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경찰 '동향 파악 문건' 논란…여야, 한목소리로 질타

입력 2022-11-02 18:3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청이 작성한 문건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참사 이후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문건인데요. 정부 책임론이 번지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경찰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줌 인', 원래는 인물을 다루는 뉴스지만 오늘은 2개의 텍스트에 포커스를 맞춰볼까 합니다. 제가 각각에 임의로 이름을 붙여봤는데요. 먼저 줌 인해볼 텍스트의 이름은 '청개구리'입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경찰청이 참사 이틀 만에 특별취급, 대외공개와 전파금지라는 표시까지 써가며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을 보고한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해당 문건엔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퇴진 운동까지 끌고 갈 대형 이슈라고 적시했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경찰이 생산한 문건이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우선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문서인데요. 해당 문건의 원래 제목, '정책 참고자료'입니다. 3가지 목차로 나눠 이번 참사의 파장을 분석했습니다. '정부 부담 요인',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 '온라인 특이 여론' 순인데요. 특히 2번째 목차에서 시민단체들의 내부 분위기와 움직임을 세부적으로 파악한 게 눈에 띕니다. 경찰은 진보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규정하고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콕 집어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해당 단체가 여성 희생자가 많았던 점을 거론하며 반정부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을 점친 겁니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여성단체연합은 당장은 여성 안전 문제를 본격 꺼내들기는 어렵지만 추후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이라는 검토 중이다. 이거는 그냥 발표된 내용이라든가 그런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거든요. 누군가 관계자를, 내부 관계자를 접촉을 해서 그들로부터 들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죠, 예.}]

언론 동향도 세심히 살폈죠. '정부 책임론' 관련 보도량까지 집계했는데요.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며 정부 책임론이 앞으로 더 부각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달았습니다.

문서의 형식으로 미뤄봤을 때 대통령실 등 상부 보고용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가 된 건 내용과 전달 대상이라기보다는 행위 그 자체였습니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금 이태원 사고로, 이태원 참사로 인해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데 경찰이 그것을 수습할 것인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을 총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이 시기에 시민단체 등을 내부 사찰하고 돌아다닌다라고 하는 것을 국민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보여집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작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이 그럴 때냐에는 의문이 뒤따르는데요. 공공 안전을 위한 정보를 수집해야 할 때는 사실 참사 발생 전 112신고가 쏟아질 때였죠.

[A씨/신고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 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체돼갖고 꼼짝도 못 하는데 1번 출구에서 어마어마한 인구가 올라와서 그 골목으로 올라가는 걸 보니까 이제 끔찍한 생각이 들어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때, 112에.]

정작 정보 수집 활동이 필요할 때는 손 놓고 있더니 이제 와서 뒤늦게 엉뚱한 정보나 수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경찰이 사전도 아닌 사후에 그저 정부 비판 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정보 수집에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여당 역시 경찰의 이런 청개구리 같은 행태에 동의할 수 없었나 봅니다.

[권은희/국민의힘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있을 수 없는 자료인 거죠. 지금 얘기한 정보는 그런 경찰이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한, 그러한 활동을 위한 정보 수집이 전혀 아니지 않습니까. {예.} 이거는 순전히 이 상황에 대한 사후적인 대응의 면피, 책임 회피를 위한, 그러한 정보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자료인데 정말 참담한 그러한 상황입니다.]

경찰관 집무집행법 대통령령에 나온 경찰관의 정보 수집 목적,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라고 명시하고 있죠. 하지만 이번 문건이 이 목적에 부합하느냐를 두고도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오로지 현 정권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문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데요.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황도 포함됐습니다. 국민 안위보다 정권 책임론 회피에만 몰두한 것입니다.]

결국 경찰청장이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인 진의까지 의심을 받게 됐죠. 사과 역시 더 이상 정부 책임론이 부각되는 걸 막기 위해 면피성으로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인데요.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근데 이제 어제 경찰청장이 이번 참사에 대해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 있었다고 이제 발표를 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경찰이 사고 수습보다 정치적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교흥/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이것은 앞에서는 이 진상규명을 명확하게 하고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하고 뒤에서는 정보 문건을 만들어서 이런 부분은 정말 이중적 태도가 아닌가, 이런 거에 몹시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사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시민단체 관계자와 직접 접촉해 내부 동향을 파악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는데요.

