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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의 상흔…"혹시 나도?" 트라우마 확산 우려

입력 2022-11-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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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가 확산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참사를 직접 겪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심리 치료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고 윤 대통령도 조금 전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번 주는 마크맨이 아니라 뉴스체커가 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3일)도 '줌 인'은 '줌픽4'로 구성하라는 복국장의 지엄한 명령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갈 길이 먼 만큼 서둘러 가보겠습니다. 먼저 첫번째 픽의 제목은 < 혹시 나도? > 입니다.

[위트니/미국인 (어제) : 저도 여기 있었어요. 저는 운 좋게도 먼저 현장을 떴는데 제 친구들은 여기서 모든 걸 지켜봤어요. 뭔가 복잡한 감정인데 안도하면서도 죄책감이 들어요. 제 친구도 여기서 죽거나 다쳤을 수 있는 거잖아요. 요새 잠도 잘 못 자는데 꽤나 오래갈 거 같아요.]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집단 트라우마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집단 트라우마'(collective trauma)는 충격적인 사회적 경험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발생하는 정신적 외상을 말하는데요. 전쟁이나 자연재해, 대규모 사고 등으로 인한 집단적 후유증입니다. 앞서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도 상당수 국민들이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던 바 있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 양상입니다. 무엇보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나 현장을 직접 목격한 이들의 트라우마가 심각한데요.

[A씨/시민 (지난 1일) : 시신들을 조금 구조를 해보려고 의료진 친구와 함께 현장에 있었고, 그것이 자꾸 기억이 나고 트라우마가 생겨서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지나가는 추모 글귀만 봐도 많이 그 현장의 상황이 떠오르고, 일상생활을 지금 당장은 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고 그냥, 눈물이 그냥 계속 흐르고…]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과 경찰, 의료진은 다른 성격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 구할 수 있었는데' 하는 죄책감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데요.

[권영준/현장 출동 소방대원 (JTBC '뉴스룸' / 어제) : 가슴 압박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옆에 또 심정지 환자가 옮겨진 거예요. 근데 그 사람한테 아무도 안 붙었어요, 인력이 모자라니까.]

[A씨/현장 출동 소방대원 (JTBC '뉴스룸' / 어제) : 좀 더 빨리 도착을 했고 또 속도가 좀 빨랐고 그랬으면 최대한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었지 않나.]

참사를 직접 겪지 않은 시민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합니다. 희생자의 유가족들은 어떻게 사람이 걷다가 죽을 수 있냐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혹시 나도 그렇게 죽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오현석/홍익대학교 재학생 (지난달 31일) : 저희가 또 홍대잖아요. 그리고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가지고 저희도 누가 계단 위에서 밀어 가지고 깔려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약간 그런 생각, 이런 거 많이 하더라고요.]

당연하게 누리던 안전한 일상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공포인데요. 실제로 서울 일부 지하철 구간의 열차 혼잡도는 참사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1분기 출퇴근 시간대 열차 혼잡도가 가장 심한 지하철역은 1호선 구로역으로 나타났는데요. 최근 3개월 집계를 기준으로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40분 구로역에서 구일역 방면 열차 혼잡도는 252%에 달했습니다. 간단한 산수를 한 번 해볼까요? 서울지하철은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을 160명으로 잡습니다. 160명이 탔을 때 혼잡도가 100%인데요. 혼잡도 252%면 전동차 한 칸에 403명이 탔다는 뜻이 되죠. 전동차 한 칸의 넓이는 약 60.84㎡, 여기에 403명이 탄 거면 1㎡당 6.6명꼴입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1㎡당 5.6∼6.6명이 밀집해 있었다고 하죠. 밀집도만 놓고 보면 퇴근시간대 가장 혼잡한 구간의 서울지하철과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이 비슷한 셈입니다.

여기에 외신은 초연결망 사회가 트라우마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 내용인데요. "IT 강국이자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인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의 걸러지지 않은 참혹한 영상이 퍼지면서 이를 본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죠. 한 마디로 초연결 사회의 부작용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B씨/시민 (지난 1일) : 본인들이 찍었다면서 이제 공유가 되잖아요. 그런 것도 어떻게 우연하게 보게 되고, 또 그 거리를 제가 항상 보던 거리다 보니까 잠이 너무 안 오고 막 잠을 설쳐, 계속 깨면서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뉴스 잘 못 보고, 이제 근데 틀면 항상 나오잖아요. 그러면 이제 다른 프로를 본다던가, 약간 그렇긴 한데…]

윤석열 대통령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를 꾸리라고 지시했는데요. 이곳에선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심리 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재명/대통령실 부대변인 :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트라우마 극복과 심리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유가족과 부상당한 분들, 그리고 목격자와 현장 대응 인력에 대한 치료는 물론이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국민께도 필요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에 있습니다.]

