인데…]

소각장에서 불과 600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도 있습니다.

[장기윤/전북 고창군 아산면 : 도대체 소각장은 절대 안 하기로 했는데… '누구 동네는 똥통이다'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주민들은 많은 쓰레기를 떠넘기기만 할 게 아니라 줄이는 노력부터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상훈/아산면 소각장 반대대책위 공동대표 :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던지기만 하면 책임을 면하는 게 아니다. 왜냐, 그걸 줄여야만 하는 게 공동의 책임…]

주민들은 "언제까지 폭탄 돌리기 하듯 떠넘길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쓰레기는 묻든 태우든 사라지지 않고 마을에 영영 남게 됩니다

불안한 주민들을 설득하는 노력 없이 일부의 희생만을 요구해선 안 될겁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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