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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231㎝ '박물관 아일랜드인', 240년 만에 영면에 들다

입력 2023-01-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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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헌터리언 박물관에 전시된 찰스 번의 유골. 〈사진=아일랜드 왕립내과대학(RCPI)〉 영국 헌터리언 박물관에 전시된 찰스 번의 유골. 〈사진=아일랜드 왕립내과대학(RCPI)〉
말단비대증을 앓아 키가 231㎝에 달했던 한 남성이 그가 죽고 난 이후 박물관에 전시됐다가 240년 만에 영면에 들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21일 영국 헌터리언 박물관이 찰스 번의 유골을 더는 전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번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번은 1761년 아일랜드 시골에서 말단비대증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말단비대증이란 성장 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신체 말단의 뼈가 과도하게 증식함으로써 손, 발, 코, 턱 등이 비대해지는 만성 질환입니다.

키가 231㎝에 달했던 번은 1781년 런던으로 건너가 자신을 '아일랜드 거인'으로 소개하며 큰 돈을 벌었으나, 1783년 22세의 이른 나이에 숨졌습니다.

많은 사람은 번이 살아있을 때부터 그의 유골을 확보하기 위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에 번은 자신이 죽으면 시신을 무거운 관에 넣어 바다에 가라앉혀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해부학자였던 존 헌터는 번의 친구들에게 500파운드를 지불하고 그의 시신을 빼돌렸습니다.

이후 번의 유골은 헌터리언 박물관에 전시됐고, 이 박물관에서 인기 있는 전시품 중 하나가 됐습니다.

하지만 번의 유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의 유골 전시가 윤리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최근 박물관 신탁위원회는 5년 동안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오는 3월 재개장할 때부터는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헌터리언 박물관의 상급기관인 잉글랜드 왕립의과대학(RCS)의 던 켐프 이사는 "헌터의 행동은 잘못됐다"면서 "번의 유골을 전시하지 않는 것이 잘못을 바로잡는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번의 유골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번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던 작가 힐러리 맨틀은 "번의 유골로 과학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면서 "그를 영면에 들게 해주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마르타 코보니츠 퀸 메리 대학 내분비학과 교수는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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