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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시궁창 악취"…지역축제 뒤 변해버린 금강, 왜

입력 2022-10-27 20:51 수정 2022-10-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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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운 모래가 가득했던 모래톱이 악취가 나는 펄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금강 상류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지역 축제를 위해 수문을 닫고 부터 이렇게 됐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금강 상류에 경치가 좋기로 소문난 고마나루를 찾았습니다.

강줄기 옆으로 펄밭이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곳엔 모래가 가득했습니다.

밀착카메라도 지난해 초,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

[JTBC 뉴스룸 '밀착카메라' (2021년 1월) : 수문을 열어두면서 물이 빠져서 이렇게 땅을 딛고 설 수 있을 정도가 됐는데요. 바닥을 보면 이렇게 고운 모래들이 남아 있습니다.]

작년에 밀착카메라 취재진이 찾아왔던 바로 그곳입니다.

고운 모래가 가득한 모래톱이 넓게 형성돼 있었는데요.

지금은 이렇게 제 발을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두꺼운 펄이 됐습니다.

펄이 얼마나 깊은지 파보겠습니다.

일단 펄이 단단하게 굳어서 잘 퍼지지도 않는 상태고요.

이 정도 퍼내야 원래 있던 모래가 보입니다.

깊이를 재보면 10cm 가까이 됩니다.

[흙을 깊이 팔수록 하수구, 시궁창 냄새가 나는데요.]

환경단체는 공주시가 지역축제인 '백제문화제'를 열기 위해 공주보 문을 닫아 물 흐름을 막은 뒤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제 뒤에 보이는 구조물이 공주보입니다.

지금은 보 문이 열려 있고 물이 흐르고 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문을 닫아서 강물 수위를 높인 겁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위에서 쓸려 내려온 슬러지(침전물)들이 여기에 쌓이게 되는 거죠. 유속이 느려지니까.]

강 가운데 있던 모래섬이 사라지면서 쉬어가던 새들도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멸종위기 생물인) 흰수마자라든지 미호종개 그런 유수성 어종들은 사실 살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산란할 수도 없고 부화할 수도 없고 서식할 수가 없고.]

실제로 지난해 축제 이후 진행된 모니터링 결과도 "공주보 물을 가둔 뒤 생태계 교란·악영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왔습니다.

[심정희/충북 청주시 흥덕구 : 흘러야 하는 환경들을 꼭 닫아서 굳이 저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공주시는 수문을 연 상태로 축제를 개최할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해왔으나 지키지 않았습니다.

[임도훈/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 4년 동안 네 번째 지금 약속을 어기고 있는 거죠. 합의가 된 부분인 건데 이런 내용을 이렇게 우습게 무시할 수가 있나.]

공주시는 물을 채울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공주시청 관계자 : 시민들이 물이 마른 데다 설치하면 안 예쁘지 않으냐. 우리도 이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 있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공주시청 관계자 : 거짓말을 한 게 되기는 한 거 같아요. 사실은 뭐를 하나 바꾸려고 하는데 예산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고민을 더 많이 하겠습니다.]

시민들은 환경부가 '수문을 닫아달란'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모니터링은 단기간에 이뤄져 조금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는 정밀 모니터링을 네 번 진행한 뒤, 수위 상승 없는 축제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조건으로 수문을 닫기로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이 자연의 모습은 달라져버렸습니다.

열흘의 축제가 남긴 상처는 어쩌면 돌이킬 수 없을지 모른다는 걸 사라져버린 모래톱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대전충남녹색연합·공주시청)
(VJ : 김원섭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박도원·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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