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법에서는 민사소송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송 비용까지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원에서 피해를 인정 받아도 일부 패소하거나 하면 소송비용을 물어주는 경우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성희롱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도 받아야할 위자료보다 더 큰 돈을 물어주게 된 사연을 윤정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서울 소재 기숙사, 남도학숙 홈페이지입니다.
지난달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며 진심 어린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상급 직원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A씨에게 300만원의 위자료를 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였습니다.
[A씨/피해자 : 가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면서 손난로를 가슴에 넣고 다니라는… 수치심도 들고 모욕감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 사과문이 올라온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A씨는 학숙 측으로부터 소송비용 380만원을 부담하라는 신청서를 받았습니다.
A씨가 학숙 측에 제기한 소송 중 '2차 가해' 부분은 인정받지 못해 일부 패소했기 때문입니다.
학숙을 운영하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는 민법에 따라 소송비용을 신청했다는 입장입니다.
성희롱 피해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받아야할 위자료 300만원보다 더 큰 380만원을 물어주게 생긴 A씨는 황당할 따름입니다.
[A씨/피해자 : 사과문의 내용과 상반되는 태도라서 정말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보복성 조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는 공익소송의 경우 공공기관이 승소하더라도 소송 비용을 적극적으로 감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소송사무처리규칙에 해당 권고를 반영한 곳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 : 공공기관의 소송사무처리규칙을 개정해서 예외규정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권익위 권고에도 지자체들이 이런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