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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월드컵 위해 스파이까지? 수상한 카타르, 불편한 월드컵

입력 2022-11-11 06:50 수정 2022-11-14 13:59

노동자와 성소수자 인권 무시...'보이콧 카타르' 반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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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와 성소수자 인권 무시...'보이콧 카타르' 반발도

카타르 월드컵은 올바른가. 뒤늦었지만 세상이 질문을 던집니다. 어디까지 진짜이고, 어디까지 사실이 아닌지 모르겠으나 폭로는 계속됩니다. 월드컵 개막이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이 시점에 왜 그럴까요. 그냥 월드컵을 흔들려는 도발은 아닌 듯합니다. 잘못된 것이 똬리를 틀고 있는 걸프 국가의 첫 월드컵, 북반구에서 열리는 최초의 겨울 월드컵을 향한 문제 제기로 보입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와 프라이부크 경기. 축구팬들은 '보이콧 카타르'란 걸개를 내걸었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와 프라이부크 경기. 축구팬들은 '보이콧 카타르'란 걸개를 내걸었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먼저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장을 맡았던 블라터의 뒤늦은 후회가 의미심장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전직 FIFA 회장은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건 나쁜 선택”이라고 고백했습니다. 2010년 자신의 입으로 2022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호명했는데, 12년 전의 그 결정이 잘못됐다고 털어놓은 것입니다. FIFA 부패의 상징으로, 그릇된 축구 정치로 비난을 받아온 블라터가 이 시점에 2022 월드컵 개최 과정의 추악한 뒷거래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블라터는 프랑스와 카타르의 정치적 거래, 그러니까 유럽 지지표를 카타르에 넘겨주고 프랑스는 전투기를 팔아 20조원을 챙긴 것을 꼬집었습니다.
블라터는 FIFA 부패의 상징입니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감춰졌던 부조리를 폭로했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블라터는 FIFA 부패의 상징입니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감춰졌던 부조리를 폭로했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영국 언론 '더 타임스'는 카타르의 뇌물 정황을 추가로 폭로했습니다. 내부 고발자의 말을 인용해 카타르가 2022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FIFA 집행위원에게 20억원씩 뇌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입니다. 카타르는 2010년 12월 FIFA 집행위원회에서 14표를 받아 8표를 받은 미국을 따돌리고 2022년 개최권을 따냈지만, 돈으로 월드컵을 샀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그 문제는 월드컵 개최를 눈앞에 두고도 계속 제기됩니다.

스위스 국영방송 SRF는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를 위해, 또 개최권을 지키기 위해 스파이들을 활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SRF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국영방송 SRF는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를 위해, 또 개최권을 지키기 위해 스파이들을 활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진=SRF 홈페이지 캡처)
이에 더해 스위스 국영방송 SRF가 꺼낸 또 다른 의혹은 충격을 더합니다. SRF는 최근 카타르가 2022 월드컵 개최를 확정하기 전, 그리고 확정한 후 이어온 스파이 활동을 보도했습니다. 대부분 미국의 정보기관 CIA 출신인 스파이 67명을 고용해 9년간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의 축구 고위직들 정보를 캤다는 내용입니다. 악성 메일을 보내 해킹 프로그램을 다운받게 하는 방식으로 FIFA 내부 정보를 수집했고, 이는 카타르 정부로 흘러갔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카타르 정부는 9년간 4억 달러(5500억원)를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월드컵이 개최된 후에도 카타르의 인권, 유치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 때문에 개최권을 박탈할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블라터의 뒤늦은 폭로에 집중했습니다. 블라터는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건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캡처)영국 언론 가디언은 블라터의 뒤늦은 폭로에 집중했습니다. 블라터는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건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카타르는 축구 축제 월드컵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여러 잡음에 휩싸여 있습니다. 11년간 경기장, 도로, 공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6500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숨졌습니다.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는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죽음을 은폐하기까지 했습니다. 최근엔 성 소수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축구 팬들까지 나서 이 월드컵을 보이콧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FIFA는 최근 출전 국가에 특별한 공문을 보냈습니다. "모든 이념적 또는 정치적 싸움에 축구를 끌어들이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제 월드컵 시작되는데 다른 이야기는 그만하고, 축구만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바라보는 카타르 월드컵은 다른 것 같습니다. 축구만 이야기하기엔 불편하고 수상한 게 너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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