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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제 멋대로 던졌더니 통하더라...코르테스의 별난 야구

입력 2022-10-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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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별스럽습니다. '야구는 이래야 한다', '투수라면 이렇게 던져야 한다'는 형식을 벗어났습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제멋대로 던집니다. 투수가 응당 지켜야 할 것으로 보이는 습관도 따지지 않습니다. 따라야 할 것 같은 패턴도 무시합니다.

뉴욕 양키스 코르테스는 가을야구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꿈꾸지 못했던 일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뉴욕 양키스 코르테스는 가을야구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꿈꾸지 못했던 일입니다. (사진=AP연합뉴스)
그래도 뉴욕 양키스 투수입니다. 네스토르 코르테스(28)는 왼손을 씁니다. 타자를 속이는 것에 능합니다. 투수란 타자의 타이밍을 어떻게 뺏느냐가 중요한데,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코르테스를 따라올 선수가 없습니다. 투구 폼이 그때그때 다릅니다.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게 주특기입니다. 공을 던지기 전 다리를 떨면서 던질까 말까 망설이기도 하고, 왼쪽 다리를 높게 들어 춤을 추듯 앞뒤로 내지르다 던지기도 합니다. 마주한 타자도 웃어버리는 투수입니다. 교활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얄밉지 않은, 유쾌함이 느껴집니다.

코르테스의 이상한 투구폼. 영상으로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사진=메이저리그 영상 캡처)코르테스의 이상한 투구폼. 영상으로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사진=메이저리그 영상 캡처)
공만 이상하게 던지는 게 아니라 이 선수가 지나온 길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쿠바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에 정착했고, 고등학생으로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36라운드 지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계약금은 8만 5000달러. 지금 환율로 따져도 1억 2천만원 정도의 돈입니다. 36라운드 지명은 정말 막차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게 주목받은 유망주는 아니었기에 마이너리그를 떠돌았습니다. 볼티모어와 뉴욕 양키스, 시애틀, 그리고 다시 뉴욕 양키스까지 돌고 돌았습니다. 와중에 방출이나 다름없는 지명할당을 두 번이나 당했습니다.
지금 메이저리그에 살아남아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올해는 뉴욕 양키스에서 가을야구를 함께 합니다. 2020년 시애틀에서 나온 뒤 야구 인생을 접어야 할 처지였지만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2021년 뉴욕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게 전환점이 됐습니다. 트리플A에서 꾸준히 활약하다 그해 5월 잠깐 메이저리그 부름을 받았고 그 기회를 살렸습니다. 지난해 막바지엔 양키스의 선발투수 한 자리를 낚아챘습니다.
올해는 더 좋았습니다. 양키스의 선발투수로 꾸준히 출전했고 생애 첫 올스타에 뽑혔습니다. 12승 4패, 평균자책점은 2.44입니다.
코르테스는 그때그때 달라지는 투구폼으로 개성을 표출합니다. 그게 곧 실력이기도 합니다. (사진=AP연합뉴스)코르테스는 그때그때 달라지는 투구폼으로 개성을 표출합니다. 그게 곧 실력이기도 합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렇게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요. 키는 180cm, 메이저리그 투수치곤 그리 커 보이지 않고 직구 구속도 시속 146km 정도로 빠르지 않지만 제멋대로 바꾸는 투구폼으로 타자들을 속입니다. 야구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타자를 이기는 것에 집중합니다. 자신의 단점을 메울 수 있는 장점을 찾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끝까지 돌파합니다.
'스스로를 믿고 도전하고 기회를 기다린다.' 말은 멋지지만 이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코르테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기회를 얻고,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낚아채고, 나아가 앞으로 함께 달려가고, 그리고 최대한 내 것으로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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