비슷한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는데요. 오늘부터는 대규모 축제에 대한 안전 관리 점검이 시작되죠. 최대 수용인원과 행사 종료시 분산 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서울시도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입니다.

[백호/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어제) : 혼잡도가 극심한 대상 역사를 찾고 소방, 안전, 시설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현장을 면밀히 조사·분석할 예정입니다. 승객 이동 동선,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현장 안전 유도 요원 상시 배치 등을 통해 빠르게 이런 사업을 추진하고…]

이어서 두번째 픽은 < 황새와 뱁새 > 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현지시각으로 2일, 또 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현재 3.00~3.25%였던 금리는 이제 3.75~4.00%로 오르게 됐는데요. 지난 6월·7월·9월에 이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건데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롬 파월/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현지시간 지난 2일) : 저와 제 동료는 물가 상승률을 우리의 목표인 2%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물가 안정화는 우리 경제의 기반으로서 연방준비제도의 책무입니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여지는 있지만요.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인데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라고 밝혔죠.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내년 예상 기준금리가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지난달 한국은행도 빅스텝 조치로 한미 금리차를 0.25%포인트까지 좁혔는데요. 하지만 미국이 황새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계속 밟으면서 우리는 삽기간에 뱁새가 된 모양새입니다. 한미 금리차는 다시 1%포인트로 벌어졌는데요. 여기서 잠시 박 마커의 경제스쿨입니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금리가 높은 쪽을 쫓아가는 게 돈의 속성이죠. 당연히 금리가 낮은 우리나라에선 외국인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게 될 텐데요. 금리가 낮은데도 한국에서 계속 투자하게 하려면 가격 경쟁력이라도 확보해야 합니다. 그럼 원화로 표기된 투자자산의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요. 이는 원화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즉,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상승하게 되는데요. 환율이 오르면 수입 제품의 원화 가격도 높아지죠. 그럼 가뜩이나 치솟고 있는 물가에 기름을 붓게 될 수도 있는데요. 결국 한국은행도 이달 24일 최소 0.2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4일 전에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 심화가 두드러진다면 10월에 이어 사상 처음 연속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지난달 12일) : 9월 들어서 우리 원화가 급격히 절하된 것이 주요 요인 중에 하나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환율의 급격한 절하(원화 가치 하락)가 수입 물가를 올려서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 기간 지속시킬 수 있는…]

자, 세번째 픽으로 가볼까요. < 손잡은 한일 > 인데요. 한국과 일본 양국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한일의원연맹이 오늘 오전부터 합동총회를 열었습니다.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는 매년 한일 양국을 오가며 개최되는 정기 행사인데요. 올해 행사는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열렸습니다. 때마침 어제와 오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한일 간 안보협력이 주요 의제가 됐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북한의 이러한 잇따른 도발에 대해서 우리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결연한 대응을 보여야 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엄중한 안보상황에 비추어 볼 때 한·일 간에 안보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성이 강조된다라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오늘 오전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조찬을 함께 했는데요. 두 사람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최근 한일 양국 간 형성된 관계 개선 동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진/외교부 장관 (음성대역) :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이런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제해가는 게 중요하다.]

이제 마지막 픽입니다. < 벤투호 날벼락 > 인데요. 우리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 선수가 경기 중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벤투호는 날벼락을 맞게 된 셈인데요. 손흥민 선수는 지난 2일 열린 토트넘과 마르세유의 경기에서 얼굴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공중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상대편 선수인 찬셀 음벰바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친 건데요. 코와 눈 부위가 크게 부어오른 손 선수는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으며 라커룸으로 퇴장했죠. 검사 결과 안와골절로 결국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번 수술로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는데요. 이달 24일 우루과이와의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까지 남은 기간은 3주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 외신 기자는 "이번 수술로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부디 손흥민 선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오늘 원픽은 복국장이 꼽기로 하고요. 지금까지 박 마커의 '줌픽4'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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