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112신고를 여러 차례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국민적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어제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현장에선 윤 청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젯밤 경찰청 내부망에는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동료들이 감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 걱정돼 글을 쓴다"며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A씨는 "압사 우려 신고는 사고 발생지 골목뿐만 아니라 이태원역 주변 일대 여러 곳에서 접수됐다"며 "지역 특성상 좁은 골목이 많아 어디로 가든 몰려든 인파로 인해 안전사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12신고) 11건 가운데 4건만 출동하고 나머지는 상담 안내로 마감했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이는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고 안내했기에 해당 내용으로 마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당시 근무 중이던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고 했습니다.
또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 우려로 인해 용산서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경력 지원 요청을 했으나, (서울청에서)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윤 청장의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토로하며 "어떤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경찰 내부망뿐만 아니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도 성토 글이 올라왔습니다.
소속이 경찰청으로 표기된 글쓴이 B씨는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1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릴 거란 예상은 누구나 했다. 그렇다면 그 대비는 이태원 파출소 소속 직원만 해야 했느냐. 경찰청, 서울청은 뭐했느냐. 경찰청장은 뭐했느냐"고 말했습니다.
B씨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며 "살려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냐. 일이 터졌으니, 112 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는 것이냐"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 대비책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과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어제(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