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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뷔 20주년' 유연석, 터닝포인트는 '응사'였다

입력 2023-02-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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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제공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제공
배우 유연석(38)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상황. 최근엔 JTBC 수목극 '사랑의 이해'로 진한 멜로 연기를 수놓았다. 시청자들이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강력한 중독성을 발휘한 작품에서 주인공 하상수 역으로 분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여정을 담담하게 담았다.


유연석은 "드라마 본 분들이 열띤 토론을 하면서 시청층이 두텁게 형성된 걸 봤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더라. 보고 있으면 답답한 부분도 많고 속상한 부분도 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어긋난 사람들을 보니 답답한 게 당연한 것 같다"라고 웃으며 "여지를 남겨두는 결말이라 좋았다"라는 만족감을 표했다.

-'사랑의 이해'는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나.

"상수가 온전히 느끼는 감정들에 집중해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야기의 전개나 선택들은 누군가에게 응원받지 못할 수 있고 어떤 시선에선 가슴 아플 수 있겠지만 모든 전개를 이해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상수의 감정을 잘 전달하자' 이거였는데 보는 분들이 드라마 전개는 노이해지만 상수의 감정은 이해가 되고 멜로 눈빛을 장착해서 감정을 설득시킨다고 하더라. 그런 드라마인 것 같다."

-극 중 상수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어떻게 생각하고 연기했나.

"담배라는 설정 자체가 끊으려고 하는데 맘대로 끊어지지 않는 그런 거다. 중간에 담배를 끊는다. 수영을 끊어내려고 하면서 담배도 끊는데 그게 자꾸 쉽지 않은 거다. 안 피우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끊었다고 하는데 뜻대로 안 된다. 다시 피운 건 통영에서 수영과 만남 이후의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뭔가 민박집에서 키스를 하고 나서 그런 표현들보다 흡연이 비유적 표현이라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의 특별한 멜로 지점을 꼽는다면.

"대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상수에게 수영이는 계속 뭔가 생각하게 되고 자꾸 마음 쓰이게 되고 그런 사람이다. 보통 멜로들은 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어 있는데 '사랑의 이해'는 이미 좋아한다고 설정하고 시작한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설정이 '상수는 영포점 여신인 수영이를 사랑한다'였다."

-상수에게 수영이는 어떤 존재였을까.

"수영이에 대한 마음은 망설임에서 비롯된 연민의 마음이 좀 큰 것 같다. 계속 마음 쓰이게 하는 사람이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을 텐데 드라마 초반부에 나의 망설임을 들키게 되다 보니 그때부터 크게 어긋나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계속 생각나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감당의 문제 같지 않다. 감당 안 될 것 같은데도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제공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제공

-상수가 아닌 유연석이었다면 수영과 어긋난 첫 저녁 약속을 어떻게 했을까.

"실제 저라면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빨리 갔을 것이다. 계산도 먼저 중간에 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무슨 주인공이 저녁 한 번 먹기가 이렇게 힘드냐'라고 하더라. 저때부터 시작이었다."

-상수의 감정선이 이해됐나.

"상수가 미경이한테 솔직하게 얘길 하지 않나. 처음에도 '100%가 아니다'라고 하고 마지막에도 '나의 어떤 속물적인 생각들 때문에 이런 상처를 주게 돼 미안하다'라고 하지 않나. 시청자들이 어떤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이해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인 것이지 상수를 연기할 때는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상수와의 싱크로율은.

"상수는 강남 8학군 여유로운 집안의 사람으로 보이지만 어릴 때부터 원했던 건 평범이었다. 나도 어릴 때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교수였다. 지방에 살다가 고등학교 때 갑자기 강남 경기고 8학군에 떨어져서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이나 환경에서 많은 벽이 느껴지더라. 뭔가 남들은 날 그렇게 보지 않겠지만 어릴 때 느꼈던 감정들을 통해 상수가 이해가 됐다.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뭔가 역경을 이겨내고 뭔가를 이뤄낸다거나 여유로운 사람이 누군가를 만난다는 설정이 많은데 상수는 그냥 평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지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가 직업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와 다른 점은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어떤 비슷한 업무를 계속해나가는 부분들이 달랐다."

-사내 연애에 대한 생각은.

"그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자꾸 보다 보니 그 안에서 정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건 머리로 하는 게 아니니까. (웃음) 사랑은 이해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머리가 하자는 대로 마음이 그렇게 안 움직이지 않나. 그게 사랑인 것 같다."

-실제 아이스하키를 해보니 어땠나.

"진짜 전신 운동이다. 다른 운동의 네 다섯 배 운동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무거운 프로텍터를 입고 기본자세가 스쾃에 가깝다 보니 한 시간만 타도 땀이 많이 난다. 운동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아이스하키라는 설정 때문에 링크장에서 미경이랑 데이트하는 신도, 이후에 키스신도 있었다. 덕분에 특별한 설정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제가 경기고 다닐 때 학교 스포츠가 하키였다. 강남 8학군에서 봤을 때 진짜 할 것 같은 운동이었다. 그래서 그런 설정이 들어간 것 같다."

-링크장 키스신이 화제를 모았다.

"키스신 전에 하는 대사들도 좋았다. '졌다, 그냥 수영 씨한테 진 걸로 하겠다'라고 하는 게 시합에서 지고 이기고 가 아니라 끊어내려고 했던 당신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고 졌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 키스신도 바닥이 미끄러우니까 어쩔 수 없이 서로 지탱하며 키스신을 촬영했는데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키스신은 촬영할 땐 예쁘게 담길 수 있게끔 각도를 잘 생각해서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액션신처럼 여러 각도나 설정 같은 걸 계획하고 시작한다. 단순히 감정신이라고 생각하고 다가가면 배우들만 감정을 느끼다 말 수 있기 때문에 액션신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연기한다. 그래야 더 예쁘게 잘 담기더라."

