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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주워도 하루 8천원"…폐지 가격 왜 반토막 났나?

입력 2023-01-08 18:32 수정 2023-01-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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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사람들이 새해 들어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해도 만 원 한 장조차 손에 쥐기 어려울 만큼 벌이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된 건지, 최재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의 한 고물상,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들이 몰려듭니다.

쏟아지는 폐지 더미 사이로 볼멘소리가 섞여 나옵니다.

[폐지 수거인 : 옛날에는 네 번 오면 1만원은 가져갔는데 요새는 5천원도 못 가져가.]

이 70대 여성은 고물상이 문 닫을 때까지 네 번 수레를 비웠습니다.

[2천 6백원. (2천원?) 응. 신문까지.]

이렇게 하루 10시간 동안 주워 모은 폐지로 번 돈은 8천원입니다.

[폐지 수거인 : 너무 많이…너무 많이 줄었어. 너무 힘들고 차 다니는데 위험하고 그런데도 감수하고.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한정란/고물상 직원 : 할머니들이 돈을 받으면 의아해하세요. 너무 적으니까 힘이 든다고. 그런데 할 수 없지 뭐. 시세가 그런 걸.]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든 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지재옥/페지수거인 : 많이 벌면 2만원, 1만원 그렇게 벌죠. 나뿐만 아니라 다 그래요. 그 정도 벌어요. 하루에.]

폐지 값이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재작년말(21년 12월) kg당 153원이던 폐지 가격이 지난달(22년 12월)에는 85원,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가정이나 고물상에서 나온 폐지는 압축장을 거쳐 제지공장이나 해외에 팔립니다.

문제는 공장들이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폐지를 대량으로 사들여 왔는데, 예상과 달리 불황이 계속돼 더 쌓아두기 어렵다는 겁니다.

수출마저 지지부진합니다.

그래서 갈 곳 없어진 폐지가 20만 톤이 넘습니다.

이러다 또 폐지 대란 날까봐 정부가 공급 조절에 나설 정도입니다.

이곳은 축구장 2개 크기의 대형 창고입니다. 주사위 형태의 폐지 더미가 가득 쌓여 있는데 모두 9천톤에 달합니다.

경기 양주 등 전국 6개 창고에 폐지 2만 5천톤을 나눠 비축해 급한 불은 껐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유럽이나 일본에 밀리지 않게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겁니다.

질 좋은 폐지가 많아져야 수출도 늘고 폐지 공급도 숨통이 트입니다.

골판지끼리, 신문지끼리, 종이박스끼리 분리 배출만 잘해도 처리가 쉬워져 잘 팔린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렇게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까지 마구잡이로 뒤섞이면 처리 비용이 들어 재활용도 수출도 어려워집니다.

[박동구/한국환경공단 재활용시장관리부장 : (여기에는 유리병 같은 것도 보이고) 여기 비닐, 그리고 또 박스를 포장하기 위한 포장용지, 이게 다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거쳐 분리 배출 체계를 개선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폐지 수거인들을 위해 공공형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아직 방침이 정해진 건 없습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환경부')
(영상디자인 : 김충현 최석헌 / 영상그래픽 :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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