[정청래/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이거는 경찰의 정책 참고 자료인데, 사실상 정치 사찰입니다. 여론 동향, 진보단체 시민운동 동향, 이거를 저는 사찰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합니다.]

다만 명백한 정치 관여나 사생활 침해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경찰의 사찰이 문제가 되면서 규정이 생겼죠. 경찰의 정보 수집 범위가 대통령령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규정에 비춰봤을 때 이번 문건의 성격이 사찰이라고 판단하기엔 애매하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도 "개인 사찰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문건의 내용은 다 '구글링 검색'을 하면 나오는 수준의 정보"라고 해명했습니다.

자, 이제 다음 텍스트로 넘어가 볼까요. 이번 텍스트의 제목은 '지못미'인데요.

[강진구/더탐사 기자 (어제) : 드디어 이 '청담동 룸바 게이트'의 직접 목격자였었던 첼리스트가 비록 트윗이긴 하지만, 트윗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유튜브 채널 '더 탐사'가 통화 녹취록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었죠. 이후 김 의원이나 더 탐사가 추가 증거를 못내놓고 있는 상황인데요. 통화 녹취록의 당사자인 첼리스트가 더 탐사에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조금 지켜주실 수 없었나요"라는 원망이 담긴 내용입니다.

[강진구/더탐사 기자 (어제) : 일단은 본인이 이 남자친구하고의 통화 녹취가 이제 본인이 전혀 마음의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가 돼서 상당히 많이 당혹스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저에 대해서도 원망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더 탐사 측 강진구 기자가 첼리스트에게 먼저 문자를 보냈다고 하는데요. "언제쯤 세상 밖으로 나오실 건지. 많은 사람들이 OO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떨고 있겠지만"이란 짧은 메시지입니다. 그러자 돌아온 첼리스트의 답변은 이거였습니다.

[첼리스트 (음성대역) : 저는 원래 강 기자님 팬이에요. 유튜브 구독까지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올바르지 못한 의도의 A의 제보를 거부했을 때 조금도 제 의사를 존중하지 않으신 것에 대해 제가 많이 불편하게 됐습니다. A는 제 옛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스토킹에 적합한 사람이고 그와의 법적 절차가 먼저이고 지금 진행 중입니다.]

문자 내용만 보면 첼리스트는 더 탐사의 의혹 제기를 부담스러워했던 걸로 보이는데요. 지금은 자신의 동의 없이 더 탐사에 통화 녹취록을 넘긴 전 남자친구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죠. 더 탐사에도 자신의 동의 없이 보도를 강행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는데요. 더 탐사 측 강 기자는 한 언론에 "보도 내용 자체가 중요한 내용이고, 공익적인 측면이 크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보도를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첼리스트는 본인이 원치 않고 동의도 하지 않았는데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당혹스러웠던 거 같다"며 개인적으로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첼리스트가 언젠가 자신에게 진실을 알려줄 것이란 희망회로를 돌렸는데요.

[강진구/더탐사 기자 (어제) : 오늘도 여전히 통화 내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확인을 해주지는 않았습니다마는… {일단 저희랑 접촉을 다시 시작한 거죠?} 네, 접촉을 시작을 했고 결국 자기가 알고 있는 진실을 이야기하겠다라는 뜻을 전체적인 취지 상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첼리스트가 더 탐사의 취재에 응한다고 해도 그의 말이 진실일지는 알 수 없는데요. 첼리스트가 자신의 발언 외에 술자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더 있는지도 미지수입니다.

[하태경/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달 27일) : {거짓말이라 보세요?} 거짓말해서 너무 아프겠죠, 마음이. 그리고 지금 자기 거짓말 때문에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니까 어찌할 바를 몰라서.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인 거짓말을 해요? 너무 구체적이던데.} 그래서 소설 잘 쓰는 분들이 있잖아요.]

자, 오늘은 이렇게 2개의 텍스트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요. 경찰이 작성한 문건에 대해서는 여러 속보가 들어와 있으니 들어가서 마저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영화 '베테랑' : 우리가 돈이 없지 가X가 없어? 응?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X 떨어질 짓 하지 말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