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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받은 경찰청장·행안부 장관…책임은 아래로?

입력 2022-11-03 18:18 수정 2022-11-0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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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관련 소식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보고를 가장 먼저 받은 건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순이었는데요. 112 신고는 행안부 상황실로는 아예 전파되지 않는 체계라는 점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쏟아지는 112 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인정하고 수사에 나섰는데, 일선 파출소에선 '꼬리자르기'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관련 소식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뉴스룸' (2017년 2월 2일) : 그래서 역사는 오늘도 우리에게 날 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관절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세월호 관련 앵커브리핑을 다시 꺼내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156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국가는 뭘 하고 있었는지 다시 질문할 수 밖에 없어보입니다. 시민들의 112 신고가 쏟아졌지만 대응은 미흡했습니다.

[JTBC '정치부회의' (어제) : '거의 압사당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다', '대형사고가 나기 일보 직전이다' 같은 신고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요. 신고 장소는 대부분이 참사 장소인 해밀톤 호텔 주변에 몰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11건 중에서 경찰이 직접 출동해서 조치를 취한 건 4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일단, 이 112 신고, 위로는 어떻게 전파됐을까요. 현재 체계에서 경찰의 112 신고는 행안부 상황실로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상 신고와 119 소방신고는 행안부로 가지만 육상 112 신고는 아무리 많아도 전달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행안부는 앞으로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 112와 관련된 사항들은 아직까지 저희가 받을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서, 앞으로 계속 개선해서 받을 수 있도록 이렇게 하겠습니다.]

경찰 보고체계의 문제, 이뿐만이 아니죠. 단적으로 서울 경찰청장과 경찰청장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112 신고가 아니라 119 신고가 소방청을 통해 대통령 국정상황실에 먼저 통보됐고, 윤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건 최초 신고 46분 뒤인 11시 1분이었다고 합니다.

[이재명/대통령실 부대변인 (어제) : 10월 29일 밤 10시 15분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38분 뒤인 밤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합니다. 사고 상황을 확인한 국정상황실장은 밤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께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합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보고를 받은 시각도, 대통령보다 더 늦었습니다. 11시 20분에 비서실을 통해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11시 36분, 용산경찰서장에게 보고를 받았고요. 윤희근 경찰청장이 보고받은 시각은 최초신고 1시간 59분 뒤, 윤 대통령 인지시점보다 1시간 13분 늦은 30일 0시 14분이었습니다. 이미 현장에선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던 시점이죠. 통상 보고는 아래에서 위로 가는 건데, 이번에 보고받은 시점은 방향이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늦은 경찰 보고의 파장일까요. 참사 초기 골든타임 '4분'을 놓친 건 구급차가 들어올 수 있는 교통통제가 안 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란 지적, 나온 바 있습니다.

[김보선/대검찰청 청원경찰 (JTBC '뉴스룸' / 지난달 30일) : 소방대원들, 구조대원들도 거기를 진입해서 뚫고 가지 못하다 보니까 이제 조금 지체가 더 됐었던 부분이었고, 그다음에 이제 교통 차량들도 이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전화도 있었고. 어느 정도 교통이 확보가 됐다 보니 큰 도로에 사람들이 다 누워져 있는 거죠.]

밤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난 사고, 보고 자체가 늦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듯 합니다. 2014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있었던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간과 비교해보겠습니다. 당시 119 신고는 오전 8시 52분에 있었습니다. 강병규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이 보고받은 시점은 신고 33분 뒤인 9시 25분인데요. 이상민 장관이 이번에 신고 1시간 5분 뒤에 보고받은 것보다 오히려 30여분 빨랐습니다. 안전행정부는 6분 뒤 청와대에 보고를 했고요. 8시 58분에 신고를 받은 해경은 38분 뒤 청와대에 보고했습니다. 경찰청장이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를 받은 이번 참사, 경찰청이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로 사고를 보고한 건 이미 대통령이 사고를 인지한지 1시간 4분 후인 30일 0시 5분이었는데요. 보고 체계로만 보면 오히려 세월호 때보다 더 뒤죽박죽이었던 겁니다.

[이상민/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윤석열 정부의 국가의 역할은, 또 국가의 기능은 정지돼 있었다, 또는 망가져 있었다. 보고도 1시간 넘게 사고가 다 나고, 인명사고 나고, 지금 엄청난 사상자가 생기고 난 이후에 지금 보고받았다는 얘기거든요. 보고받아서 뭘 하겠다는 겁니까?]

경찰은 '읍참마속'의 각오로 본인들의 대응까지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죠. 경찰, 특수수사본부는 서울청과 용산경찰서, 구청 등 을 압수수색하면서 강제 수사에 나섰습니다. 112 신고 관련 초기 대응을 다시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참사 신고 5분 뒤 10시 20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1시간 넘게 지난 11시 34분에 서울청장에 보고를 했죠. 현장대응 미흡, 보고지연으로 대기발령 조치됐습니다. 참사 당일 서울청 112 상황실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도 추가로 대기발령 됐는데요. 류 총경, 참사 당시 상황실이 아니라 본인의 사무실에 있었다고 합니다. 사고 발생 1시간 24분 뒤에야 상황실로 복귀했다고 하는데요. 두 사람 모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윤희근/경찰청장 (지난 1일) :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윤희근 경찰청장의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 현장 경찰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책임을 왜 아래로 미루고 '꼬리자르기'를 하냐는 겁니다. 특히 관할인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 직접 비판에 나섰는데요. 언론에 '이태원 파출소'를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156명이 사망한 대형참사의 책임을 지역경찰에게만 묻는 게 온당하냐고 했습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희도 112신고 처리하기에 바쁜 사람들이고, 저희 나름대로 저희 능력의 120%, 130%, 150%까지도 쓰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던 그런 자부심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거를 저희한테 뒤집어씌운다는 거는 좀 저는 경찰 생활에 대한 회의가 너무 많이 듭니다, 지금.]