-후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문) 가영 씨 같은 경우 아역 출신이라 연기 경력이 나이에 비해 오래됐다. 신의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더라. 나랑 농담하다가도 금방 집중해서 소화했다. 실제로는 나이 차가 좀 나는데 허물없이 지내줬다. 덕분에 보는 분들이 크게 부담 가지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성숙하게 연기를 해줬다.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중요한 드라마인데 시선 처리, 손 끝 하나 다 디테일하게 잘해줬다. (금) 새록 씨의 경우 정통 멜로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관계성에 몰입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더라. 오빠라고 안 하고 극 중처럼 '선배'란 호칭을 쓰면서 상황에 몰입했다. 후반부 이별하는 신들 촬영할 때 촬영 내내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주변 배우들의 피드백이 있었나.

"황정민 선배님에게 문자가 왔다. '드라마 잘 안 보는데 너무 재밌게 보고 있다'라고 문자를 보내줘 힘이 났다. 선배님이 누아르 장르를 많이 하지 않나. 멜로 하는 거 보니 좋아 보인다고, 잘 보고 있다고 격려해 줬다."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그냥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시공간을 초월한다거나 어떤 다른 장치들이 많은 것보다 우리 옆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게 '사랑의 이해'의 매력이고 보는 분들도 그래서 더 몰입한 것 같다. 잘 만든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가 또 나왔으면 좋겠다. 시청자분들이 인생작이라고, 인생 멜로라고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제공유연석, 킹콩 by 스타쉽 제공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벌써 그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돌이켜 보게 되는 것 같다. 20년이라고 하면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시간인데 '배우로서 어떻게 보냈나? 잘 보냈나?' 이런 걸 물어봤을 때 이 작품이 20주년 해를 맞았을 때 찾아오기도 했고 뭔가 연기적으로도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아 스스로 뿌듯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일단 후회 없이 10년만 어떻게 되든 계속 발 붙이고 해 보자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그때도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 같다."

-과거 작품을 자주 돌아보는 편인가.

"그렇게 계속 찾아보고 그렇지는 않은데 요즘은 OTT(동영상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많이 올라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번씩 보게 된다. 예전 작품들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변함없기 위해,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장르나 캐릭터 구별 없이 계속 작품들을 선택해 나가야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처음 시작했을 때도 멜로나 선한 역할들만 했던 게 아니다. 날 좋아하는 분들에게 안 봤던 모습들을 계속 발견하는 재미를 주고 싶다. 어떤 새로운 인물을 할 때 도망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 장르들을 하려고 했다."

-터닝포인트가 됐던 작품은.

"10년 차 때 만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인 것 같다. 내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많은 분들이 유연석이란 배우를 알게 됐기에 그때를 빼놓고 얘기하기 쉽지 않더라. 최근에 '응답하라 1994' 멤버들과 감독님을 만났다. 10년 전 얘기를 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유연석에게 '내일의 행복'이란.

"자고 일어났을 때 키우는 반려견 리타가 산책 가자고 달려온다. 침대로 뛰어오는데 잠 깨면서 행복하다. 행복하면서도 좀 더 자고 싶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든다. 리타가 핥아주며 애교 부릴 때 행복하다."

-평소 쉴 때 무엇을 하나.

"작년엔 쉬는 시간이 있을 때 골프 치고 그러면서 지인들과 운동하고, 캠핑도 가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리타가 있다 보니 리타랑 같이 갈 수 있는 곳을 간다. 너무 좋다."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호기심인 것 같다. 뭔가 새로운 인물이나 캐릭터들을 만날 때 '어떨까?' 그런 호기심들이 계속 작품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성향상 반복되는 일들은 지루해하는 성격이다. 다행히도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요즘 관심사는.

"영화 '멍뭉이'가 곧 개봉한다. '멍뭉이' 같은 경우 대본 들어왔을 때 이 대본을 거절하면 유기견들, 아가들을 거절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꼭 하고 싶었다. 영화 찍은 이후 리타도 입양하게 됐고 그쪽에 더 관심이 생긴 것 같다. 그제도 SBS '동물농장' 촬영 겸 보호소에 다녀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도와주고 왔는데 기분이 좋았다."

-예능 활약도 두드러지더라.

"얼마든지 열려 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할 마음이 있다. 많은 연락 부탁드린다."

-차기작 '운수 오진 날'에선 연쇄살인마 역을 맡는다.

"악역 같은 걸 예전에 했었는데 나의 날 선 모습들 좋아하는 분들이 있더라. 근래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나 '사랑의 이해'처럼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뭔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웹툰 원작이 있는 드라마 '운수 오진 날' 캐릭터를 보게 됐다. 새로울 것 같았다. 안 봤던 모습을 볼 수 있게 준비를 잘해봐야 할 것 같다."

-40대를 맞이하는 자세는.

"아직 마흔은 아니다. (웃음) 올해부터 만 나이를 쓰지 않나. 이 시점에 '사랑의 이해'란 작품을 하게 돼서 좋았고 지금 나이에 그릴 수 있는 사랑 얘기를 잘 전달한 것 같아 뿌듯하다. 경험이 없어서, 얼마 안 되어서 못한다는 핑계는 못 대는 시점이니까 그에 맞춰 실망시키지 않도록,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킹콩 by 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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