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표현의 정석이다.
영화 '유령(이해영 감독)'이 디테일이 돋보이는 미장센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의 시점으로 작품을 풀어내고자 했던 이해영 감독은 유령으로 활약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점을 잡았기에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비주얼을 필수적으로 생각했다.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충족된 세팅들로 관객들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몰입해 유령을 따라가게 하고자 구성했다.의상, 소품, 프로덕션으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세팅과 영화 곳곳에 섬세하게 녹아 있는 디테일은 스크린 위로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1933년 유령이 활약했던 경성의 한 가운데로 관객들을 이끈다.
이해영 감독에게 '오와 열'이라는 별명이 탄생할 정도로 공들인 '유령'의 핵심 미술 콘셉트는 대칭과 반영으로, 데칼코마니 같은 디테일을 곳곳에 사용해 영화 속 미장센의 중심을 잡았다. 익명으로 자기 존재를 숨긴 채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존재인 유령은 다른 사람 속에 투영된 또 하나의 자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곧 화면 속 대칭과 반영으로 표현되며 관객들이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호텔 로비 중앙에 있는 분수대는 중심에 연꽃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마치 나비 날개를 떠올리게 만드는 형상을, 식당 내 벽화의 완벽한 좌우 대칭도 찾아볼 수 있다.
극 중 주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인 호텔 역시 이해영 감독의 한 땀 한 땀이 담겼다. 30년대 초반 조선이라는 설정 속에서 서양식 호텔 건물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 외딴 벼랑 위 당시 일제가 군대를 이끌고 나라를 점유하면서 군사 용도로 요새처럼 개조했다는 설정을 통해 설득력을 높였다. 여기에 제작진은 "호텔 속에 들어가는 순간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들 역시 압도되었으면 좋겠다"는 이해영 감독의 뜻에 따라 호텔 중간에 커다란 유리로 된 돔을 만들어 층고를 높여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유령'은 30년대 색감을 잡아내기 위해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했고, 시대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촬영을 진행했다. 또 화면비 역시 영화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2.35:1 포맷을 채택, 관객들이 미장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였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 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리는 영화다. 지난 18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