파출소 차원에서는 휴일·비번인 인력들까지 총동원해서 대응했다고도 했습니다. 파출소장을 비롯해서 총 가용경력이 60명인데 그중 30명이 근무를 했다고 하는데요. 인파 속에서 "사람이 죽고있다"고 혼자 외친 경찰의 영상 화제가 됐죠. 깔린 사람들을 빼내기가 어려우니 골목 뒤쪽으로 올라가서, 인파를 해산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태원 파출소 김백겸 경사입니다.

[김백겸/이태원 파출소 경사 (유튜브 '니꼬라지TV' / 지난달 29일) : 다 이동하세요! 모여 있지 말고… 자 이쪽으로! 이쪽으로! 사람이 죽고 있어요!]

[김백겸/이태원 파출소 경사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현장에서는 정말 저희 이태원 파출소뿐만 아니라 용산경찰서 전 직원들이 나서서 피땀을 흘렸고요. 누구 하나 빠짐없이 노력해서 구조활동을 펼쳤지만 많은 분들이 돌아가신 점에 대해서는 저도 너무나도 비참하고 유족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문제는, 왜 미리 대응하지 못했는가, 왜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하지 못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참사 2~3일 전 용산서와 서울청이 작성한 문건을 보면 이런 혼잡상황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의 경우를 보면, 핼러윈 기간 112 신고가 2배 이상 급증한다, 특히 오후 8시에서 새벽 3시에 전체 신고의 76%가 집중됐다고 분석했고요. 코로나로 주춤했던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112 상황실장등을 현장 배치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파악을 하고도 현장에선 왜 대비하지 못했는지 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행인들이 차도를 점령해 교통정체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대목은, 결과적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차도를 통제해 골목의 혼잡도를 낮추는 등 군중관리보다는 질서유지와 범죄예방 등 치안에 방점을 뒀던 겁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CBS '김현정의 뉴스쇼') : 작년 같은 경우에 기동대가 나왔었습니다. 그때 그 기동대가 나와서 굉장히 많이 수월했습니다. 굉장히 많이 수월했고, 작년에 그런 전례만 보더라도 기동대만 와서 인원을 어떤 흐름을 통제만 해줬어도, 결과론적인 얘기입니다마는 이런 참사는 (안) 나지 않았을까.]

이태원 파출소에선 지난 달 25일,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경찰 내부메신저를 통해섭니다. 실제로는 교통기동대 1개 제대, 20명만 투입됐고, 혼잡관리 보다는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교통정리를 했다고 하는데요. 당일 기동대는 주로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에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서울청에서는 기동대 지원을 요청받지 못했단 입장이어서, 진실 공방까지 벌이게 된 상황입니다.

경찰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의 대응도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참사 대응의 주무부처죠. 윤 대통령의 첫 지시는 행안부 장관 중심으로 대처에 만전을 기하라는 거였습니다.

[이재명/대통령실 부대변인 (어제) : 대통령은 사고 내용과 사상자 발생 가능성 등을 보고받고 현장대응상황을 점검한 뒤 밤 11시 21분, 첫 지시를 내립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 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 이런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대통령의 첫 지시가 있기 1분 전인 11시 20분에 사고를 인지했죠. 현장에 도착한 건 그보다 1시간 25분 늦은 30일 0시 45분이었습니다. 이 장관이 현장에서 정확히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성호/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 {현장에 머물던 45분간 어떤 조치를 취하셨나요?} 그것도 저희가, 저희가 구체적으로 저희가 한번 어떤 조치를 하셨는지 확인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중대본 브리핑, 행안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맡고 있죠. 앞서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 브리핑을 이 장관이 직접 맡았던 것과는 대비되는데요. 대신 이 장관이 이틀째 찾은 현장은, 서울 시청광장의 합동 분향솝니다. 윤 대통령의 오른쪽에 서서 동행하면서 함께 조문을 했는데요. 일각에서 '경질' 혹은 '사퇴'요구가 나왔지만 윤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운 것 아니냐 해석이 나왔는데, 일단 대통령실은 선을 그었고요. 이 장관의 조문 동행,윤 대통령이 직접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장관은 대통령 보다 사고 보고를 늦게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추모가 더 우선이라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 지금은 그런 거보다 이제 사고 수습에 전념하면서 고인들 추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사고 뒷수습 처리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고, 이런 것에 일단 전념을 하고, 사고 원인이나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차례로 다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응, 적절했는지 연일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다정회에서 전해드립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 받은 경찰청장·행안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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